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여행 여섯째날!
6월 20일 월요일
배낭을 정리했다
하루 종일 메고 걷기에는 20Kg이상 되는 짐이
무척이나 무겁다
혹시나 필요할지 몰라서 가지고 다니던 것들....
모자라지 않을까 해서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던 것들...
과감히 물건을 정리해서 달아보니 5Kg이 넘었다
카페에 올려진 글중에
"인생은
긴 여행과도 같습니다
생명이 탄생하여 죽음으로 끝이 나는
약 7-80년의 유한한 여행,
그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육체의 장막은
나의 영원한 몸이 아닙니다.
얼마 후에는 벗어 놓아야 할
일시의 육의 옷이요
죽으면 썩어버리는
물질의 그릇에 볼과 합니다,
우리는 지상의 나그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글이 있다
이번 도보 여행길에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었다
여행길에 당장 필요없는 물건들은 걷는데 무거워서
몸을 빨리 지치게 하므로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욕심을 버려야
여행이 즐거울 수 있듯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고
하나씩 주변을 정리해서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조금 일찍 모텔을 나와서
가까운 곳에 있는 우체국에서 짐을 택배로 부치고
1024번 지방도로로 남해를 가로질러서 남해대교를 향해 걷는다
이번 여행의 종점은 일단 순천까지 하기로 했다
더 가고 싶지만 발이 너무 아파서 욕심을 낼 수도 없었고
이번엔 경험을 얻는 것으로 여행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다음엔 순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될테니까...
수장포 마을 - 고암(북섬)마을 - 수곡(삼막골)마을
(*북섬이라는 이름은 마을앞바다에 북처럼 생긴 섬이 있어서 지어진 이름)
예전의 마을 이름들이 더 아름답고 정이가며
마을의 특징을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어서 좋은데
요즈음은 한자식 이름들로 개명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걸으면서 곽옥희 격려 전화 받으면서 힘을 얻고
버스 정류소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본다
누가 하라고 한다면 이힘든 짓을 할 수 있을까?
난 지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여행이고
나름대로 얻는 보람과 살면서 또 다른
경험을 얻기위해 하는 일이니
지금은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나게 걸어보자!
아자 아자 화이팅!!!을 외치며
스스로를 격려해 본다
시문삼거리에서 이동면 영지 마을 - 난양마을 -
무림 사거리에서 19,77번 일반국도로 - 석평마을 - 다천마을 - 초음마을
초음마을에서는 좀 전에 큰 사고가 났는지 두동강이가 난 경운기잔해가
길 여기 저기에 그대로 놓여있고
사람이 다친 듯 핏 자국이 선명하게 그대로 남아 있었다
농촌 길을 걸어보니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골길에서는 항상 경운기를 조심 해야 할 것 같았다
갓길도 없는데다 경운기에 백 거울이 없으니
조심은 차량 운전자의 몫이었다
여태까지 걸어온 길과는 달리 도로에 다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고
마을 할머니들의 운반도구는 유모차였다
애기들만 타는 건줄 알았더니 이곳 남해에서는
손수레로 기운 없는 할머니들께는 안성맞춤이었다
무겁지도 크지도 않으니까....
남해 기상 관측소를 지나 조금 가다보니 보물섬 마늘 나라와
남해군 농업기술센터가 있었다
맞은편에 작은 저수지가 있고
그옆에 나무숲이 우거진 소공원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은뒤 20분간 낮잠을 잤다
이제 이런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낮잠자는 것엔 익숙해 졌다
원래 노숙자 체질이었는지....
오후 1시에 출발해서
초곡마을 - 대입현(큰 갓곡)마을 - 토촌마을 - 남해읍에 도착
날씨가 장난이 아니게 덥다
마트에 들려서쌀과 라면을 사고
팥빙수를 사서 유림마을앞 정자나무 아래서 먹고 있는데
저쪽길에 대학생인 듯 3명의 남학생들이 도보여행차림으로
빠르게 걷고 있었다 남해대교를 향해서....
반가운 마음에 몇마디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무척 아쉬웠다 어디서왔으며 어디로 갈건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도보 여행중에 처음만났기에.....
고현면 심천마을 - 풍산마을 - 이어마을 - 도마마을 - 성산마을 - 오곡리마을 -
< 도마마을에서 걸어온길 뒤돌아보며 한 컷 >
고현면사무소 - 정지석탑(아래 사진) - 탑동마을(77번 도로분기점) 19번도로로 계속
이곳 남해에는 마늘농사를 많이 짓는 듯 했다
지금이 한창 수확철인지 집집마다 마늘이 가득하고
마을 곳곳에 마늘을 내어 놓고 작업을 하면서
관광객들에게 팔기도 하였다
차면마을 - 월곡마을 - 덕신마을 - 감암마을
7시에 남해대교가 있는 노량마을에 도착했다
지나오는 길에 숙박할 곳이 없어서 좀 힘들게 남해 대교 까지 왔다
날씨도 무척더웠고 오늘따라 몸도 많이 지쳐서
고현마을 지나올때는 버스를 타고 싶다는 유혹도 느껴졌다
중간엔 숙박시설이 없어서 남해대교까지는 가야하는데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볼 곳도 없고
발이 너무 아파서
발목에 힘을 주었더니 발목이 아파 걸을수가 없었다
오늘 최고로 긴 거리를 걸었나보다
9시간에 약 31.5Km를 걸었으니....
더위에 지쳐서 슈퍼에 먼저 들렸더니 약 1시간전에
아까 남해읍에서 만난 학생들이 지나갔나보다
슈퍼 아줌마가 아까도 도보 여행하는 학생들이 지나갔는데
무척 이나 힘들어 보였다고....
우리보고는 나이도 있어보이는데 대단하다고
자기 같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감탄(?)을 한다
글쎄요~~~
숙박은 남해대교밑에 있는 비너스모텔에서
제일 전망좋은 방을 얻었다
창문을 열면
거북선도 보이고 남해대교가 바로 보이는 ....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에 나왔던 모텔(?)인것 같았다
여기는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인지 주인이 좀 퉁명스러웠다
절대로 방에서 식사준비는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방값도 3만원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주인에게는 미안했지만
목욕탕에서 환풍기 틀어놓고 코펠에 밥만 몰래 했다
다른 음식을 하면 냄새가 벨 것 같아서...
다른 곳에서는 당연히 밥을 해먹는 줄 알고 별 말이 없었는데
이곳은 좀 까다로운 편이었다
밥을 해먹은 죄(?)로 나올때는 쓰레기통까지 비워주고 나왔지만...
도보 여행 여섯째날은 무척 힘들게 보냈다
아마도 걸으면서 틈틈이 수다떨 친구가 없어서 였나보다.
*아침에 신덕이 전화를 받고 있는데 우리 신랑이 나도 모르게 한 컷찍었나 보다
현상해 보니 이사진이 있었다
물집이 터지기전에 저 방법을 써 봤으면 어땠을까?
한비야의 책에서 저렇게 하면 좋다고 해서 뒤늦게 해봤는데
이미 몇군데 물집이 터진뒤라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첫댓글 인생은 긴여행과 같다는 말 새삼 느끼게한다 너의 힘든 여행으로 인해서 더욱 많이 생각하고 쓸데없는 무거운것들 다 버려야겠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고 나간다 항상 고마워.. 좋은주말 보내고 월요일 다시 만나자 나 월요일 부터 강습회야 시간나면 놀러갈께^..^
힘든여정에서도 줄기차게 느끼며,즐기는 모습에 존경을 ~~ 오늘도 친구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무지 고생한 정옥이 발바닥이 자랑스럽다. 클로즈 업 된 발바닥!! 편집 태도도 만점!!
여섯째날은 종일 남해에서 보냈구나...남해는 여러번 간줄로 알고 있는데...삼천포에서 진교로 갔으면 고생 덜 했을텐데...발바닥ㅡ 사진은 오히려 예쁘게 나온 것 같다....못 봐 주겠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