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노래 모음

[김해수(청풍)]

여지없이 11월은 오고만다.
낙엽이 뒹구는 거리...
휑한 나무가지 사이로 헬륨 네온사인이 부서진다.
골목길을 휘휘돌아
발길을 이리저리 옮기지만
내 마음이 쉴 곳은 없다.
아니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두고 왔다.
내 속에는 내 마음이 없다.
이미 텅빈 그 곳에 무엇으로 채울 수 있던가.
버스정류장이 있는 거리로 나섰다.
많은 사람들을 본다.
웃는다.
굳은 표정들.
근심이 쌓인 얼굴들.
내 얼굴이 그 얼굴을 따라한다.
마침 보이는 포장마차에 앉았다.
텅 빈 속을 달래기 위해 우동 국수를 후루룩 마셨다.
옹기종기 앉아 잔을 부딛치며 나누는 이야기들.
삶의 고단한 하루 일과가 파편이 된다.
나도 소주 한 잔 시켰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안주들이 벌겋게 구워져 나온다.
들이킨다. 그리고 씹는다.
쓰다.
바깥을 나와 옷깃을 여미고 다시 골목길로 사라진다.

11월 1일은 11월의 전설이 되어버린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

고 김현식 씨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4년이 되는 해다.

그의 이력을 짧게 살펴보자.
1958년 1월 7일 생.
1975년 명지고등학교 자퇴.
1980년 1집 발표.
1982년 결혼.
1985년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 조직
1987년 마약상용 혐의 구속
1988년 삭발한 채 재기 콘서트
1990년 김현식 5집과 '신촌블루스' 3집 동시 발매
1990년 11월 1일 사망
1991년 63빌딩에서 김현식추모콘서트 열림
1991년 김현식 6집 발매 (유고집).

그의 1집이 1980년12월10일에 발매가 되었다.
그의 나이 22살이 되기 전이다.
그의 앨범이 발표된 후 대한민국의 정국은 알 수 없는 혼란에 빠져버렸다.
그의 노래는 주목받을 틈 조차 없었다.
약 4년이 흐른 즈음에 2집이 1984년 9월 20일에 발표된다.
주옥같은 그의 곡들이 세상에 알려지며 자신의 이름을 세상 속에 알린다.
2집에 실린 곡들을 보자.
"사랑했어요" "회상" "어둠 그 별빛" " 떠나기 전에" "그대 외로워지면"
"바람인 줄 알았는데" "당신의 모습" "너를 기다리며"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변덕쟁이"
그의 노래는 사랑에 관한 노래이며 이별에 관한 노래였다.
한국인 고유의 감성과 정서를 동시대 언어로 풀어내어
한국 대중음악의 한 흐름이 되는 샘터를 그가 파헤쳤다.

1986년 12월 5일에 3집이 발표된다.
3집의 최대 히트곡 "비처럼 음악처럼"이 3집 안에 있다.
그러나 3집에는 이 곡 외에도 무척 좋은 곡들이 있다.
3집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1985년 그룹 '봄 여름 가을 겨울' 조직한다.
그는 팬과 함께 시간과 공간과 호흡을 나누는 콘서트 장에서 노래를 한다.
그의 음악적 여정에 크나큰 시련이 1987년에 발생한다.
마약상용 협의로 구속된 것이다.
그의 음악인생의 최대 고비점이었다.
4집을 다음해 1988년 9월 30일에 발표하고 재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별다른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음악적 고뇌와 방황이 시작된다.
그의 영혼과 몸은 폭음과 함께 지쳐만 가고
1990년 3월 15일에 5집을 발표한다.
5집에 넋두리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음악적 고뇌와 방황, 그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외로움과 고독은 그를 천천히 죽음에 다가 서도록 했는 지도 모른다.
이어서 다음 음반 작업을 하는 중에
그의 몸에 병마가 임했음이 알려진다.
병마와 싸워가는 순간에도 그의 앨범작업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한국적 노래, 한국 발라드의 너무나도 선명한 한 획을 긋고
그는 11월 1일에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 버렸다.
아직 그는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구현해 보지 못한 채
음악적 한을 남겨두고 그렇게 바삐 가버렸다.
이제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 시대의 사랑에 대해 추억한다.

그가 노래한 사랑은 무엇일까?
그의 노래를 듣고있노라면 가슴이 뭉클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리에게 시가 되어 버렸다.
그를 읊으면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의 향취에
마음이 아득해 진다.
그가 그리운 11월이 이렇게 오고 말았다.

01. 사랑했어요 (2집)
02. 어둠 그 별빛 (2집)
03. 바람인줄 알았는데 (2집)
04. 비처럼 음악처럼 (3집)
05. 언제나 그대 내곁에 (4집)
06. 사랑할 수 없어 (4집)
07. 넋두리 (5집)
08. 내사랑 내곁에 (6집)
09. 추억만들기 (6집)
10. 한국사람(연주곡) (4집)








고 김현식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