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67
천자문255
동봉
0929풀 석釋Release
0930어지러울 분紛Entangled
0931이로울 이利Benefit
0932풍속 속俗Custom
시펀리쑤释纷利俗shifenlisu
-분잡함을 풀어주고 풍속도우니-
(모두모두 아름답고 묘한재주꾼)
0929풀 석釋Release
풀 석/기뻐할 역釋 자는 꼴소리 문자로
분별할 변釆에 획수는 총20획이며
약자 풀 석釈 자의 본자입니다
분별의 뜻을 나타내는 분별할 변釆 자와
소릿값 엿볼 역睪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엿볼 역睪은 못 택/불알 고睪로도 새기며
짐작만으로 범인을 잡는다는 뜻이고
또는 물건을 분류한다는 의미입니다
풍길 채/캘 채采 자는 자잘한 것을 나타냅니다
풀 석釋 자는 뒤섞인 사물을 풀어냄이며
그래서 '기쁘다'는 뜻으로 기뻐할 역釋입니다
이 풀 석釋 자에 담긴 뜻은
풀다, 설명하다, 풀리다, 깨닫다, 놓아주다,
의심이나 오해가 사라지다, 벗다, 용서하다
석방하다, 내놓다, 내버리다, 쌀을 씻다
쫓기다, 추방하다, 깔다, 펴다, 따르다, 쫓다
기뻐하다, 즐거워하다, 적시다,
활을 쏘다 따위 움직씨 또는 그림씨와
1. 석가
2. 불교
3. 풀이, 해석, 주해
4. 도량석 또는 목탁석
5. 조석으로 불전에 예불하는 일
6. 새벽에 목탁과 종으로 사람을 깨우는 일
7. 성씨의 하나 등 이름씨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한자로는
釈 : 풀 석/기뻐할 역과통하는 자
释 : 풀 석/기뻐할 역의 간체자
漫 : 흩어질 만
放 : 놓을 방
緩 : 느릴 완
繹 : 풀 역
解 : 풀 해
擇 : 가릴 택/사람 이름 역
澤 : 못 택/풀 석/전국술 역/별 이름 탁
譯 : 번역할 역 자 등이 있습니다
나는 평생을 한문과 함께 살아왔지만
우리말 우리글이 아닌 이상
역시 외국의 말과 문자는 쉽지 않습니다
중국의 문자 6천 년의 역사와 문화를
한 사람의 짧은 생에서 죄다 이해한다는 것은
오만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우리 한글 역사를 500년으로 칠 때
무려 12배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풀 석釋 자를 비롯하여
소릿값으로 엿볼 역/못 택/불알 고睪라는
글자睪가 들어있는 대개의 한자들은
풀 해解, 놓을 방放, 느릴 완緩 자 등과 달리
손으로 실을 풀듯 푸는 것이 아니고
묶여 있던 몸을 푸는 것도 아니며
단단하게 조였던 허리띠를 푸는 게 아닙니다
이 엿볼 역睪 자가 들어간 글자는
인간의 역사를 풀어감이고
인간의 문화를 풀어감이고
인간의 윤리를 풀어감이고
인간의 정치를 풀어감이고
인간의 경제를 풀어감이고
인간의 예술을 풀어감입니다
인간의 삶의 철학과 종교를 풀어감이고
생명의 뿌리 줄기根幹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속에 깃든 삶을
나의 언어로 풀고 우리의 언어로 풀어감입니다
그리하여 남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와 우리를 상대에게 이해시킴인데
이게 어디 하루아침에 뚝딱 되겠습니까
따라서 '풀다睪'라는 움직씨에는
정신적 고뇌가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행복幸福의 행幸이 하나一의 고뇌辛인데
이 고뇌를 옭아맨 그물罒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행복이란 수반된 고통에서 얻는 기쁨입니다
계속됨이 아니라 잠깐의 기쁨입니다
삼천 배가 다 끝나고 나서 쉬는 기쁨입니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때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행복입니다
마라토너가 42.195km를 달리고 나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느끼는 기쁨입니다
삼천배의 고통이 가져다주는 행복
마라톤 전 구간을 완주한 뒤 찾아오는 행복
훠이훠이 높은 산 정상에 올라
발아래 놓인 세상을 바라보는 행복입니다
행복은 그러기에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고통辛 끝에 얻어지는 쾌감입니다
탈고한 원고를 앞에 두고 느끼는 쾌감
청탁원고를 제시간에 보내고 느끼는 쾌감
주어진 미션을 잘 마치고 느끼는 쾌감
이런 쾌감은 앞의 노동력이 없이는
쉽게 얻을 수 없는 행복스런 쾌감입니다
오랫동안 부자유罒 속에서 머물다가
어느날 진정한 해방解放을 얻고
해탈解脫의 기쁨을 만끽하는 그 행복감을
나는 엿볼역睪 자에서 얘기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언어가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는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이며
사고와 철학과 종교와 역사가 다양함입니다
이들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이들의 문화와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내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는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하고
해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누리는 기쁨입니다
새들과 새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곤충과 곤충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나서도
우리는 엄청난 희열을 느끼는데
하물며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옮김이겠습니까
0930어지러울 분紛Entangled
어지러울 분紛 자는 꼴소리 문자입니다
실사변糸에 총10획이며
실타래의 뜻을 지닌 실 사糸 부와
소릿값인 동시에 나누어진다는 뜻을 지닌
나눌 분分 자가 만나 이루어졌습니다
실이 마구 엉키고 또 엉클어진다는 뜻이지요
어지러울 분紛 자에 담긴 뜻으로는
어지럽다, 번잡하다, 번거롭다, 엉클어지다
수효가 많다, 왕성하다, 섞다, 섞이다 등과
깃발旗, 차는 수건佩巾, 실띠, 행주
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인 술
성하고 많은 모양, 분규, 다툼, 화란禍難
재난 따위가 있습니다
어지러울 분紛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纷 : 어지러울 분의 간체자
紊 : 어지러울 문/문란할 문
分 : 나눌 분/푼 푼
粉 : 가루 분 자 등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을 감싼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쮜취에巨阙이란 명검이 있었다며
이《천자문》앞쪽에서는 얘기했습니다만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검을 얘기하라면
어쩌면 일본의 닛본도日夲刀일 것입니다
이처럼 이름있는 명검들은 물론이려니와
예로부터 명검의 칼집은 말총집이라 합니다
물론 가죽으로 칼집을 만들기도 합니다
가령 천연가죽이라면 부드럽기로는
말총보다 훨씬 더 부드러울 게 분명합니다
강한 것을 감싸는 것은 부드러움입니다
뚜안위차이의《說文解字注》에 따르면
어지러울 분紛 자에 담긴 쓰임새는
말총집Horsetail Bag이라 하고 있습니다
그 날카롭고 예리한 칼을 감싸고 있는 것은
그와 비슷한 강한 소재가 아니라
말총처럼 부드러운 소재라는 것이지요
이 말총으로 짠 칼집紛의 원리에서
방탄조끼를 만드는 신소재가 나온 것입니다
섬세할수록 강하고 섬세할수록 질깁니다
물론 같은 가닥의 굵기라면 굵은 게 좋겠지요
문제는 같은 질량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섬세하면 섬세할수록 강하고 좋은 것입니다
그만큼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까닭이니까요
0931이로울 이利Benefit
이로울 리利 자는 뜻모음 문자입니다
선칼도방刂 에 총7획이지요
선칼도방은 본디 말 물勿 자였습니다
말 물勿 자는 쟁기와 흙을 나타내는 모양이며
이는 또한 논을 갈아 엎는 모양입니다
벼 화禾 자는 으레 곡식의 대표적인 뜻이고
이로울 이利 자는 곡식을 생산하는 쟁기입니다
나중에 쟁기날이 날카롭다는 뜻이 되고
날카로움의 의미로부터
말 물勿을 칼 도刀로 쓰게 되었으며
칼刀은 돈과 관계가 있으므로
이익의 뜻으로도 쓰였다고 여겨집니다
이로울 이利에 벼 화禾 자가 들어있음은
나름대로 얼마든 이해가 가능한데
날카로움으로 풀이됨이 이해가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이익을 얘기할 때는 벼 화禾 자를 보고
날카로음을 얘기할 때는 칼 도刂 자를 봐야지요
따라서 이익을 추구함에 있어서는
칼날刂처럼 날카롭고 분명해야 하고
그와 같이 날카로움을 추구함에 있어서는
먹을 것禾을 함께 나누는 정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 경제와 안위는 서로 포괄적 관계라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습니다
멍즈의《멍즈孟子》첫머리에서
양나라 훼이왕惠王이 멍즈 선생에게
"우리나라에 어떤 이利를 주시려 오셨습니까?"
라고 했을 때 멍즈는 멍청하게 되물었지요
"왜 하필이면 이利를말씀하십니까?"
이 한 마디씩 주고받는 문답에서 볼 때
멍즈는 훼이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훼이왕은 한 나라의 군주입니다
군주는 백성을 굶지 않게禾 해야 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지켜刂 줄 책무가 있습니다
서생書生 멍즈가 국가 경영을 알겠습니까
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제쳐두고
하필이면 이利를 얘기하느냐 한 것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정치력입니다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대부분 정치를 혐오스럽게 보는 까닭에
참다운 정치가 실종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훼이왕이 멍즈보다 낫을까요
정신적으로는 멍즈를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이익禾을 비롯하여
나라의 안위刂를 함께 책임진 훼이왕은
이 두 가지 뜻을 다 지닌 이利를 말할 수밖에요
여기에 담긴 뜻으로는
이롭다, 이익이나 이득이 되다
이롭게 하다, 유익하다, 편리하다, 통하다
날카롭다, 이기다, 날래다, 탐하다
이자, 이익, 승전 따위입니다
이로울 이利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加 : 더할 가
增 : 더할 증/겹칠 층
沾 : 더할 첨/젖을 점/경망할 접
添 : 더할 첨
益 : 더할 익/넘칠 일 자 등이 있습니다
여기 이로울 이利 자와 관련된 한자에
다시 보니 '더할 가加' 자가 있습니다
불제자라설까 '가피加被'란 말이 떠오릅니다
가피는 더할 가加 자에 입을 피被 자입니다
'가피를 입다'로 '중복해석'하고 있는데
'가피'란 단어에 이미 '입다'란 움직씨가 있지요
가加는 신이나 불보살이 더해주는 것이고
피被는 중생이 공덕의 옷을 입는 것입니다
입을 피被 자는 가만히 있어도
옷이 다가와 절로 입혀지는 자동사가 아니라
스스로 몸을 움직여 입는 타동사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덕의 옷을 스스로 장만하고
그 공덕의 옷을 스스로 입고 있을 때
신이나 불보살이 와서 좀 거든다加는 것이지요
이익의 이利도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몸에 맞는 공덕의 옷을 만들어
모든 준비가 끝나면 그냥 입는 것입니다
이 때 불보살이 다가와 공덕의 뜻을 설하고
어떻게 하면 공덕의 옷을 잘 간수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 아름다운 공덕의 옷을
이웃에게도 권하여 함께 입게 할 것인지를
자비로 가르치심이 가加의 뜻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는 자에게
이利는 성큼 다가오지 않습니다
설령 다가오더라도 문제의 이利일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하지 않았는데 들어온 이익은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하고 또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0932풍속 속俗Custom
풍속 속俗 자는
사람인변亻에 뜻모음 문자입니다
꼴소리 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소릿값을 나타내는 골짜기谷과
사람人이 모인 데서 생겨난 풍습이 합하여
'풍속風俗'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골짜기 곡谷 자가 지닌 뜻은 무엇일까요
물이 잇달아 흘러 그치지 않는 시내입니다
여기서는 그치지 않는 사람의 욕심을 뜻합니다
사람이 보통 "그렇게 지내왔어"
"그게 우리의 생활방식이었거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자고"
하면서 지방마다 펴져 있는 풍습을 가리키며
흔히 있는 일이라 하여 쉽게 여깁니다
풍속 속俗에 담긴 뜻으로는
1. 풍속, 관습, 속인
2. 새로운 맛이 없다, 신기하지 않다
3. 범속하다, 평범하고 속되다
4. 평범하다, 심상하다, 흔하다
5. 대중적이다, 통속적이다, 저급하다
6. 품위가 없다, 비속하다, 저속하다, 속되다
7. 시속이나 세속 따위입니다
풍속 속俗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圱 : 삼 십 리 밭 천/풍속 속俗의 옛글자
圲 : 삼 십 리 밭 천
風 : 바람 풍
流 : 흐를 류 자 등이 있습니다
한자에는 재미있는 글자가 참으로 많습니다
2글자의 '삼 십 리 밭 천圱' 자가 있습니다
알고보면 둘 다 흙토土 부수인데
일천 천千 자가 어느 쪽에 놓이느냐에 따라
풍속 속俗의 옛글자가 되기도 하고
풍속 속俗 자와는 상관이 없기도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2쌍의 젊은 남녀가 걷습니다
노란 은행잎을 사뿐사뿐 밟으며 걷습니다
앞서서 인도를 걷는 한 쌍의 젊은이는
남자가 차도쪽으로 걷고 있고
뒤에서 걷는 또 한 쌍의 젊은이는
여자가 차도쪽으로 걷고 있습니다
가끔은 서로 마주보며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문화와 풍습에 기인한다고요?
아하! 그냥 걷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요?
11/05/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