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차 10대 중 8대는 대우차다. 영업용 택시는 거의 대우 마티즈다. 1991년 대우가 자동차공장을 세운 뒤 부도가 나면서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인수했지만 여전히 대우 마크를 단다. 한류 열풍도 거세 TV에선 '해신' '주몽'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방영된다. 나훈아의 '갈무리', 노사연의 '만남'은 휴대폰 벨소리로 인기가 높다.
▶"카레이스키(고려인)를 본받자".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고려인의 근면성을 배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대통령이 된 그에게 자본주의 교육을 시켜준 가정교사가 재미 경제학자 방찬영 박사였다. 사유재산이 없던 노동자들에게 일한 기간과 경력에 따라 쿠폰을 나눠 줘 그걸로 주택이나 공장을 구입하게 한 그는 '닥터 뱅'으로 통한다. 카자흐스탄은 '원소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기호는 다 있다'고 할 정도로 자원부국이다. 그 나라가 한국식 '고도 압축성장'을 배우겠다며 한국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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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엔 이름이 '스탄'으로 끝나는 이슬람문화권의 5개 국가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다. 스탄은 페르시아어로 '땅', 또는 '나라'란 뜻이다. 우리와 4000~5000㎞ 떨어진 먼 나라들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엔 7세기 고구려 사신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이들 국가의 거리 노점상엔 한국산 '에쎄' '파인(솔)' 담배가 인기 상품이다.
▶스탄 국가엔 '고려인'으로 통하는 우리 교민이 32만명 산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극동 러시아에서 집단이주했다. 교민들은 비가 적게 내리는 기후조건에서 저수지를 만들어 벼 재배에 성공했다. 이들은 추석날이면 증편(송편)을 만들어 먹고 통닭·물고기·능금을 제사상에 올렸다. 요즘은 그런 풍속도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냥 산소에 갔다오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박5일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을 마치고 14일 돌아왔다. 그 뒤를 이어 '스탄' 3개국의 무용단이 한국을 방문해 20일까지 문화축제를 연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실크로드재단'이 만들어져 이들 나라와의 본격 문화교류가 기대된다. 실크로드 비단길을 상품만 아니라 문화와 스포츠 교류가 오가는 유라시아의 비단길로 부활시켜야 한다.
(출처 : 조선일보, 2009. 05. 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