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8일에는 3차 안동교구 주관 소성리 평화미사가 있었습니다.
목성동 본당 봉고로 목성동 식구들과 송현동 식구들이 함께 가고, 상주쪽에서 오신 분들,
또 대구에서 늘 오시는 수녀님 한 분과 현지 주민들....
이십 명 조금 넘는 사람들이 손성문 신부님의 주례로 소성리 천막 아래에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2차 때 코로나로 멀찍이서 지켜보셨던 정진석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건강을 되찾아 기타 반주를 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은 소성리 싸움 초기부터 현장을 지키고 계시는 분이시지요.
그런데 이번 미사 중에는 조금 다른 일이 있었습니다.
오전에 미군 유류차가 소성리 천막 앞으로 해서 들어갔다고 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미사 중 성찬례를 막 시작할 때쯤 들어갔던 차량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이 먼저 달려 나가셨고 우리도 모두 나가 깃발을 들고 그들을 막았습니다.
우리 나라, 우리 땅에 미군들이 우리에게 필요치도 않은 사드를 배치해 놓고 또 그 큰 차들이 오가는데
그걸 막겠다고 나서는 국민들을 이 나라 경찰이 막았습니다.
사복경찰과 여경, 인근 경찰들이 나서서 미군차가 지나가도록 우리를 막고 길을 내주었지요.
사실 그곳을 지키는 경찰관들과 소소히 싸울 일이 아니어서 들어와 미사를 다시 이어갔지만
그 잠깐의 일들이 지난 10여년 간 소성리 주민들의 안타까움과 울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나가 싸울 때 뿌리던 비가 미사를 진행할 때는 더많이 쏟아져서 천막 안 바닥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바닥으로 줄줄이 흐르는 빗물이 눈물처럼 보여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 소감들을 나누었지요.
갈리스도 신부님께서 미사 중에 나가서 했던 우리의 행동이 마치 봉헌행위로, 성전 정화로 느껴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늘 참석하시는 목성동의 어르신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야기를 해주셨지요.
초등 5학년 때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유엔군에게 보내는 감사편지를 끝까지 쓰질 않아 벌 섰다고 하셨습니다.
유조차 안의 미군들을 보노라니 그 옛날 유엔군이 왜 고마우냐고 담임 선생님 앞에서 끝까지 고집 부렸던 생각이 나셨다고...
친구분과 함께 나란이 늘 이런 자리에 참석하시는 그 분들이 친구와 함께 간 제게는 더더욱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동네 어르신입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을 비롯하여 이 긴 싸움을 해오신 분들이 그 싸움의 의미와 힘을 내내 잃지 않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