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먼길....아주 먼길을 다녀왔습니다.
어쩌다 마음을 먹었는지 모를 먼 길이었습니다.
마음이....이랬다 저랬다 하기를 수십번...그래두 이미 먹은 마음이었고
언젠가 한번은 치뤄야할 통과의례쯤으로 생각되었기에 내게는 천군만
마같았던 종민이가 함께 갈수 없다고 했을때 순간 아득해져 옴을 느꼈
지만 그래두 마음 든든이 먹고 떠났던 먼길.....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밤...제대로 잠을 이룰수 없었던 탓에 푸석거리는 얼굴로 제가 챙겨든
1박2일의 여정에 필요한 짐은 아주 단촐했습니다.
조금 큰가방안에다 하룻동안 갈아입어야 할 옷가지와 치약칫솔 그리고
아주 작은 책 한 권.....
미리 차표를 예매해 놓았던 탓에 지난번 영희를 만나러갈 때처럼 허둥
거릴 필요가 없었기에 차분히 내려선 긴 플랫폼에서 서울행 기차가 향
할곳으로 눈이, 그리고 조금은 무거운 내마음이 먼저 길을 떠났습니다.
잠시후, 제가 타야할 기차가 왔고 저는 맑은 햇살과 일렁거리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또 구름이 흘러다니는 파란 대구 하늘의 마지막 배웅을 받
으며 기차에 올랐고 기차는 정시에 동대구역을 떠났지요.
이젠 정말.....할수없이....영희에게 짧은 문자를 남기고.......
긴 한숨을 내쉬며 태연하기위해 가지고 갔던 책을 꺼내 읽어 봅니다.
독일인의 사랑.......막스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심사숙고해서 골랐던 책이
었습니다.
오늘의 여행이 제게 있어 비단 오랜 친구와 은사님의 만남만이 목적이 아
니었기 때문에 어울리는 책을 고르기위해 신경을 좀 썼습니다.
차창의 풍경에 마음을 뺏기지않으려고 창에 블라인드를 내리고 가만가만
읽어내려간 책....네번째 회상이 끝났을까요?....
앞자리 승객 누군가가 올린 차창의 버티칼.....눈에 들어오는 밖의 풍경은
어느새 충청지역이었습니다.
인삼을 재배하는 햇빛을 가리는 검은 차양막이 보였으니까요.
마음이 다시 쿵...하고 들리지않는 소리를 내며 심연의 밑바닥으로 내려
앉더군요.
그렇잖아도 내심 불안불안한 마음인데 비가......아까 대구지역의 파란 하
늘과는 달리 온통 회색빛인 먼 하늘 여기저기서 비를 뿌리고 있더군요.
하지만,그런 마음에 덜미를 잡히고 싶진않아 "괜찮아. 여긴 충청지역일뿐이
니까 난 경기도 광명에 가는거야,거긴 우산 따윈 필요없을거야".하며 마음을
편히 가져보았습니다.
주문이 효과가 있었는지,아니면 옆자리 아저씨의 불쾌한 잠버릇때문이었는
지 금방 헤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기차는 광명역에 도착하고 기차에서 내리면서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두리번 거리며 출구를 찾고 걸음을 옮기는데 울리는 휴대폰
....마중을 나오겠다던 영희입니다.
그녀가 서둘러 나오주었구나...고마운 생각을 하며 받은 전화기 속에서 흘러
나온 영희목소리가 전해준 소식은 뜻밖에도 정원이랑 오고 있는중인데 차가
밀려서 조금 늦을거라는거...대신에 경빈이라는 친구가 미리 나와 있다는 거
였습니다.
아.......뭐 이런 일이...그런데 이상하게도 괜찮았습니다.
이미 난 떠나왔고 떠나온 이상 무슨일이던 직면하는대로 대처해 나가지 않을순
없으니까요.
임경빈.....그래 그녀석이라면 이미 카페안 앨범에서 수도 없이 얼굴울 익혀놓은
터이니 뭐 못 알아볼 걱정이야...하면서 역안을 걸어 나가는데 아니나 다를가 저
멀리 서성이는 한사내가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
다가가 뒤에서 아는 척을 하니 돌아봅니다.
"혹시 임경빈씨!!" 내 갑작스런 물음에 멋쩍은 듯 손을 내밀며 아~하며 알아보는
경빈이녀석의 표정이 이제 생각해 보니 참 순진했던거 같습니다.
잠시후 영희의 전화를 다시 받으며 순애와 순자를 만났고.....그렇게 시작된 이번
여행의 일정은 제게 참 많은,잃어버린것들에 대한 기억들을 찿아주었습니다.
밀리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오가며 경빈이나 순애 순자는 많이 답답했을 것입니다.
물론 저두 그렇긴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의 추스릴 여유가 있어 좋기두 하였습니다.
밀리는 차안에서 순애,순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참 여러번 눈가에 차
오르는 물기를 참느라 애를 써야 했지만 그래두 낯설지 않은 아이들의 편안한 배려
가 있어서 아무렇지 않을수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 영희와 정원이를 다시 만나고 ....정원인 어쩌면 그리도 똑 같던지 흘러간
세월이 무색했습니다.
영희가 탄차와 우리가 탄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어렵사리 도착한 도착한 선생
님 계신 그곳....광천의 광남초등학교는 작고 아담했습니다.
예전 우리들의 개화초등학교도 저랬을까요?....같이간 우리들 끼리의 오가는 정담들
사이로 작은 웃음들이 베어나오고,잠시 후 현관으로 모습을 보이신 양복차림의 중년
신사 한분... 그분이셨습니다....장형주선생님...오랜 세월 그리움으로 묻어두었던....
다시 뵐수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던...야아~너희들..하시며 양팔을 벌이시는 선생님
품에 누가 먼저랄 것두 안겨든 우리는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우리보다 먼저 안정
을 찾으신 선생님의 권유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 선생님의 집무실은 소박했습니다.
그곳에서 우린 또 우릴 위해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해 두신 이벤트에 다시 한번 웃음
꽃을 피우며 과거에로의 즐거운 회상에 잠겼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로 저녁나절 친구들을 직접 만났을때 시간이 조금 덜 낯설어
제겐 너무도 의미있는 선물이 되어주었음을 이 시간을 빌어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
립니다.
젊은 시절의 형형했던 눈빛이 어찌나 유해지셨던지...뵙기에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실은,아무곳에서나 밥을 잘 먹지 못하는데 그 날 선생님께서 사주신 늦은 점심은 참
으로 맛이 있었습니다. 고맙게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두 함께 전해 올립니다.
................................................이런.시간이 어느새................................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할 시간입니다.
저녁에,저녁에 친구들의 이야기들을 다시 써볼까 하는데 모두 개의치는 않으시겠지요..
첫댓글 좋은시간이었고...너의 그 힘들었던 유년시절의 색깔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여행이었길... 친구들과의 이야기 기대된다...
다 자네덕이라고 생각하이.내 언제 기회가 되면 거하게 한 잔 사겠네... 이번에 알았네그려.자네가 주당이라는거....
내가 지원의 입장이 되서 읽어보니 어쩜 그리 세세히 내 맘처럼 표현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즐건 여행 좋았겠다.
그럴까?............................ ......
너의 성격을 아는터라 내심 많이 걱정이 되었지...그래서 전날 쪽지도 보내고~~만났을때 어색하면 어찌해야하나...어린시절 많은 추억은 아니지만 함께 공유하고 자라왔음에 언제나 우린 다정한 친구였다는것을 새삼 느껴본다...
넌 참 많이 난다.사람냄새가...그래서 보는 사람이 즐거워.
지원아 반가웟다 처움 너의 이름이 카페에 올라 왔을때 무쩍 궁금하고 너를 확인하고 십엇었는대 막상 너를 보니 너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볼수 있어 더욱 반가웠고 또 너의 내면에 있었던 친구들에 대한 만남의 두려움이 즐거움이 되었다니 기분좋구 이재는 부담없이 만나고 전화할수 있는 친구로 지내길 바래 본다.
아저씨이~생각보다 날씬해서 좀 놀랐고 성격이 외모만큼이나 너그러워서 무척 편하고 좋았어.친구라....가까이 오래...사귄다??거 참!!
지원아~ 고맙다~너 한테 부여한 숙제(?)를 이렇게 훌륭히 처리해줘서.. 다음편이 기대되는데....
그런 소리 말지...난 어릴때부터 글 쓰는게 제일 싫었어.으~그 무섭기만 하던 표본실.... 하지만 니들한테 쓰는 안부편지 정도는 괜찮다.
지원아! 30년도 넘는 시간이었지만,어린시절 세심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고 새삼 놀라웠어.너의 모습이 무척 궁금했는데,어릴적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더구나...예쁘게 봐줘서 고맙고 너무 반가웠어~~~ 담에 또보자!!!^ㅡ^
넌 정말 변한게 없어서 세월이 그만큼이나 지났다는 실감이 안났었어.알지?
지원아!!미안해,개의치 않은 일로 널 만나러가지 못했군아,너희들을 안 만나서 그런지 난 지금 감기가 왕창 걸려 있단다..나도 처음 친구들 만날때 너의 마음과 같이 설램반 떨림반이었단다.근데 막상 만나니까 매일 봤왔던 친구들같이 느껴 지더라..우리가 그만큼 친구들을 보고싶은 마음이 애틋해서 그런가보지?
웬 감기? 빨리 떨치고 일어나야지~
그래야지!!
미안해 하지 마.....내가 나중에 시간 더 많이 뺏으러 갈지도 모르니까말이야...
시간 뺏으러 미국으로는 안오나?
갈려면 못갈것두....근데 안가는게 아니구 못 가.난 지독한 겁쟁이라 비행기 절대... 안 그랬으면 내가 너보다 먼저 미국 갔을걸..90년쯤해서 워싱턴 D.C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