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인성 치매에 대한 기독교상담
치매는 인지기능의 손상으로 인지왜곡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노인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할지라도 기독교상담자는 그를 인격체로 보아야 한다.55) 이에 대해서는 존스(Gareth D. Jones)가 “만일 나의 두뇌가 손상된다면 나는 이전보다 무책임해 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반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비참하게 제약받을 것이며 어쩌면 그것조차 인식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한 인격체이다.”56)라고 한 진술은 치매환자를 보는 신자의 시각이어야 한다.
1) ‘품위있는 노화’ 준비
핼펀(Howard A. Halpern)은 치매와 같은 이상행동을 포함하여 권태, 피로, 무력감, 무능, 혼돈, 신체적 징후, 근심, 인간관계의 혼란, 가족관계의 혼란 등을 노인성 위기로 보았다.57) 노년기를 하나의 발달 위기로 본다면 이는 예측이 가능한 위기이므로 노년기 이전에 미리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이 온전할 때 교만, 시기, 질투, 의심, 분노, 나태, 음란, 탐욕, 탐식 등을 다스리며 경건생활에 전념하는 영성훈련이 필요하다. 정신이 온전할 때 신앙고백과 찬양 등 경건의 훈련이 중요하다. 노인성 치매로 인해 노년에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지 못할 때가 오기 때문에 심신이 온전할 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야 한다. 전도서 12장 1절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라고 기록된 말씀처럼 우리에게 반드시 찾아오는 ‘곤고한 날’을 준비하기 위해 무의식 저변에까지 침투하도록 하나님을 묵상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즉 인지행동치료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침투적 사고’를 형성할만큼 반복적인 경건훈련을 가져야 한다.
노인성 치매는 만성질환이므로 그 가족은 인적, 물적, 시간적,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지속적으로 지니게 된다. 치매 당사자는 생의 마지막 기간에 인간적인 삶의 질과 품위를 떨어뜨리며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근래 우리 사회는 ‘well being’을 주장하며 건강하게 존재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었다. 그러다가 ‘well dying’을 주장하며 건강하게 잘 죽어 생을 아름답게 마치는 것에 대한 주의가 집중되었었다. well being과 well dying 사이에 well aging이 필요하다. 즉 건강하게 늙는 것에 대한 이해가 보편화되어야 한다. 기독교신자들은 품위있는 고상한 노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신자에게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 ‘품위있고 고상한 노화’란 경건생활을 의미한다.
2) 치매환자를 위한 기독교상담 방안
노인성 치매는 일반적으로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주로 다루는 증상들, 즉 우울, 불안, 공포, 좌절, 강박, 시기, 질투, 분노 등을 포함하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며, 여기에 불신앙 언행까지 나타나는 것으로서 노년에 겪게 되는 불행한 증상이다. 웰치는 노인성 치매환자는 뇌기능 이상으로 인지가 왜곡된 것은 분명하지만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상담하면 그들의 마음문이 열리고 복음에도 반응한다고 주장하면서 70세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58)
그녀는 환청이 매일 계속되었다. 상점에 가면 가족을 떠나 방황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TV를 크게 틀었다. 항상 전기난로의 불을 끄는 일을 잊었다. 밖에서 방황하지 못하도록 바깥문에 빗장을 쳐 그녀를 집안에 가두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치매에 있어 다음 특성은 정말 놀라웠다. 지적 능력의 저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복음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녀가 가장 분명하게 할 수 있는 말은 “나는 너희들의 예수가 필요가 없어!” 이런 일은 계속되었다. 어느 날 예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도중, 그녀는 일시적으로 무자각 상태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리고 “내가 옛날 친구들에게 못할 짓을 한 거, 용서받고 싶구나”라고 말했다. 딸과 사위는 이 순간을 붙잡았다. 그리고 십자가로 표현되는 예수님의 용서하심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녀는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치매가 그녀에게서 대화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에 그녀가 말로 신앙을 표현하는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 중 예수를 믿지 않던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기쁨과 태도에 깃든 평안에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심오한 영적 진리를 드러내는 산 증거가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미첼(C. B. Mitchell)과 오르(R. D. Orr) 그리고 살라데이(S. Salladay)의 연구결과에서도 치매환자들은 자신을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에게 호의적으로 잘 반응한다는 보고가 있다.59) 노인성 치매로 인해 인지기능 장애가 생겼다 할지라도 가족을 포함한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므로 치매노인이 사랑받고 있으며 돌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확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60) 치매뿐만 아니라, 어떤 심리적 증상이든 그것을 치료, 회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61) 치매노인의 말이 다소 비논리적이라 할지라도 가족 및 상담자는 그의 내적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관심사를 경청해줌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공격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방법이다. 즉 헛소리처럼 들리는 비이성적 언어라고 할지라도 즉각 그것을 거부,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수용한 후, 현실감각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62) 치매환자를 직면시키려는 것은 좋은 상담방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가족은 치매노인을 정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고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비논리적인 헛소리 같은 말을 자주 하기 때문에 대화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말일지라도 치매환자의 말에는 대꾸하기를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치매환자는 온전한 인격을 가진 상태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질병 상황에서 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가족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인내이다.
노인성 치매에 있어서 뇌세포의 파괴는 지속적이며, 급속도로 발생하기 때문에 구원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면 치매가 나타났을 때 가족들은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포(Harold W. Faw)의 주장에 따르면 두부 손상 등으로 뇌기능 장애가 발생했을 때 시간이 지남으로써 인지기능이 점점 더 떨어지기 때문에 방치해서는 안 되고 서둘러 위험에 빠지기 전에 복음으로 인도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63) 노인성 치매를 비롯한 심각한 질병을 가진 노인들 가운데 40% 이상이 신앙은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말하고 있다.64) 노인성 치매환자도 기독교상담학에서 볼 때 당연히 돌봄이 베풀어져야 마땅한 상담 대상으로서 인간이다. 어린아이에게 기도를 가르치듯 이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야 한다. 기도는 기독교상담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치유의 방편이기 때문이다.65) 의과대학 교수로서 영성과 신앙을 연구한 킹(Dana E. King)은 정신분열증 환자라고 할지라도 기도와 성경읽기가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치료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66) 이는 치매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항이다.
정상적인 노인이라 할지라도 글로 표현하는 문어적(literary style) 활동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치매노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은 노인에게 적합한 치료적 활동이 될 수 있다. 언어를 통한 지식의 인출작업 및 내면세계의 노출은 치매노인의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치매노인에게 담화를 통한 치료적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선행연구 결과들이 제기하고 있다.67) 즉 훈련에 의해서 치매노인은 점차 논리적으로 잘 정렬된 방식으로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치매노인으로 하여금 의사소통 능력을 갖도록 하여 그들이 생을 마칠 때까지 기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국 여성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신앙과 질병에 관한 연구조사에서 노인들이 자신의 질병을 다루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91%가 기도라고 보고했으며, 또한 노인환자 중에서 기도의 지원을 받은 사람은 일반 환자보다 치료나 회복이 빨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68) 국내에서도 치매노인에게 언어기능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고 상당히 긴 언어를 산출해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69)
인간은 죄인이며 죄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주장이지만, 뇌질환을 앓는 사람도 예수 그리스도에게 반응하며 그의 경건이 드러날 수도 있다. 웰치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72세 여성을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말도 못하고, 자녀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녀는 늘 기쁨 가운데 가득 차 있고, 자비롭고, 친절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해요” “나는 예수님을 사랑해요”라는 말을 하고 있다. 뇌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잃지 않는 이 여성의 모습에서 노인성 치매가 무조건 불신앙적 언행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