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과 인간평등
나는 우리들 대부분이 가정과 직장에서 생동감 넘치는 대화에 익숙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많은 수의 남편들이 늦게까지 술 마시고 자정 전후 집에 돌아가서 마치 하숙생처럼 잠이나 자고 다시 일찍 출근한다. 많은 수의 아내들은 언제 보아도 비슷비슷한 텔레비전의 일일연속극 앞에서 시간을 떼우거나, 틈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고스톱판을 벌인다.
저녁 한 끼라도 식구가 모두 둘러 않아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며 대화할 수 있는 가정이 있다면 그 가정은 아마도 화목한 가정일 것이다.
강의를 하다가 학생들을 죽 둘러보고 의문이 있거나 또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말해보라고 하면 모두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고집한다. 학생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아닌지 궁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대화가 없이 자란 결과, 사람들은 대개 극단적인 두 가지 경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하나는, 나는 별 생각 없으니 듣기만 하겠다는 경향인 것 같다. 또 하나는, 나는 내 멋대로 할 테니 떠들든지 말든지 멋대로 하라고 하는 경향인 것 같다.
한 인간이 개성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면 그는 충분히 대화할 줄 알 것이다.그러나 우리들의 가정을 보면, 아직 아이들을 개성있게 키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를 무조건 윽박지르고 기를 죽여 놓거나 아니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냐 오냐 하면서 무엇이든지 들어 주어서 그야말로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다. 그 아이들이 크면 맹종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반항하기 쉽다.
어떤 사태의 전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장점과 단점을 예리하게 통찰하여 사태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을 바로 비판정신이다. 비판정신은 인간과 사회를 발전시키기 때문에 아무 것이나 무조건 반대하는 비과는 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만일 우리들이 비판정신을 착실히 배워나간다면 우리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 불평등이다. 이것의 뿌리는 남녀차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월등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이 자연적으로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 나라가 얼마나 선진국인가 하는 것은 그 나라에 남녀평등이 얼마만큼 잘 보장되어 있는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인간이면 어느 누구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 그러나 대화와 비판정신이 없다며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소망은 한낱 공상이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태어나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대화난 비판정신을 잃지 않고 그것들로 삶과 사회를 장식한다면 우리들은 조금씩 열린 삶과 열린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