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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반드시 노조 현판식 할 겁니다” | ||||||||||||
[현장] 38일차 동희오토 농성장...집회 원천봉쇄, 조합원 고소고발로 탄압 계속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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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끝나고 충남지부 동지들이 버스를 타고 돌아가자마자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새벽에도 갑자기 비가 오더니 계속 이러네요” 비가 너무 자주오다보니 입었던 우비를 말릴 시간도 없단다. 조합원들은 비 맞는데는 이골이 난 듯 보인다. 우비 하나 걸치고, 그마저도 모자가 벗겨져 비를 쫄딱 맞아가면서 집회 장소 청소를 한다. 청소가 끝나자 한 조합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피곤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빗 속에 몸을 눕힌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농성장이 옮겨졌다. 물대포도 쏘고 사이렌도 울리고 폭행도 해 가면서 아무리 괴롭혀도 지회 조합원들이 본사 앞 인도를 떠나지 않자, 회사는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조합원들을 연행하는 것으로 농성장을 치워버렸다. 그렇게 본사 앞 인도에서 밀려나온 조합원들은 본사 맞은편 길에 여전히 천막 하나 없는 농성장을 옮겨놓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농성장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본사 앞 길에 집회신고를 선점한 것도 모자라 본사 건물 옆 마트 앞, 꽃시장 앞, 본사 건너편 건물 앞 쪽까지 총 6곳에 집회신고를 내놨다. 지회의 농성도 집회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 심지어 회사는 ‘임직원에 대한 어떠한 비방이나 언급을 하지 말 것, 본사 건물 100미터 접근 금지, 선무방송 금지’ 등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조합원 1명 당 1백만원의 벌금을 내라고 한다. 이 가처분 결과는 20일 금요일에 나올 예정이다. 이 뿐만 아니다. 회사는 명예훼손과 출입방해, 업무방해 등으로 조합원들을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지회는 6년 만에 처음으로 하청업체와 교섭을 했다. “그 날 만난 것을 교섭으로 인정하는 것과 해고자 복직, 금속노조 인정 등을 요구했죠. 근데 이게 한 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책임 있는 사람들이 교섭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구요” 6년 만의 교섭, 반가운 얘기지만 이백윤 지회장이 전하는 교섭 분위기는 낙관적이지는 않다. 회사는 지난 주 금요일까지 지회의 요구에 대한 답변을 공문으로 보내겠다고 했지만 결국 공문은 오지 않았다. “이 교섭으로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번 투쟁을 하면서 6년 투쟁의 가장 큰 성과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원청 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압박했더니 하청업체가 교섭을 하자고 먼저 나섰다. 폭염주의보가 내릴 만큼 어느 해보다 뜨거운 무더위와 장마를 견디며 38일을 길 바닥에서 보낸 조합원들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 모든 것을 견딘 가열찬 투쟁이 작은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지난 밤, 계속해서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시 결의했다고 전했다.
“우리 조합원들이 3일 현장에 복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 같이 술도 마시고 낚시도 하고 했던 직원들이 밥도 같이 먹지 않았습니다. 관리자들은 식당까지 쫓아와 밥을 먹는 동안 지켜보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갈때까지 쫓아다니며 감시했습니다. 현장의 동지들을 만나러 들어갔지만 사측의 외면만 당해야했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같은 공장이지만 우리들은 그 곳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들어가서 서산 땅에 금속노조 깃발을 세우고 정몽구의 악랄함을 제대로 알려낼 겁니다. 지역 동지들에게 약속했던 것 처럼 올 해 반드시 공장 안에서 노조 현판식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이 지회장이 결의대회에서 한 말이다. 조합원들은 공장 안에서도, 낯선 서울 땅 양재동에서도 편할 새가 없다. 하지만 반드시 승리해서 금속노조 인정받고, 원직 복직해 동희오토 공장 안에서 지회 현판식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투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자본이 가로막은 본사 앞 땅을 7명 조합원이 뚫고 갈 순 없지만, 그 투쟁을 함께할 우리들이 있으니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할거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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