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의 뒤안길 답사...(2)
중명전...을사늑약이 체결된 곳
중명전을 들어서자니 얼마전 TV에서 을사늑약을 채결한 곳이라고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불을 환히 밝혀서인지
살아 숨쉬는 곳으로 알았는데 지금은 자물쇠를 굳게 잠그고 건물을
폐쇄하였다. 그래서인지 건물 전체에 흐르는 기운이 아주 습하고
폐가에서 느껴지는 그런 음울함을 느꼈다. 건물도 낡아서 곳곳이
떨어져 나갔고 창에는 깨진 유리창이 그대로 방치되는 등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길눈이의 설명에 의하면 보수비용 문제로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힘겨루기를 하는 바람에 보수를 못하고
중지되었다하니 혀를 찰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입구의 입간판을 보니 소유자는 문화재청으로 되어있는
것으로봐서 아마도 최근에 문화재청에서 인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구 러시아공사관으로 향하기 전에 이화여고 심슨기념관을 들렀다.
현재는 이화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 시절의 교실과 책걸상,
교복 등을 전시해 나와 같은 중년들에게는 추억의 한 장을 보여주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부모님 세대들의 학창시절을 보여주고 있다.
이화여고 옛대문...단아한 모습이 보기 좋다
이화여고 동문 입구에 있는 사주문 양식의 옛 대문은 커다란 은행나무
아래에 다소곳하게 서있는 품이 단정한 여인네를 보는듯 하고 단청을
입히지 않은 모습은 옆으로 쌓은 돌담과 어우러져 우리네 어머님을
바라보는듯 하다.
구 러시아 공사관...폐사지에 온 것 같다
구 러시아공사관은 허허로운 터에 덩그마니 건물 잔해만 하나 있는데
어찌보면 폐사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건물 잔해가 탑과
같이 오롯이 서있고 주변은 잔디밭으로 조성을 하다보니 그런 기분이
든 것이다. 일행들은 그곳에서 잠시 쉬며 목을 축이고 단체사진도 찍고
역사적 사건 즉 고종황제의 아관파천을 생각하며 길눈이의 설명을
듣는다.
비밀통로...
조국이 힘이 없을 때는 황제일지라도 드넓은 제 땅을 놔두고
골방같은 남의 집으로 들어가야하니 이즈음에 북핵과 함께 주변
열강들의 입김이 꼭 100여년전과 비교가 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그져 침묵으로 보낼 수 밖에....
이곳도 전경들이 진을 치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그래도 카페지기의 끈질긴 노력(?)덕에 안에 들어가
비밀통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당시의 건물
지하실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은 건물이 모두 헐려 통로가
노출되어 있었다. 그 당시나 현재나 이런 지하통로나 지하벙커는
상존하는게 현실이니 큰 관심거리는 아닌데 그래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드무니 세인의 관심을 끄는 모양이다.
경교장
시간도 벌써 오후 1시를 넘어가고 날씨는 장마뒤의 후텁지근
그 자체여서 걷는 것 조차 불편하다. 앞서서 걷는 어린아이들이
씩씩하게 잘도 걷는데 뒤에서 쳐질 수도 없고 그냥 아이들 뒤만
따라서 터벅터벅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이걸 두고 아이들한테도
배울게 있다고 하는 걸까...? ㅎㅎㅎ
경교장은 업무적으로 자주 들렀던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백범
기념실을 꾸며 놓았다고 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다. 2층 집무실에
백범선생이 암살 당하던 당시의 상황을 꼭 필요한 것만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길가에 써있는 이상한 글씨...그 옆에는 관음보살 같은 사람의 형상이 있다
집무실 가운데에 탁자와 안두희가 총을 쏜 자리, 그리고 백범선생이
붓글씨를 쓰던 자리, 안두희가 쏜 4발의 총탄 중 2발이 뚫고 지나간
유리창의 총탄 자국 등 그날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교장 전체를 백범기념실로 해주길 답사객들은 바랬는데 개인
재산권도 생각해 본다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교장을 내려오는데 길 바닥에 관음보살과 같은 형상을 그려놓고
이상한 글자를 써놨는데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을 올려본다.
경희궁 흥화문
경희궁... 광해군이 인조의 쿠테타를 예측했음인지 인조의 생부인
정원군의 집을 허물고 그 터에 궁을 지었지만 결국에는 쿠테타를
막지 못하고 그 자신은 같히는 신세가 되었다. 시작이 잘못되면
그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동의 역사적 운명을
앞서 말했지만 이곳 경희궁도 태생 자체가 즐겁지만은 않아서인지
수많은 파란을 겪으며 현재에 이르렀다. 각 건물들은 뿔뿔이 흩어
졌다가 일부는 복원이 되었고 그 마져도 흥화문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세워졌으며 숭정전은 너무 낡아 아예 옮겨오지도
못하고 새로 지었다. 또한 궁궐지에는 서울역사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들어서 있어서 복원은 요원할 뿐이다. 이러하니 경희궁을 답사하러
가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울 수 밖에......
경희궁 숭정전
숭정전 앞에서 길눈이의 설명을 듣노라니 일제의 만행이 극에
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근자에 들어 정전을 비롯해
일부 건물들을 복원을 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은 복원한
건물들이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비교적 수월하게 궁궐 건물들의 모습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숭정전 안에도 들어갈
수가 있어서 내부 천장도 살펴볼 수가 있다.
숭정전 천장에 조각된 용...
천장에 용 두마리가 여의주를 가운데 두고 다투는 모습이 있는데
길눈이의 설명을 옮기자면 장난감처럼 표현을 해 영 신통찮다고
말한다. 또한 봉황으로 표현해야 옳다는 지적도 한다. 문외한이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용 조각은 조잡한 감이 없지 않다.
태령전 뒤에 있는 굴...샘물이 솟는다
숭정전 뒤를 돌아 자정전과 태령전을 보니 지형에 맞춰 자연을
거스름이 없이 건물을 배치한 솜씨가 돋보인는것 같다. 그러다보니
계단과 축대가 많은데 회랑도 계단식으로 배치되어 있다. 움푹 패인
바위에서 쉼없이 물줄기가 솟구쳐 나오는데 그곳에 포석정처럼
물길과 잔이 머물도록 작은 소를 파 풍류를 즐긴 흔적이 있다.
어찌보면 창덕궁 옥류천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을 주인공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자정전 처마 사이로 본 하늘...잡상들이 멋지네요
하늘을 바라보니 궁전의 처마선 사이로 멋진 여백을 만들고
장마의 여운이 남아있어 파란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모처럼
맑은 날씨와 한여름의 기운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희궁에 핀 여름꽃
곳곳에 핀 여름꽃들-원추리, 나리꽃, 비비추 등이 지친 답사객들을
반겨주고 한마음으로 같이한 일행들 모두에게서 기쁨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우리 곁에 있는 문화재들을 그동안 잊고 지내왔던데에 대한 반성도
아울러 함께 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내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음악도 함께 즐시시길......
파헬벨 - 캐논 / 카나디안 브라스
첫댓글 정동 뒤안길 답사를 야초 선생님 덕분에 잘 했습니다. 자정전 처마 사이로 본 하늘의 사진술은 정말 일품이네요. 음악감상을 하면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이화여고 옛 대문의 단아한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 같다시는 표현이 사진과 참 잘어울리네요.정말 쪽머리에 무명치마 입으셨던 친정 어머니 같은 모습입니다.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서울지역의 유적들을 올려주시니 지난 역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꼼꼼히 올린 사진과 설명을 보면서 한동안 서울답사를 진행했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