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10월 30일에 일제의 대학살에 죽은 36명의 장암촌의 순교자들을 추모하고자 학살기념비를찾아나섰다. 그러나 마을입구에서 부터 곤혹감에 빠졌다. 눈에 익숙한 마을 간판이 사라젔기 때문이다. 누군가 간판을 의도적으로 뽑아냈다. 파헤쳐진 자리가 크고 작은 돌들로 어수선하였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지난 3월에 찍은 사진. 바위 뒤에 마을 간판이 있다
최근에 찍은 사진. 간판이 사라졌다.
불길한 마음을 안고 유지기념비를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기념비는 테레를 당하여 백색 공포에 빠져 있었다.
최근에 찍은 사진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역사 테러를 당한 기념비가 공활한 하늘에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은 23년 봄에 찍은 사진
용정시내 안에 있는 이상설의 서전서숙의 터를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서전서숙 기념비와 나란히 서있는 심연수의 시비가 테러를 당하여 백색의 처연한 모습이었다.
여정의 끝에 황금색으로 물든 서전벌과 평강벌을 보고자 비암산에 올랐다.
일송정 기념비 좌우에 있는 시비 두 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맞아주었다.
우측에 있는 조룡남 시인의 비암산 진달래.
지워진 조룡남의 시비
좌측에 지워진 리태수의 시비.최근 촬영
지난 3월에 찍은 리태수의 시비
얼굴이 사라진 시비 또한 역사의 증언자이리라.
테러 당하는 역사를 생각하며 해란강가에서 목놓아 울었다.
거대한 수레바퀴 아래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것인가?
지금 역사 수레바퀴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역사의 어둠과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소서.
우리로 하여금 평화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몸과 마음과 뜻이 하나되어 살게 하소서.
평화를 원하면서 권력자들의 탐욕과 패권 다툼에 휩쓸리지 않도록 깨어있게 하소서.
역사의 어둠이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직시하게 하소서.
깨어있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2024년 10월 13일 축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