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어찌나 바람이 불어대는지 무서울 정도로 소리가 크더니 아니나다를까 제주도에는 새벽부터 강풍경보에 이어 특보까지 날아옵니다. 기온은 높고 날씨는 화창한데 사람까지 날려버릴 듯 바람이 불어대니 오름이나 바다는 위험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참에 올레길을 걷지는 못하지만 제주도 전체를 차로 돌아볼 요량으로 서둘러 나왔습니다. 리틀준이가 얼마나 차를 태워주어야 만족해할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3D기능향상을 위해 (이미 기능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지만)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게 차창을 통해 밖의 풍경을 보는 것입니다. 본인의 특별한 노력없이 차가 달릴 때 창 밖만 지켜보아도 풍경이 계속 움직이면서 스쳐지나기에 3D기능이 약한 아이들은 차타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게 됩니다.
초기에 리틀준이를 맡았을 때는 차만 타면 자더니 차츰 개선되서 오늘 무려 7시간을 달렸는데 잠든 시간이 30분도 안됩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오늘 성산에서 출발할 때는 강풍이지만 화창한 날씨였는데 제주시를 넘어 서쪽 한림으로 가니 비가 뿌려댑니다. 돌아올 때 1100도로 타고 오는데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짙은 안개때문에 차들이 엉금엉금갈 정도입니다. 강풍+화창함+보슬비+짙은 안개, 제주도 특유의 날씨 4종 세트를 오늘 다 보았습니다.
애월 지나 해안도로 타고 곽지해수욕장에 오니 모래사장이 너무 좋아 아이들 놀기좋습니다. 그럼에도 파도도 거세고 밀물 밀려오는 속도가 장난이 아닌데 완이가 자꾸만 더 깊이가려고 해서 지켜보기가 조마조마합니다. 완이가 혹시라도 바닷물에 뛰어들까봐 어찌나 목놓아 완이를 불러댔는지 목이 다 아픕니다. 녀석, 그래도 요즘은 이성이 많이 작동합니다.
한림에 액티스파크라는 다양한 종류의 암벽타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완이가 하도 높은 곳을 좋아하니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보았는데요, 장애친구라고 하니 어떻게하든 잘 해주려고 직원들이 친절하게 해주는데 완이가 마음은 땡겨하나 용기가 없는 듯 자꾸 뒤로 뺍니다.
이걸 하기위해서는 양말과 그 곳에 준비된 신발까지 신어야 하니 때로 이런 절차들이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냥 한번 테스트나 해보았으면 좋겠는데 발달장애라는 것이 그야말로 장애가 되네요. 세상에 흥미진진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제대로 즐길 준비가 안되어있으니 다 무용지물이죠. 한 쪽 편에 있는 키즈짐을 가자고 해도 무반응... 매표소 입구 매점에서 과자나 집어서 가자네요.
다음번에는 제가 직접 같이 해봐야 되겠습니다. 신발신기가 되어야 할텐데 왜 이리 안되는게 많은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몇몇 꼬마녀석들이 얼마나 대차게 올라가고 내려오는지 너무나 멋져보입니다. 참 멋진 시설인데 못내 아쉽습니다.
제주도를 다 돈 것도 아닌데 무려 7시간을 돌아다녔습니다. 여기저기 올라가보고 싶은 오름들은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언제 다 밟아보려는지... 이제 제주도 한달살이도 절반을 넘기고 있습니다.
리틀준이의 폭발적인 웃음과 기분좋은 제스처들은 오늘 완전 만족했다는 의미이겠지요. 아직 물이나 우유를 마실 때도 마무리를 못해 질질 흘리면서도 빨대 사용을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놓친 세월을 만회하는 건 때로 불가능하기도 해서 의지와 상관없이 탄식으로 끝나는 것도 참 많습니다. 리틀준이에게는 그런 점이 참 많기도 하네요...
첫댓글 아,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우리 자스 친구들 정말 짠합니다. 대표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