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부와의 대화를 기록하다
(漁父辭記) - 굴원 - <번역:시인, 수필가 인수/ 정용하>
굴원은 이미 강가에 방류되어
귀양살이하면서 물가의 평지에서 문장을 읊고 있었다
안색은 초췌하고 형상은 야위고 파리했는데
어부가 그를 보고는 질문했다
당신은 삼려대부가 아닌가!
무슨 연유로 이곳에 왔는가?
굴원은 대답했다
천하가 온통 혼탁한데
나 홀로 깨끗하고
뭇 사람 모두가 술에 취했는데
나 홀로 깨어 있으니
그런 이유로 추방을 당했다고 하자
어부가 말했다
성인은 바깥 세계의 사물에 엉기거나 막히지 아니하고
능히 세상의 변화와 함께하고
더군다나 세상 사람들 모두가 혼탁하건만
어찌하여 그러한 진흙탕에 더러워지지 아니하고
또한 그 같은 물결에 솟구치지 않았던가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다면
어찌하여 그 술을 짜낸 찌꺼기를 두루 펼치거나
그 삼삼한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홀로 고상하게 처신하여
자신으로 하여금 추방당하도록 하였는가
굴원은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새롭게 머리를 감는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내고
새롭게 몸을 씻은 사람은 기필코 옷에 먼지를 털거늘
몸을 정교하게 함으로써 편안할 수 있는지라
외부 사물의 불결한 것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으리오
차라리 상강의 흐름에 죽음을 알려
물고기의 뱃속에서 장례를 치를지라도
어찌 가히 더할 나위 없이 희고 흰 청결함으로써
속된 세상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으랴
어부는 빙그레 웃더니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곧장 노래를 불렀다
"큰 바다의 물결로 인해 강물이 맑아진다면
나의 갓끈을 씻을 수 있으련만,
큰 바다의 물결로 인해 강물이 흐려진다면
나의 발을 씻을 수 있으려나"
마침내 어부는 떠나갔고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굴원(BC343~289?):전국시대 초나라 귀족으로서 정치가이며 시인이다. 이름은 평(平), 자는 원(原)이며, 시가총집인 “초사”의 대표적인 작가임.
*위 글에서의 어부(漁父)는 실제의 어부 일수도 있고, 작가께서 자신과의 내면적 대화를 위한 가상의 인물일 수도 있음. 다만 선비사회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사람을 어부나 나무꾼에 비유하기도 함.
*본서에서 記는 편의상으로 기록하다, 쓰다 등으로 번역하였으나 문학 장르의 일종인 記(기문)를 가리는바, 따라서 제목을 “어부와의 대화”라고 표기하여도 무방함.
*36연과 38연에서 큰 바다란 여기서는 ‘인간 세상’을 의미함.
*원문출처: 고문진보에 있는 내용을 조선시대 불상의 선비가 그 내용 중에 산문 일부(28편)를 초록 필사하여 한 권의 서적으로 만든 것을 수년 전에 번역인이 인터넷 고서방에서 경매로 구입한 후 이를 번역하여 "책의 노래"라는 제하로 출간하였는데 위 작품은 그 내용 중에 하나임.
漁父辭記 屈原
屈原旣放游於江潭行吟澤畔顔色憔悴形容枯槁漁父見而問之曰子非三閭大夫歟何故至於斯屈原曰擧世皆濁我獨淸衆人皆醉我獨醒是以見放漁父曰聖人不凝滯於物而能與世推移世人皆濁何不淈其泥而揚其波衆人皆醉何不鋪其糟而歠其醨何故深思高擧自令放爲屈原曰吾聞之新沐者必彈冠新浴者必振衣安能以身之察察受物之汶汶者乎寧赴湘流葬於江魚之腹中安能以皓皓之白而蒙世俗之塵埃乎漁父莞爾而笑鼓枻而去乃歌曰滄浪之水淸兮可以濯吾纓滄浪之水濁兮可以濯吾足遂去不復與言
조선시대 성명불상자가 인쇄된 서식에다 고문진보 내용 중에서 산문 28편을 초록하여 직접 필사한 서적인데,
제작 당시 표지에 옻칠을 한것으로 보아 당사자께서 상당히 귀하게 여긴 것으로 보여짐.
(수년 전에 인터넷 고서방에서 경매로 구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