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청·이재명 캠프와 윤형선 캠프 측 주장 엇갈려
“선거 아닌 ‘바람길 조성사업’ 때문에 가지치기,
시민단체 항의로 2월 중단”vs“2월 이후에도 가지치지 돼”
[팩트 체크 개요]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캠프 사무실 앞 가로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캠프 사무실 건물에 걸린 이 후보 선거포스터 앞에 자리한 해당 가로수들이 가지가 짧게 잘려나가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이 후보 포스터를 잘 보이게 하려고 가지치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후보의 경쟁 후보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캠프 측도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런 의혹 제기에 가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민주당 감성으로 한줄 적겠다”며 “나무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ㅜㅠ 진실을 규명해줄게 ㅜㅠ”라고 썼다.
이에 ‘이재명 선거포스터가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사무실 앞 가로수들을 가지치기했다’는 주장을 본지가 검증해 봤다.
[검증 대상]
지난 16일 윤형선 캠프 측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재명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사무소 앞 가로수가 가지치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며 “계양주민들이 후보 선거사무실 외벽에 걸린 대형현수막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이를 제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는 이재명캠프 앞 나무가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비교해 가지가 매우 짧게 잘려 있었다”며 “만약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면 관권선거 개입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 내용]
이런 의혹에 대해 이재명 캠프 측과 계양구청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계양구청 측은 해당 가로수들의 가지가 제거된 것이 경명·계양대로 도시바람길 연결 숲 조성 사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해당 사업계획이 지난해 6월 고지된 만큼, 선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계양산과 천마산 사이의 경명대로와 게양대로에 나무를 심어 도시바람길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계양구 측은 이 과정에서 경명·계양대로의 기존 가로수들을 소나무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기존의 가로수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작업이 중단되면서, 이 후보 캠프 앞 가로수들은 제거 직전 가지만 쳐진 채 남게 됐다는 것이다. 구청 측은 작업을 진행하다 중단한 지난 2월 이후 해당 가로수에서 가지치기를 진행한 일은 없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지난 21일 의혹을 제기한 윤형선 후보 등 6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 측은 “윤 후보는 보도자료 배포와 라디오방송 출연을 통해 가지치기에 대한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줬음에도 반복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로수 정비는 ‘도심 바람 숲길 조성사업’의 하나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 선거사무소 앞 가로수는 올해 2월 단 1차례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이 잘못된 의혹 제기를 한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윤 후보가 재반박에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월 말에 가지치기를 하고, 3월 중순부터 나무들이 1m씩 푸르게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다”며 “그 자리에 이재명 후보 플랜카드가 걸렸고, 어느 날 봤더니 나무가 젓가락 같은 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월에 가지치기를 하고 또 쳤다는 것인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며 “잎이 솟아난 것들을 다 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조금씩 가리려고 하던 걸 다 쳐버린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그는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2월 달에 이파리가 전혀 없을 때 가지를 완전히 다 쳐냈는데, 그러고 나서 한두 달쯤 지나서 어느 정도 물들이 올라 여기저기 한 1m 이상은 자랐던 것 같다”며 “지금 그 나무를 그대로 놔뒀다면 플랜카드가 전혀 안 보일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 플랜카드가 걸리고 나서 바로 보니까 그게 또 깨끗해 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치는 장면을 확인은 못 했지만, 있었던 나무가 없어졌으면 누군가가 없앤 것 아니겠나”고 했다.
[검증 방법]
- 윤형선 후보 캠프 보도자료
- 계양구청 ‘계양구 관내 경명대로․·계양대로 도시바람길 연결 숲 조성’ 보도자료
- 인천녹색연합 보도자료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 연합뉴스 보도 참조
- 윤형선 캠프 관계자 전화취재
- 계양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 전화취재
[검증 결과]
이재명 후보 캠프 앞 가로수들이 가지치기가 된 것에 대한 의혹 제기에 계양구청과 이재명 후보 캠프, 윤형선 후보 측이 반박과 재반박에 나서면서, 현재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 캠프와 계양구청 측은 해당 가로수들의 가지치기가 ‘계양구 관내 경명대로․·계양대로 도시바람길 연결 숲 조성’ 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선거 포스터와는 관련이 없고, 지난 2월 이후에는 가지치기가 진행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윤형선 후보 측은 지난 2월 이후에도 가지치기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모두 지난 2월 이후의 상황을 파악할 만한 사진 자료 등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현재로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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