이번에 어떤 내용으로 글을 한번 써보지 하는 것을 뛰면서 생각해본다. 늘 그렇듯이 출발선에서 오늘의 기록을 마음속으로 새겨본다. 초반, 중반, 후반하면서.... 뛰기에 좋은 날씨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쌀쌀하다. 뛰는 내내 덥다는 느낌보다 춥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일찍 도착해서 작년보다는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준비운동서부해서 짐 맡기기 등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단체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 잊은채 짐을 맡겼다는 것이다. 다행이도 옆에 육사 출신들이 “화랑마라톤클럽”에 부탁했건만 하루가 지나도록 답이 없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메일로 보내주겠지 뭐.
준비운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둥글게 모여 파이팅을 외친다. “농진마! 농진마! 농진마! 파이팅!!!” “무리하지 말고 즐런 하십시오.“로 서로를 격려하면서 각자 출발지로 간다. 함께 간 이충근, 변재완이와도 A, B 그룹에서 헤어진다. 같이 뛰어도 될 사람들이인데....
힘차게 출발이라는 함성과 함께 이순신장군 동상을 지나면서 칩과 교감이 되었다는 발등에서 알람이 울린다. 그 넓은 광화문 도로가 달리미들로 꽉 찬다. 숭례문을 지나면서 청계천으로 향한다. 청계시장, 동대문시장, 광장시장을 누비며 달린다. 처음 5km 지점의 기록이 32분을 가러킨다. 참고는 나는 시계를 차지 않았다. 처음 5km의 감은 없지만 10km부터는 내 속도를 알 수 있었다. 21~23분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군데군데 응원의 힘으로 달린다. 인상적인 것은 5~10km 사이에서 펼쳐지는 농악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이벤트다. 자전거위에서 펼치는 무용이 너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하게 보였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한컷을 찍었을텐데....
마라톤을 하면서 지금까지 예외는 한 번도 없었다. 처음 10km까지 무릎 아래쪽 근육이 당기는 것이 그렇다. 오늘은 양쪽 모두에서 그렇다. 왼쪽이 먼저 풀리고 오른쪽이 풀리기 시작한 지점은 15km가 넘어서이다. 오늘따라 특이한 것은 양쪽 어깨가 너무 너무 아프다. 수시로 팔을 내렸다 올려다하면서 근육을 풀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뛰면서도 왜 이러지 한다. 뛰는 자세가 문제인가????
하프를 지나면서 기록 예측을 해보니 싱글은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후반에 가봐야 알겠지만. 30km까지 떨어지지 않는 속도로 달린다, 마지막 7km만 견디면 된다. 40km를 넘으면서까지 25분 이내에 들었으니 기록 갱신은 가능하다는 확신이 선다. ‘그래~ 조금만 더 힘내자’ 골인 코스가 지난해와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마지막 응원단들의 목소리에 용기를 얻어 끝까지 분투한다. 골인 지점의 시간 기록은 3시간 17분 56초를 가러킨다. 출발시간을 고려하면 10분 이내는 확실하다. 오늘은 내가 마라톤의 대기록을 세운 날로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마라톤 기록 목표가 10km는 30분대(39분 58초, 2010년 러브미), 하프는 1시간 20분대(1시간 29분 37초, 2013년 러브미), 그리고 풀코스는 싱글(3시간 7분 51초, 2015년 동아)이다. 그러니까 오늘이 3개 기록을 모두 세우는 날이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생활체육인으로 천천히 즐기면서 뛰어도 괜찮은 거다.
기분이 업(UP)된 상태에서 포카리스웨트에서 제공하는 기록 사진을 3시간 8분 00초로 만들어 찍는다. 간식을 받고, 완주 매달을 받고 옷을 찾아 우리의 아지트로 간다. 그 자리엔 고과장님 사모님과 홍승범박사가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불 음식을 열심히 준비하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따뜻한 꿀 차를 한잔 마시고 연거푸 막걸리를 들이킨다. 목이 탔던 것이다. 홍박사가 라면도 후루룩 먹는다. 뒤에는 박기철 샘도 함께 계신다. 이번 동마에 신청을 하셨지만 감기 때문에 포기 하신거다.
뛰고 나서 나를 반겨주고 머물 곳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두부전, 장떡, 토마토, 귤, 막걸리, 라면, 꿀차, 커피 등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당초 계획에는 이곳에서 간단하게 먹고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마무리를 할 계획이었으나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서 그냥 여기서 마치는 것으로 했다.
이어서 변재완, 이충근박사를 필두로 속속들이 들어와서 뻐꾸기 둥지를 찾듯이 아지트로 모여든다. 마지막 한 사람이 영 나타나지 않는다. 뛸 때부터 걱정한 조점래 박사이다. 무려 6시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다렸으니 오죽했겠는가. 어느 누구보담 힘들었을 꺼다. 조박사야 말로 마라톤의 정직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꺼다. 연습만이 증명해주는 마라톤 꾸준하고 성실한 연습이 필요할 때다.
조점래 박사를 기다리면서 대회 미모저모를 관찰해본다. 일부 그룹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말이 아니다.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다. 그렇다 이번 대회는 여느 때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부부가 참석한 가족은 아내가 힘들었는지 아버지가 없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자녀들에게 아빠의 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족도 눈에 뛴다. 완주한 기념을 촬영하고자 서서 구경하는 나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분들이야말로 오늘이 가장 큰 찬칫날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도 그렇고. 이런 잔치는 아무나 누리지 못하기에 더 자랑스럽기도 한다.
이야기 도중 전해이 샘 이야기가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 부스가 요란 했을텐데 안계시니 쓸쓸함마저 돈다. 며칠 전에 수술을 하셔서 참석을 못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번 검진한 것이 괜찮다고 하셨는데.....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고 아쉬운 이별을 나눈다. 선배님들은 각자가 내려가시고, 형주누님은 과천을 가고, 환민이와 둘이박사는 전주 버스를 탄다. 재완이는 아버님 생신을 챙겨 드리고 내일 전주로 온다고 한다. 김부장님, 이충근, 흥슴범, 조점래와 함께 전해이 샘 병문안을 간다.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분당 서울대병원에 도착한다. 병원복을 입고계시는 점 샘의 표정은 맑은 모습이셨다. 누구에게나 노출되어 있는 병은 운동을 한다고 오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시로 점검하고 챙기는 것밖에 없다. 병문안을 마치고 다시 수원행 전철을 탄다. 아무쪼록 잘 관리하셔서 하루 빨리 완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여행은 여기서 마치는 게 아니라 전주까지 가야하니 아직 멀었다. 영통역, 망포역, 수원역에서 내려서 각자가 갈 길을 간다. 집에 도착하여 바쁘게 전주로 내려갈 채비를 한다. 일행(조점래, 김석철, 홍승범 그리고 나)이 수원을 출발한 시간은 6시 56분경이다. 나는 차안에서 내내 졸다가 자다가 했다. 수원에서 전주까지는 오늘의 자봉한 홍승범 박사가 계속 수고해줬다. ‘홍박사 고마워요~’ 피곤했던 하루를 잠으로 달래려고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회장님 싱글을 축하드립니다. 마라톤은 가장 정직한 운동입니다. 정직하기 때문에 마라톤을 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우리 회장님을 두고 한 말인듯 합니다. 그간의 바램들이 모두 이루워져 더욱 기뻤스리라 생각 합니다. 그간의 분투와 성실한 노력에 대하여 다시 치하 드립니다.
댓글로 간단히 완주 감회를 올립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또 한번의 마라톤 훌코스를 완주 하였습니다. 지난해 허벅지와 고관절 통증으로 어기적거리고 있을 때 친구들이 핀잔하듯, 욱박지르듯 훌코스 달리기는 그만하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대답을 안했습니다. 그리고 이번대회에 임했지만 대회가 가까와 질 수록 자신이 없었습니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출발선에 섰습니다. 사전에 목표시간을 4시간 45분으로 정하고, 다행이다 십게 배탈이 나 힘들어하는 이원장님, 연습이 부족하다고한 조사장님과 함께 뛰었습니다. 주로 중에 몇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또 한번, 내 인생에 완주의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늘 저희들 곁에서 건강을 지켜주세요.
대단한 목표와 의지!
그러니까 해트트릭 달성?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