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김대일 기자] 미국 GM은 올해 초 내연기관차에 대한 전기차 생태계 전환 청사진을 완전히 공개했다. 모두 3가지 축으로 이 전략의 세부를 들여다 본다.
■ 생산설비 업그레이드
GM CEO 메리 바라는 지난 1월 경 디트로이트 햄 트랙(Detroit-Hamtramck) 어셈블리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탈 바꿈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혔다. 투자규모는 대략 22억달러로 한화 약 2조 6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22억달러는 올해 연말까지 디트로이트 햄 트랙 어셈블리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바꾸는데 쓰인다.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생산라인의 전기차 설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역대 GM이 단일 공장에 투입한 금액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다.
이름도 바꾼다. 디트로이트 햄 트랙 어셈블리 공장은 ‘팩토리 제로(Factory Zero)’로 변경하기로 했다. 1985년에 문을 연 이곳은 GM의 대표 생산시설로 이 곳의 이름을 바꾸는 것은 업계에 대단한 파급력이 있을 전망이다. 한마디로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기준으로 할 때 약 40% 부품이 더 적게 들어간다. 휘발유와 경유차는 약 3만개 부품이 들어간다면 전기차와 수소차는 이보다 적은 1만 9000 혹은 2만 4000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고용효과도 줄어드는데, GM 역시 햄트랙 공장의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약 800개 이상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GM은 UAW(전기자동차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공장전환이 완료되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3배를 고용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환과정의 생채기를 최대한 보듬겠다는 심산이다. GM은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협상력을 보여줬으며 향후 전기차 생산에 대한 안정화도 감안해 발표 후 주가까지 치솟는 결과를 보였다.
■ 전기차 라인업 대폭 확대
GM의 전기차 라인업은 1월 투자 계획 발표 후 2달만에 이뤄졌다. 2020 3월 열린 EV 위크에서 GM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공개하고 2023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22개 차종으로 확대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는 “우리는 제품 개발의 혁신과 미래 순수 전기차 시대를 위해 회사가 넘어야 할 도전과제를 받아들였다”며 “복잡성을 대폭 줄이면서도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GM의 풀사이즈 픽업 트럭 사업에 필적할 만한 규모의 경제성을 갖춘 다양한 브랜드와 세그먼트를 위한 전기차 전략을 세웠다”고 했다.
GM은 이를 통해 경제성을 중시하는 일반 전기차 모델에서부터 프리미엄 전기차, 상용 트럭 전기차, 고성능 퍼포먼스 전기차까지 다양한 범주에서 확고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GM의 수 천명에 달하는 과학자, 엔지니어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회사의 역사적인 재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전기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GM은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각 브랜드별로 올해부터 새로운 전기차 모델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10개의 모델에 달하는 신형 전기차를 내놓고, 오는 2023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최대 22개 모델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GM은 향후 5년 이내에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00만대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 GM 전기차 전략의 핵심 얼티움 드라이브
GM의 전기차 전략 핵심은 단연 배터리와 전기모터다. 통칭해 얼티엄 드라이브(Utium Drive). 5개의 교체 가능한 드라이브 유닛과 3개의 모터 제품군으로 구동되는 이 모듈식 전기차 아키텍처는 앞으로 등장할 GM의 모든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중심에 선다.
얼티엄 배터리는 50kWh에서 200kWh까지. 완충 시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3초 안에 도달할 수 있다. 항속 거리는 약 644km(400마일) 수준으로 GM이 개발한 모터와 함께 전륜 구동과 후륜 구동, 사륜 구동 및 고성능 사륜 구동 등 다양한 구동 시스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얼티엄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차들은 레벨2 및 DC 고속 충전용으로 설계됐다. 트럭을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들은 400볼트 용량의 배터리 팩과 최대 200kW급의 고속 충전 시스템이 탑재된다. 넉넉한 출력이 필요한 트럭 플랫폼은 800볼트 용량의 배터리 팩과 350kW급 고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된다.
GM은 특히 LG화학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배터리 셀 비용을 1kWh당 100달러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 배터리 셀들은 코발트 함량을 낮추는 특허 기술이 적용되며, 계속되는 기술 및 제조 혁신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용은 낮춰질 전망이다.
GM 얼티엄 드라이브 제품군은 고성능 및 오프로드 기능을 포함한 앞바퀴 굴림방식, 뒷바퀴 굴림방식 및 네바퀴 굴림방식 구동 추진 조합을 포함한다. 5 개 구동 장치 모두 앞바퀴 또는 뒷바퀴 구동 용으로 구성 할 수 있는 1 차 앞바퀴 굴림 구동 모터와 네바퀴 구동 보조 모터를 포함하여 3 개의 모터 중 하나 이상에 의해 구동될 것이라고 한다.
GM은 차세대 EV와 함께 얼티움 드라이브를 개발하고 내부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드라이브 유닛과 모터를 미래 차량에 장착함으로써 차량 설계 및 생산 비용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주조, 기어 및 어셈블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얼티움 구성 요소는 공유되고 유연한 조립 라인에 있는 GM의 기존 글로벌 추진 시설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되는 부품으로 제작되어 EV 생산을 더 빠르게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시장 수요에 맞게 생산 믹스를 조정할 수도 있다.
■ 첫 모델 GMC 허머 EV
앞서 기술한 GM의 종합 전략은 10월 20일 오후 8시 공개할 GMC 허머 EV다. 세계 최초 순수 전기 슈퍼 트럭이라는 표어를 달고 출시하는 GMC 허머 EV는 GM의 미래 전략이 모두 투입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하는 한편, 배터리와 전기모터까지 모두 한번에 품을 수 있는 플랫폼과 얼티움 드라이브까지 갖춘 GM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