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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시인이신 이환 님의 "아무것도 해석되지 않는 문장"이라는 시집 중에 (텀블러)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텀블러
아무에게도 해독되지 않는 문장이고 싶다
한번의 만남으로 전부를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건 오산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스타일과 내용을 바꿀 수 있다
한발 다가가면 한발 멀어지고
멀어지는 순간 가까워진다
나는 당신이 오독이 즐겁다
그것은 나의 전략
눈빛이 달려오는
달콤한 긴장,
일은 그때부터 시작되지만
입술이 닿는 순간 틀렸음을 직감한다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고 다른 세계를 담는다
나의 묘약은 구름과 달비을 조제해서
당신을 녹여내는 것,
당신은 자꾸 빗나간다
터져버린 후 검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나올 때
당신은 나의 본색을 알아차린다
나는 뚜껑이 열리지 않는 불량 텀블러다
"아무것도 해독되지 않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시를 읽고 해석이 된다면,
이 시는 실패한 시 일까?
보이지않는 것을 그리는 게 현대미술의 미학적 특징이라면
설명할 수 없는 얘기를 쓰는 게 현대문학의 "반대의 미학"이다
실수로 도화지에 엎질러진 물감이 작품이 되진 않지만
잭슨 폴록이 흩뿌리면 작품이 된다
살아있다면 노벨상을 받았어야 할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에 나오는 첫문장은 무려 261글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환 시인이 말하는 "아무에게도 해독되지 않는 문장"은 어쩌면 이를 이르는 게 아닐까?
영원한 숙제다
사랑을 얻고 용서를 구하기 보다 이해하는 일이 더 힘든 까닭은
양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론 깊은 침묵이나 긴 기다림만이 여기에 대한 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작전이 많으면 경기가 꼬이고 논설이 길면 주장이 흐려진다
세상에 근원적인 진리는 없다
다양한 해석으로 진리에 다가갈 뿐....
여기에 박태원의 단편 방란장주인 전문을 싣는다
5,55글자에 달하는 길고긴 한문장으로 이루어졌다
한문장이지만 엄연히 단편소설이다
kbs스펀지의 김경란 아나운서가 읽는데만 21분이 걸린 긴 문장이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방란장주인
그야 주인의 직업이 지업이라 결코 팔리지 않는 유화油畵 나부랭이는 제법 넉넉하게 사면 벽에가 걸려 있어도, 소위 실내장식이라고는 오직 그뿐으로, 원래가 삼백 원 남짓한 돈을 가지고 시작한 장사라, 무어 찻집답게 꾸며 보려야 턱도 없이, 다탁과 의자와 그러한 다방에서의 필수품들까지도 전혀 소박한 것을 취지로, 축음기는 자작子爵이 기부한 포터블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모든 것이 그러하였으므로, 물론 그러한 간략한 장치로 무어 어떻게 한밑천 잡아 보겠다든지 하는 그러한 엉뚱한 생각은 꿈에도 먹어 본 일 없었고, 한 동리에 사는 같은 불우한 예술가들에게도, 장사로 하느니보다는 오히려 우리들의 구락부와 같이 이용하고 싶다고 그러한 말을 하여, 그들을 감격시켜 주었던 것이요, 그렇기에 자작은 자기가 수삼 년간 애용하여 온 축음기와 이십여 매의 흑반 레코드를 자진하여 이 다방에 기부하였던 것이요, 만성晩成이는 또 만성이대로 어디서 어떻게 수집하여 두었던 것인지 대소 칠팔 개의 재떨이를 들고 왔던 것이요, 수경水鏡선생은 아직도 이 지방의 녹하가 결정되지 않았을 때 그의 조그만 정원에서 한 분의 난초를 손수 운반하여 가지고 와서 다점의이름은 방란장芳蘭莊이라든 그러한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의하여 주는 등 이 다방의 탄생에는 그 이면에 이러한 유의 가화미담이 적지 않으나, 그러한 것이야 어떻든, 미술가는 별로 이 장사에 아무러한 자신도 있을 턱 없이, 그저 차 한 잔 팔아 담배 한 갑 사먹고 술 한 잔 팔아 쌀 한 되 사먹고 어떻게 그렇게라도 지낼 수 있었으면 하고, 일종 비장한 생각으로 개업을 하였던 것이, 바로 개업한 그날부터 그것은 참말 너무나 뜻밖의 일로, 낮으로 밤으로 찾아드는 객들이 결코 적지 않아, 대체 이곳의 주민들은 방란장의 무엇을 보고 반해서들 오는 것인지, 아무렇기로서니 그 조금도 어여쁘지 않은, 그리고 또 품도 애교도 없는 미사에 하나를 보고 온다든 그러할 리가 만무하여, 참말 그들의 속을 알 수 없다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새삼스러이 너무나 간소한 점 안을 둘러보기조차 하였던 것이나, 그것은 어쩌면 자작이 지저갛였던 바와 같이, 이 지나치게 소박한 다방의 분위기가 도리어 적지않이 이 시외 주민들의 호상好尙에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그것도 분명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모두들 그럴 법하게 고개를 끄덕이었고, 하여튼 무엇때문에 객이 이 다방을 찾아오는 것이든, 한 사람이라도 더 차를 팔아주는데는 아무런 불평이나 불만이 있을 턱 없이, 만약 참으로 이 동리의 주민들이 질박한 기풍을 ㅇ호하는 것이라면 결토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를 털어서 상보 한가지라도 장만한다든 할 필요는 없다고, 그래 화가는 첫달에 남은 돈으로 전부터 은근히생각하였던 것과 같이 다탁茶卓에 올려놓을 몇 개의 전기 스탠드를 산다든 그러지는 않고, 그날밤은 다 늦게 친구들을 이끌어 신주쿠로 스키야키를 먹으러 갔던 것이나, 그것도 이제 아서 생각하여 보면 역시 한때의 덧없는 꿈으로, 어이 된 까닭인지 그 다음날 들어서부터는 날이 지날수록에 영업 성적이 점점 불량하여, 장사에 익숙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새삼스러이 당황하여 가지고, 어쩌면 이 군처에 끽다점이러고는 업다가, 하나 처름으로 생긴 통에 이를테면, 일종 호기심에서들 찾아왔던 것이, 인제는 이미 물리고 만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만약 그러하다면 장차 어떻게 하여야 좋을지, 그들이 채 그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 전에, 그곳에서 상거相距가 이ㅅ삼십 칸이나 그밖에 더 안되는 철로 둑 너머에가, 일금 일천일백 원여를 들였다는 동업 '모나미'가 생기자 방란장의 받은 타격은 자못 큰 바가 있어, 그 뒤부터는 어떻게 한때의 농담이 그만 진담으로, 그것은 참말 한 개의 끽다점이기보다는 안연 몇 명 불우한 예술가들의 전용 구락부인 것과 같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돈 없는 몸으로의 모나미와 호화로움을 다툴 수는 없는 일이었고, 그대로 그래도 이래저래 끌어온 것이 어언간 2년이나 되어, 속무俗務에 어두운 자작 같은 사람은 하여튼 2년이나 그대로 어떻게 유지하여 온 것이 신통하다고 이제 그대로만 붙들고 앉았으면 당장 아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러한 말을 하기조차 하였던 것이나, 근래에 이르러서 이 다방에 빚쟁이들의 내방은 자못 빈번하여, 자기의 그 동안의 부채라는 것이, 자기 자신 막연하게 생각하였던 것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금액이라는 것을 새삼스러이 깨닫고, 비로소 아연한 ㅇ즈음의 그는, 아무러한 낙천가로서도 어찌하는 수 없이, 곧잘 자리에 누워 있는 채, 혼자 속으로 모나미의 하루 수입이 평균 이십 원이나 그렇게는 되었던 것으로 미루어 사실일 것이나, 자기는 물론 그렇게 많은 수입을 바라는 것은 아니요, 더도 말고 하루에 오 원식만 들어온다면 삼오는 십오, 달에 일백오십 원만 있다면, 그야 물론 옹색은 한 대로 그래도 어떻게 이대로 장사는 하여가며, 자기와 미사에와 두 식구 입에 풀칠은 하겠구만서도, 아무리 한산한 시외이기로, 그걸 가지고 명색이 다방이라 하여 놓고, 하루 매상고가 이삼 원이나 그밖에 더 안되니 그걸 가지고 대체 무슨 수로 반년이나 밀린 집세며, 식료품점 기타에 갚을 것이며, 걱다 전깃값에, 와사값에, 또 미사에의 월급에, 하고, 그러한 것들을 모조리 속으로 꼽아 보노라면 다음은 으레 쓰디쓰게 다시는 입맛으로, 참말이지 아무러한 방도라도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방란장의 젊은 주인은 저 모르게 엄숙한 표정을 지어도 보는 것이나, 그러면 방도는 대체 무슨 방돈고 하고, 늘 하는 모양으로 잠깐 동안은 숨도 쉬지 않고 물끄럼 천장만 쳐다보아도, 물론 이제 이르러 새삼스러이 머리에 떠오를 제법 방도라 할 방도가 있을 턱 없이, 문득 뜻하지 않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온갖 빚쟁이들의 천속한 얼굴에, 그는 거의 순간에 눈살을 찌푸리고서, 누구보다도 제일에 그 집주인놈 아니꼬워 볼 수 앖다고, 바로 어제도 아침부터 찾아와서는 남의 점에서 버티고 앉아, 무슨 수속을 하고는 어쩌느니 하고, 불손한 언사를 희롱하던 것이 생각나서, 무어 밤낮 밑지는 장사를 언제까지든 붙잡고 앉아 무어니무어니 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아주 시원하게 찻집이고 머라고 모두 떠엎어 버리고서 내 알몸 라나만 들고 나선다면, 참말이지 만성이 말마따나, 하다못해 시나소바 장수를 하기로서니 설마 굶어죽기야 하겠느냐고, 그는 거의 흥분이 되어 거지고 얼마 동안은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 골몰이었으나, 사실은 말이 그렇지, 그것도 역시 어려운 노릇이, 혹 자기 혼자라면 어떻게 그렇게라도 길을 찾는 수가 없지 않겠지만, 그러면 그렇게 한 그 뒤에, 돌아갈 집도, 부모도, 형제도, 무엇 하나 가지지 않은 미사에를 대체 자기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 것인고, 하고, 그러한 것에 생각이 미치면 그는 그만 제풀에 풀이 죽어, 사실이지 이 미사에 문제를 해결하여 놓은 뒤가 아니면, 아무러한 방도도 자기에게는 결코 방도일 수가 없다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만한 한숨조차 그의 입술을 개어 나오는 것도 결코 까닭없는 일이아닌 것으로, 원래가 수경 선생집 하녀로 있던 미사에를, 어차피 다방에 젊은 여자가 한 명은 필요하였고, 기왕 쓰는 바에는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역시 다방의 여급으로는 적당치 않은 것을, 그 늙은 벗이 천거하는 그대로, 십 원 월급을 정하고 데려다 둔 것이 정작 다방의 사무라는 것은 분명치 않아, 그렇다고 주인 편에서는 아무러한 암시도 한 일은 없었던 것을, 주부도, 하녀도, 있지 않은 집안에, 어느 틈엔가, 저 혼자서 모든 소임을 도맡아 가지고, 아직 독신인 젊은 주인의 신변을 정성껏 돌보아 주는 데는. 정말 미안스러운 일이라고도, 또 고마운 일이라고도, 마음 속에 참말 감사는 하면서도, 지나치게 가난한 몸에 뜻 같이 안 되는 장사는, 아무렇게도 하는 수 없어, 그래 정한 월급을 세 갑절 하여 미사에의 노역에 사례하리라고는 오직 그의 마음속에뿐으로, 그도 그만두고 그나마 십원씩이나 어쨌든 치러 준 것도 다방을 시작한 뒤 겨우 서너 달이나 동안만의 일이요, 그 뒤로는 그저 형편 되는 대로 혹 이 원도 집어 주고 또 혹 삼 원도 쥐어 주고, 그리고 나머지는 새 달에, 새 달에, 학 온 것이, 그것도 어는 틈엔가 이년이나 되고 보니. 그것들만 셈쳐 본다더라도 거의 이백 원 돈은 착실히 될 것이나, 대체 아무리 순박한 시골 처녀라고는 하지만서도, 어떻게 생겨난 여자기에, 그래도 금전 문제는 부자지간에도 어떻다고 일러 오는 것, 이제까지 그것을 입밖에 내어 단 한 번 말하여 보기는 커녕, 참말 마음속으로라도 언제 잠시 생각하여 보는 일조차 없는 듯 싶어, 그저 한결같이 주인 한 사람만을 위하여 진심으로 일하는 것이, 젊은 예술가에게는 일종 송구스럽기조차 하여 언젠가는 이내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 어디 다른 데 일자리를 구하여 볼 마음은 없느냐고, 그러면 자기도, 또 수경 선생도, 힘껏 주선은 하여 보겠노라고, 마주대하여 앉아서도 거의 외면을 하다시피 하여 간신히 한 말을, 우직한 시골 색시는 어쩌면 자기에게 무슨 크나큰 잘못이라도 있어,그래 주인의 눈에 벗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어떻게 그렇게라도 잘못 알아들었던 것인지, 순간에 얼굴이 새빨개져 가지고, 원래 구변이라고는 없는 여자가, 금방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준비 아래, 한참을 더듬거리며, 그저 뜻모를 사과를 하여, 경력 적은 화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놓았으므로, 그래, 다시 그러한 유의 말을 미사에 앞에서 꺼내어 ㅂ니 못하고, 생각 끝에 무슨 묘책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마침 목욕탕에서 그와 만났을 때, 그 일을 상세히 보고하고서, 나이 많은 이의 의견을 물었더니, 그는 또 어떻게 생각을 하고 하는 말인지, 무어니무어니 할 것이 아니라, 아주 이 기회에 둘이서 결혼을 하라고, 자기는 애초부터 그러한 것을 생각하였었고, 그리고 또 그것은 아름다운 인연에 틀림없다고, 만약 그가 직접 말을 꺼내는 것이 거북하기라도 한다면, 자기가 아주 이 길로라도 미사에를 만나 보고 작정을 하여 주마고, 혼자서 모든 일을 알아차렸다는듯이 그렇게한 한 바탕을 서두르는 통에, 젊은 미술가는 거의 소녀와 같이 얼굴조차 붉히고, 그것만은 한사코 말리면서, 문득 어쩌면 수경 선생이 자기와 미사에와 사이에, 무슨 의혹이라도 가지고 그러는 것이나 아닐까 하고, 그러한 것에 새삼스러이 생각이 미치자, 그는 그제야 다 늦게 당황하여 가지고, 만약 인격이 원만한 수경 선생으로서도, 자기들에게 그러한 유의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 동리의 걍박한 무리들의 입에는, 어쩌면 이미 오래 전부터 별의별 소리가 모두 오르내렸을지도 모르겠다고, 또다시 얼굴이 귓바퀴까지 빨개졌던 것이나, 이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설혹 그러한 말들이 생겨 났다더라도 그것은 어쩌는 수 없다고는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 사실 젊은 남녀만 단둘이 그렇게도 오랜 동안을 한집안엔가 맞붙어 살아오면서 그들의 순결이 그래도 유지되었으리라고는, 그러한 것을 믿는 사람이 어쩌면 도리어 괴이할지도 모르나 역시 사실이란 어찌할 수 없는 것으로 그것은 혹은 자기가 미사에에게 애정이라든, 욕정이라든, 그러한 것을 느낄 수 있기 전에, 우선 그렇게 쉽사리는 갚아질 듯싶지 않은 너무나 큰 붗를 그에게 졌던 까닭에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를 대하는 때마다 마음 속의 짐은 무거워, 그래 무슨 잡스러운 생각을 먹어 볼 여지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나, 그러한 것이야 사실 어떻든, 이제 이르러서는 설사 그에게 지불할 그 동안의 급료 전액은 준비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치러주었을 그뿐으루 어디로든 가라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업을 것 같았고, 또 미사에도 그러면 그러겠노라고, 선선히 나가버릴 듯도 싶지 않아, 생각이 어떻게 이러한 곳에까지 미치니까, 다음은 필연적으로, 그러면 대체 이 여자는, 그 자신, 자기 장래에 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부터 밝힐 필요가 있다고, 그는 그러한 것을 생각하여 보았으나, 아무래도 미사에에게는 그러한 방침이니, 계획이니, 하는 것이 전혀 없는 듯도 싶어, 그러한 것은 마치 자기의 주인이나 수경 선생이 가르쳐 줄것으로, 자기는 그들이 하라는 그대로 하여 가기만 하면 그만일 것같이 어째 꼭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라, 그렇게 되고보니 이것은 바로 어디 마땅한 곳이라도 있어, 그의 혼처를 정하여 준다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혹은 한평생을 자기가 데리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될런지도 모르겠다고, 사태는 뜻밖으로 커지어 그는 얼마동안을 아연히 천장만 우러러보았던 것이나, 문득, 만약에 미사에로서 아무런 이의도 없는 것이라 하면, 무어 일을 어렵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주 이 기회에 둘이 결혼을 하여 버리는 것이 좋지나 않을까, 그래 가지고 새로이 자기의 나아갈 길을 개척한다는 하는 밖에는 아무 다른 도리가 없지나 않을까 하고, 언젠가 목욕탕에서의 수경 선생 말이 생각나서, 그야 미사에는 오직 소학을 마쳤을 그뿐으로, 결코 총명하지도, 어여쁘지도 않았으나, 어쩌면 예술가에게는 도리어 그러한 여자가 아내로서 가장 적당한 것일지도 몰랐고, 남이야 어떻든간에 이 여자는 적어도 자기 한 사람을 능히 행복되게 하여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는 어느 틈엔가, 미사에가 가지고 있는 온갖 미덕을 속으로 외쳐 보았던 것이나, 하지만, 그러면 자기도 그를 또한 행복되게 하여 줄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그러한 것을 돌이켜 생각하여 보았을 때, 그는 새삼스러이 그렇게도 경제적으로 무능한 자기 자신이 느껴졌고, 어제 왔던 집주인의 자못 강경하던 그 태도로 미루어, 어쩌면 내일뢀도 집을 내어놓고,갈 곳 없는 몸이 거리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그러한 자기가, 잠시라도 미사에와 결혼을 하느니, 그래 가지고 어쩌느니, 하고, 그러한 꿈 같은 생각을 하였던 것이, 스스로 어이없어 픽 자조에 가ㅏㄲ운 웃음을 웃어 보고는, 그제야 자리를 떠나서 게으르게 아래로 내려와보니, 점에는 미사에가 혼자 앉아 있을 뿐으로, 오늘은 밤에나 들를 생각인지 자작도, 만성이도, 와 있지 않은 점 안이 좀더 쓸쓸하여, 그는 세수도 안 한 채, 그대로, 미사에에게는 단장을 내어 달래서, 그것을 휘저으며, 황혼의 그곳 벌파을 한참이나 산책하다가,문득 일주일 이상이나 수경 선생을 보지 못하였던 것이 생각나서 또 무어 소설이라도 시작한 것일까, 하고, 그의 집으로 발길을 향하여, 문득 자기가 그나마 찻집이라고 붙잡고 앉아 있는 동안, 마음은 이미 완전히 게으름에 익숙하고, 화필은 결코 손에 잡히지 아니하여, 이대로 가다가는 영영 그리미다운 그림을 단 한 장이라도 그리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러한 자기 몸에 비겨, 무어니무어니 하여도, 우선 의식 걱정도 없이 , 정돈된 방 안에 고요히 있어, 얼마든 자기 예술에 정진할 수 있는 수경 선생의 처지를 한없이 큰 행복인 거나 같이 부러워도 하였으나, 그가 정작 늙은 벗의 집 검은 판장 밖에 이르렀을 때, 그것은 또 어찌된 까닭인지, 그의 부인이 히스테리라고 그것은 소문으로 그도 들어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상 자기의 두 눈으로 본 그 광경이란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어, 무엇이라 쉬 사이없이 종알거리며, 무엇이든 손에 닿는 대로 팽개치고,깨뜨리고,찢고,하는 중년 부인의 광태 앞에 수경 선생은 안전히 위축되어, 연해 무엇인지 사과를 하여가며, 그 광란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모양이, 장지는 닫히어 있어도 역시 여자의 소행인 듯싶은 찢어지고, 부러지고, 한 틈으로 너무나 역력해 보여, 방란장의 젊은 주인은 그곳을 떠나며, 문득, 황혼의 가을 벌판 위에서 자기 혼자로서는 아무렇게도 할 수 없는 고독을 그는, 그의 전신에, 느꼈다....
시와 소설 1936.3
Old Rom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