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8
발리에는 볼거리도 할 거리도 많다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좀 쉬기로 했다. 날이 더워 오래 돌아다니기 어려우니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는 논길 트레킹이나 다녀야지. 이렇게 해서 무려 4일 동안 논길 트레킹을 (간간이 우붓 시내 거리도) 하게 되었다.
오늘의 트래킹 코스는 짬뿌한 릿지 워크다. (Campuhan Ridge Walk. 짬뿌한 등성이 길. 양쪽에 골짜기가 있는 등성이를 따라 조성한 보행자 전용 산책로) 진입부에 오래된 사원이 하나 있는데 특별한 정보가 없어서 밖에서만 슬쩍 구경하고 지나갔다.
산책하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는 정도, 한가하고 평화로운 길이다.
저녁은 한국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다는 와룽 닝에서 먹었다. 늦게 간 탓에 해산물 요리와 나시 짬부르가 안된다고 해서 나시고렝과 미고렝을 먹었다. 가게 분위기는 좋은데 맛은 평범한 듯,
2024.1.29
숙소에서 언덕을 내려오면 그린 터널 입구에 뿌라 달렘 우붓(Pura Dalem Ubut)이라는 힌두 사원이 있다. 께짝 댄스 공연도 하는 제법 큰 사원인데 입장료(20리부)도 있다. 안에는 특이한 모양의 조각상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오늘 걸었던 산책로는 말그대로 논길이다. 발리 논길은 논을 처음 보는 서양인들에게 뿐 아니라 논을 많이 본 우리에게도 매력적이다. 왠지 평화롭고 정다운 느낌, 게다가 논마다 벼 크기가 제각각인 것도 특이하고 주변에 솟아오른 야자 나무들에서 이국적인 정취가 느껴지기도 한다.
까젱 논길(Kajeng Rice Field) 쪽으로 들어갔다가 수박 주욱 마니스(Subak Juwuk Manis) 앞에서 돌아나와 스위트 오렌지 트레일(Sweet Orange Walk Trail)이란 이름이 붙은 논길을 걸어 나왔다. 오늘 코스는 보행자 전용이 아니라 가끔씩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저녁은 숙소에 특별 주문을 해서 먹었다. 나시고렝과 미고렝, 평범한 메뉴였지만 안주인의 요리 솜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24.1.30
오늘도 오전에는 빈둥거리다가 어제처럼 숙소 근처 아방안 와룽에서 점심을 먹고 (가도가도, 나시고랭, 나시짬뿌르) 또다른 논길을 찾아 나섰다. 언덕 아래 달렘 우붓 사원 왼쪽 골목에서 시작되는 사리 오가닉 길(Sari Organic Walk), 이 길에는 중간에 갤러리도 두 개가 있고 요가원도 있고 카페도 여러 개가 있다. 한 갤러리에서 600리부 달라는 그림을 500으로 깎았는데 나중에 나타난 여자 사람이 550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머쓱하게 돌아나오기도.
시내로 나와서 스타벅스 옆에 있는 사원을 밖에서 구경하고, 혹시 한국 책이 있을까 서점을 찾아다니다가 (못 사고) 어린 왕자 인도네시아어 번역본을 하나 샀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 서점에 발리어 번역본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발리어로도 번역이 되었을라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제과점에서 빵을 사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저녁 식사를 대신했다.
2024.1.31
와룽 부 루스를 또 찾아가서 점심을 먹고
옆지기가 어제 흥정했던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사러 가자고 하셔서 사리 오가닉 길을 다시 찾아갔다. 어제 550리부를 얘기하던 여자 사람이 흔쾌하게 500리부 달라고 한다. (뭐, 우리도 꼭 50리부 때문에 사고 안 사고 하는 건 아니라오...) 비행기 탈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캔버스에서 그림만 떼어 둘둘 말아서 포장해 준다. 배낭에 넣을 수가 없어서 계속 따로 들고다녀야 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집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내일은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한 길리 트라왕안으로 이동할 계획(발리 남부 해안 지역들과 동부 관광지들은 모두 건너뜀)이라 숙소 주인에게 배편을 물어봤더니 픽업 포함 700리부라고 한다. 배는 오스티나라는 스피드 보트라는데, 내일 아침에 픽업 차량이 올 거라는 말에 사장님이 직접 가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그것도 좋다고 해서 같은 가격에 프라이빗 픽업으로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