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주정이*가 있다
이수익
부산에는
주정이(朱廷二)가 있다
산적처럼 눈썹이 굵은,
직선적으로 말해버리는, 정작 말수가 적은,
주정이
그 말 없음을 견디며 깜깜한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치열한 불꽃- 순수- 열정, 두 눈에 가득 담긴
욕망의 사내, 혹은 좌절의
사내
주정이
부산 남항 갯내음처럼 훅 풍겨오는
그의 젊은 날 타오르는 개성을
나는 지금 그의 목판화 작업에서
바라보고 있다
* 사진작가와 목판화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내 친구
셔틀콕
말갈기들이 펄럭인다, 힘차게
네 발자국이 숨 가쁘게 적진을 향하여
돌격하듯이,
희디흰 말갈기들이 하늘을 찌르면서 달리고 있는
그 모습이
하늘 아래
또 다른 하늘을 그리고 있는
짙푸른 물감 같다
퐁,
퐁,
터지는 천상의 음악소리
높다랗게 화음이 흘러가고 있는
날아다니는 음반,
셔틀콕
이수익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침묵의 여울, 우울한 샹송이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