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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에게 염소나 음식, 의약품 같은 현물보다 현금을 주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기독교 빈곤 전문가들이 확신하는 이유
PHOTO ILLUSTRATIONS BY STUART FISHER |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성탄절 전통이다. 우리는 양을 껴안은 행복한 아이들 모습을 담은 하이퍼 인터내셔널Heifer International이나 월드비전, 컴패션 같은 비영리단체의 선물 카탈로그를 보고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으로 가난한 나라들에 기부를 한다.
그 케냐 염소를 계기로 우리 가족의 성탄 전통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은 해마다 염소, 젖소, 물소 등으로 품목을 바꾸었지만, 결과는 늘 같다. 부모님이 가족들 이름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가축을 구입하면, 해당 단체에서는 그 가족에게 현금을 주어 쓰고 싶은 곳에 사용하게 했다. 이런 과정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유발한다. 우리는 돈 문제에서 가난한 사람들보다 서로를 더 신뢰하는가?
선물 카탈로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여자 아이들에게 병아리를 사주는 것보다 더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전달할 때 우리가 느끼는 무언의 딜레마를 해결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금은 수혜자들에게 가장 폭넓은 선택의 자유를 주기는 하지만, 이들이 돈을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보다는 염소가 안전한 선택인 것 같다.
그리스도인 경제학자인 나도 이런 딜레마를 느끼는데, 서로 대조적으로 보이는 신약성경의 가치관이 일부 그 이유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너에게 달라는 사람에게는 주고”(눅6:30)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고 가르치시지만, 상대를 조종하는 행동에는 선을 그으신다(마12:46이하; 16:23; 눅23:8-9).
마찬가지로, 바울도 그리스도인들에게 “후하게 헌금하라”(고후9:11)고 권면하고, “하나님은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고후9:7)라고 기록한다. 반면,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는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 하고 거듭 명하였습니다.”(살후3:10)
후하게 베푸는 것과 책임 사이에는 성경적 긴장이 있는데, 이는 자비와 정의라는 좀 더 보편적 긴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무엇이 적절한지를 분별할 때 이런 긴장 가운데 대조적 가치관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그리스도인의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영적 성숙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우리 마음을 확장할 뿐 아니라 지성도 개발해야 한다.
선물 카탈로그가 권유하는 ‘현물’ 기부는 경제학 전문용어로 ‘도덕적 해이’라는 것을 다루는 방법이다. 도덕적 해이란 수혜자가 기부자가 원치 않는 방식으로 돈을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맡길 만큼 상대를 신뢰하지 않을 때 현물을 기부한다. 내가 딸아이에게 성탄 선물로 자전거를 사줄 때는 아이가 자전거를 원해서이기도 하지만, 아이에게 돈을 주면 비디오 게임을 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원치 않는 결과다.
미국에서는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4년에 식품구매지원법Food Stamp Act에 서명한 이후로 도심 빈곤층에 현물을 기부하는 것이 제도화되었다. 이를 이어받은 식비보조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은 4400만 미국인에게 한 달 평균 125달러를 식품 지원 형태로 제공한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다른 나라의 빈곤을 돕고자 잉여 곡물이나 (개인 차원에서는) 가축을 보내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후원금을 술 담배에 허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받은 현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두고 오랫동안 연구했다. 인디언 카지노의 수익이 얼마간 단서를 제공해주는 듯하다. UC 버클리의 효과적 글로벌 액션 센터Center for Effective Global Action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UCLA 경제학자 랜디 아키는 인디언 도박에서 나온 현금이 미국 원주민에게 미치는 효과에 대해 연구했다.
아키와 동료 연구자들은 카지노 수익 분배에 따라 1996년에 매년 1인당 평균 4000 달러를 받기 시작한 이스턴 체로키 인디언 보호구역의 가족들을 관찰했다. 이웃에 사는 비인디언 어린이들과 비교해보니 체로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지급된 추가 수입 덕분에 추가로 평균 1년 더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현금 지급은 십대 범죄율도 22퍼센트 낮춰주었는데, 부모의 범죄율이 낮아진 데 따른 결과인 듯하다.
작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가난한 이들에게 현금을 지급한 초기 활동, 곧 1911년부터 1935년까지 운영한 어머니연금프로그램Mothers’ Pension Program의 장기 효과를 살펴보았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아동들은 이 혜택을 받지 못한 어머니의 자녀들보다 교육을 많이 받고, 훨씬 더 건강하며, 더 많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증거가 있는데도, 사람들은 현금을 받은 이들이 노동 의욕을 상실할까봐 염려한다. 미국인들은 오랫동안 근면과 자립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겼고, 이는 미국 문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1840년에, 알렉시 드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물려받은 유산이 없는 (미국의) 민주 시민들은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노동은 존중 받아야 한다. 편견은 노동에 불리하지 않고 오히려 유리하다.
근면과 자립이라는 가치는 칭찬할 만하지만, 기부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행동경제학자 파멜라 재키엘라는 케냐인과 미국인을 비교하는 흥미로운 실험에서 이를 잘 보여주었다. 그녀는 케냐와 미국 양국의 피험자들에게 돈을 얼마간 지급했다. 일부는 과제를 완수하여 돈을 받았고, 일부는 그냥 돈을 받았다. 그런 다음, 각 피험자는 받은 돈 중에 얼마를 무작위로 선택된 또 다른 피험자에게 기부할지를 외부의 강요 없이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이, 케냐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훨씬 더 인심이 후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케냐 피험자들의 기부 액수가 돈의 입수 방법과는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기부에 인색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었을 경우에는 더 인색한 경향을 보였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케냐와 비슷한 나라들에서 이런 기부 문화 때문에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번 돈을 대부분 기부해야 한다면, 도대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미국인들은 자신이 번 돈을 스스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웃에 대한 책임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런 자립 문화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유럽의 전면적 사회복지 제도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성향은 부분적으로는, 1960년대의 복지 프로그램이 의도는 좋았을지 몰라도 복지 제도에 의존하는 게으름뱅이들을 양산해냈다는 만연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주면, 일은 안 하고 무책임한 습관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노동경제학 분야의 최신 연구는 이런 고정관념의 사실 여부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프린스턴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라이스와 공저자 재 송은 1970년대 시애틀-덴버 생활 보조금 실험의 장기 효과를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는 두 도시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수천 가구에 3~5년간 2만 6000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보장해주고, 이를 초과한 수입에는 상당한 세금을 부과했다.
현금을 받은 뒤, 성인 노동 시간은 12퍼센트 줄었고, 이 가구들은 생활 보조금을 받지 않은 가구보다 연간 1600달러를 덜 벌었다. 뿐만 아니라, 실험이 끝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생활 보조금을 받은 가구들은 연간 1800달러를 덜 벌었고, 장애급여를 신청할 가능성이 다른 가구들보다 더 높았다.
복지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이 일을 그만둔다는 인식을 부분적으로 반영하여, 1996년 클린턴 행정부는 복지 혜택을 제한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경제학자들은, 개혁 이후에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 참여, 특히 이민자와 더 엄격한 개혁을 단행한 주에서 노동 참여가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현금에 기초한 복지 프로그램이 부모의 노동 의욕을 저하시켜 아동을 위해 마련한 복지 혜택을 약화시킨다는 증거가 일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런 증거는 전 세계의 빈곤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요즘 개발도상국의 빈곤 해결책으로 인기를 끄는 방법이 ‘조건부 현금 지급 프로그램’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정기 건강검진을 받게 하는 조건으로 달마다 어머니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 접근법은 빈곤 아동 교육에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들에게 음식과 집세, 기타 생필품에 드는 현금도 추가로 지급한다. 세계 최대 조건부 현금 지급 프로그램인 멕시코 프로그레사Progresa가 대성공을 거두자, 세계은행을 비롯한 자금 제공처들은 여러 개발도상국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조건부 현금 지급이 이렇게 성공적이라면 조건 없는 현금 지급이 빈곤을 줄이는 데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아해 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9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박사 과정에 있던 복음주의 그리스도인 폴 니하우스는 몇몇 급우들과 함께 기브디렉틀리GiveDirectly를 설립했다. 이 비영리단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빈곤 퇴치 전략, 곧 극빈층에 현금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나는 니하우스가 샌프란시스코 대학교를 방문하여 교수진과 대학원생들에게 기브디렉틀리 운영 방식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이 자선단체는 기부자의 현금을 일평균 생활비가 0.65달러인 케냐와 우간다의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보낸다. 지역 담당자가 집 짓는 데 사용된 재료에 기초하여 개별 가구에 현금을 전달한다.
하버드와 MIT 출신인 이 단체 설립자들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기부금 1달러당 경상비를 7센트 이하로 절약한다. 기브디렉틀리는 보안 문자 입력, GPS 데이터, 위성 영상, 크라우드 소싱[대중과 아웃소싱의 합성어로, 대중의 참여로 솔루션을 얻는 방법] 등을 활용하여 신원을 검증하고 부패를 예방한다. 기부자의 현금은 엠페사M-Pesa라는 동아프리카 회사를 통해 빈곤 가정에 전달된다. 엠페사는 휴대폰 기반 지급 서비스로, 굉장히 편리하고 흔해서 늘 이동하는 목동들도 이용하고 있다. 수혜자들은 1년에 세 차례 전자화폐로 배당금을 받는데, 금액은 총 1000달러 정도다. 이런 식으로 기브디렉틀리는 케냐와 우간다, 르완다의 극빈층에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송금한다.
기브디렉틀리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고상하기는 하지만 너무 대담한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처럼 나도 당근과 채찍에 집착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현금 지급에는 당근도, 채찍도 없다. 혹시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공짜 돈을 오용하지는 않을까?
니하우스가 〈아이엔씨〉Inc와의 최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국제 개발에서 알려지지 않은 한 가지 사실은, 국제 빈곤 종식을 위해 애쓰기 시작한 첫 50년 동안에는 우리의 사고를 실험적으로 검증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야 진지하게 그 일을 시작했죠. 우리가 확실히 안다고 생각한 내용을 비로소 시험대에 올려놓게 된 것입니다.”
기브디렉틀리는 이런 유형의 시험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권위 있는 경제학 학술지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의 최근 발표된 엄격한 연구에 기브디렉틀리의 접근법이 소개됐다. 기부금을 받고 나서 1년 후, 실험 대상 가구들은 자산이 58퍼센트 증가했다. 수혜자들은 받은 현금을 사용하여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거나 (시골에서는) 가축 규모를 키웠다. 우리가 동아프리카 시골에서 기대한 바로 그 모습이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가축이 부의 척도요 소비의 원천, 보장 수단, 명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니하우스는 현금 지금의 증거가 확실히 긍정적이라고 본다. “개발 전문가들은 이런 증거를 보고 한 걸음 물러나 이렇게 질문할 겁니다. ‘이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정말 내가 필요한가, 아니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통제권을 더 넘겨주고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하는가?’”
기브디렉틀리 홈페이지에는 현금 수혜자들의 가감 없는 이야기가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내가 홈페이지에 접속한 날의 가장 최신 글은 케냐에 사는 32세 조이스의 사연이었다. 남편을 잃고 혼자인 조이스는 현금 지원을 받기 전에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의약품을 살 형편이 아니었다. 조이스는 기브디렉틀리 활동가들에게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기분 좋은 시간이에요”라고 말했다. 조이스는 고아가 된 조카를 입양하여 보살피고 있지만, 아이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신발이나 교복을 사줄 돈이 없었다.
조이스는 처음 지급 받은 현금으로 약을 구입하여 건강을 챙겼다. 두 번째 지원금으로는 조카에게 교복을 사주고 수업료를 내고, 올케의 장례식 비용을 댔다. 나머지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로 했다. 다른 사연들도 꼼꼼히 읽어보니 사람들이 받은 돈으로 군데군데 집수리를 하고,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치고, 맨 땅에 펼 이부자리 등을 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염소와 소를 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여기서는 가축 구입이 최고의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기브디렉틀리의 연구는 현금 수혜자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정신 건강도 더 좋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아이들이 배가 고파 잠자리에 드는 날도 42퍼센트나 줄어들었다. 각 가정의 구매력도 모든 품목에서 좋아졌는데, 술과 담배 같은 ‘기호품’만 예외였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빈곤층 현금 지급을 조사한 2014년 세계은행의 대규모 연구 결과도 같았다. 가난한 가족들은 현금 지급의 결과로 기호품을 더 많이 구입하지 않았다.
미국 노숙자들에게 지급한 현금의 상당 부분이 술과 담배 구입에 사용된다는 증거가 있지만, 해외 빈곤층에 현금을 지급했을 때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개발도상국 빈곤층에 대한 현금 지급은 전통적 복지 프로그램이 미국 내에서 나타낸 것과 같은 부작용을 예방한다는 증거가 많다.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현금은 어린이의 영양 상태와 건강, 학교 교육에만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노동과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권장하는 듯하다. 실제로, 6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MIT 경제학자들의 최신 연구는 현금 지급이 가난한 해외 국가들에 노동 의욕 상실을 가져온다는 데 대한 식별 가능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현금 지급은 유리한 증거가 충분하다. 기독교 최대 비영리 개발 단체 월드비전은 핵심 사업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20개국 이상에 현금을 지급한다. 현금 지급이 다른 구호품 지급보다 비용이 30퍼센트까지 저렴하다고 말하는 이 단체는 치안이 양호하고 지역에서 음식을 비롯한 다른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곳—고위험 지역에서는 어려운 일이다—에서는 모든 인도적 지원의 절반을 현금으로 전달해왔다.
월드비전 현금 프로그램 수석 자문 위원인 벨리트 테메스전은 “우리는 현금 지급 프로그램을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도구로 보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월드비전 현금 프로그램은 가난한 이들에게 조건을 걸고 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고, 아무 조건 없이 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다. “현금 지급은 가난한 가정이 생계를 유지하고, 회복력을 확대하고, 이주를 줄이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월드비전의 현금 및 현금 바우처 지급은 2012년에 370만 달러에서 2017년에는 1억 1000만 달러로 최근 들어 급속도로 늘어났다. 지급되는 돈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재난 이후나 기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신 등 일촉즉발 상황에서 음식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테메스전에 따르면, 월드비전에서는 이런 현금을 정부 기금이나 기타 보조금에서 충당하지만, 아동 후원 프로그램이 긴급 구호가 필요한 응급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경우에는 아동 후원금에서 기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현금 지급 프로그램은 즉효를 낼 수 있다. 르완다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어느 콩고 사람은 연구자들에게 말하기를,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가 되기 전에는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기다려서 형편없는 음식을 받았다고 했다. “현금 지급을 받자 조금 더 편해졌어요. 이제는 같은 날에 각자 핸드폰으로 돈이 지급돼요.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사먹을 수 있죠.”
기브디렉틀리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처럼, 월드비전에서 현금을 받은 가난한 가정들은 자기 뜻대로 돈을 사용할 수 있고, 실제로 많은 가정이 그렇게 한다. 예를 들어, 짐바브웨 프로그램을 보면, 현금 수혜자인 다섯 가정 중 한 가정은 돈을 저금하거나 비누, 교육, 의료비, 농장 도구 등 음식이 아닌 다른 생필품에 사용한다.
확실히 이런 접근법에 대한 의문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다. 계속해서 현금을 지급하면 의존성이 커지지 않을까? 최근에 기브디렉틀리는 케냐의 수천 가정에 10년간 최소한의 기본 소득을 지급하는 무기한 지급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지속적 현금 지급이 이들의 빈곤 탈피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의존성을 키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게다가, 아무도 현금 지급이 세계 빈곤을 해결할 묘약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정부의 부패나 깨끗한 식수와 전기 등 공공 사회기반시설 공급 등 현금 지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중대한 거시 경제적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종합한 증거를 본다면, 나는 해외 빈곤층에 대한 단기 현금 지급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최소한 중단기적으로는, 현금 지급이 빈곤을 줄여준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현금 지급은 다양한 ‘현물 지급’ 프로그램을 둘러싼 많은 비용이 드는 요식 절차를 피해 간다. 현금 지급이 해외 빈곤층의 노동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으며, 이들이 받은 돈을 기호품에 낭비하지 않는다는 구체적 증거가 많다.
마지막으로, 현금 지급은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만연한, 가르치려드는 접근법을 방지해준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가난한 사람들 대신 결정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이런 식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통제력을 주어서 인권을 존중하고 고양한다.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고 가난한 이들의 권한을 길러주는 이런 접근법은 우리의 지지를 받을 만할 뿐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연말연시에 더 즐거이 나누려는 동기를 부여해야 마땅하다. 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