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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을 간 지 하도 오래되어 어제 슬며시 다녀왔습니다....]
라고 쓰려고 보니 얼마 전 '휴일 카메라 문화강좌'를 진행하며 다녀왔더군요.
불과 보름 전 일을 잊었다는 것은 제 아둔한 머리 탓도 있겠지만
문화강좌든 해설이든 진행을 하며 어딘가를 걷고, 방문하고, 여행한다는 건
온전히 그것을 감상하며 온몸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어제는 홀로 카메라 2대를 걸어메고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했습니다.
마침 보고 싶었던 동아시아 호랑이전시도 있고, 새로 산 렌즈도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또 요즘 읽고 있는 책이 우리나라 중세와 근대의 옛 그림을 재미나게 소개하는 내용이라
그 책에 나오는 그림의 진품을 다만 몇 점이라도 만난다는 생각에 상당히 들떠있기도 했습니다.
이촌역을 나와 만난 박물관 나들길 입구.
자주 오는 곳이지만 올때마다 느낌이 매번 남다릅니다.
개인사정으로 혼자 다니지 못한지가 꽤 되었는데,
오랜만에 홀로 나들이라 더욱 더 기분이 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양미술사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프랑스미술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는
예르미타시박물관 특별전을 안볼 수 없을 듯 합니다.
19시부터 진행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에서 이 특별전 해설을 듣기로 맘 먹었답니다.
예르미타시박물관 특별전 관람후기는 하편에서 호랑이 특별전과 같이 소개해드릴께요.
한중일 삼국의 호랑이 미술을 만날 수 있다는 특별전입니다.
김홍도의 산출호도가 출품되었다고 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18시부터 큐레이터 분이 우리나라 '까치와 호랑이 그림'
이름하여 호작도에 대해 직접 해설해주신다고 해서 시간을 맞추기로 합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와 7시가 있습니다.)
정말로 반갑고도 고마운 봄비가 내려주고 있습니다.
푸석해진 대지를 가득 적셔주길 온 마음으로 빕니다.
비내리는 날의 석조물정원도 보고팠지만
동아시아 호랑이 특별전 해설 시작이 1시간 밖에 안남았어요.
그 전에 보고팠던 그림들을 국박 2층 서화실에서 만나려면 서둘러야 했답니다.
국박 본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동아시아의 호랑이미술 특별전과 예르미타시 발물관전 티켓을 구매합니다.
예상치 못했는데, 이날의 마지막 주 수요일이었군요,
이날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하여 주요 박물관이나 전시, 공연 등을 50% 할인해준답니다. 빙고! ^^;
본관에 들어갔더니 예르미타시박물관 특별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 박물관이 있는 쌍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이야기를 여행작가를 초청하여 듣는 시간이네요.
저는 2층 서화관이 급했기에 그냥 패스... ^^
요즘 읽는 옛 그림 책에 준법(皴法)이라고 하여 산수화를 그리던 기법을 읽었는데,
여기서 동영상으로 각 기법들을 정말 알기쉽게 설명해주고 있네요.
책을 보고는 잘 이해가 안갔었는데.... 대박입니다. ^^;
이 동영상은 전에도 보았을텐데, 그때는 이쪽 지식이 없어서 무의미했는데,
이제는 제게 큰 기쁨을 주네요. 무언가 알아간다는 행복입니다. ^^;
그 옛그림 책에서 미수 허목 선생이 그린 월야삼청이란 그림을 소개하며
미수 허목 선생에 대해 전서체로는 국내 1인자라고 설명합니다.
삼척 해파랑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척주동해비를 통해 우리나라 서예사에
큰 업적을 남긴 분이란 건 알았는데, 전서체를 이렇게 대하고 보니 감회가 새롭고,
갑자기 척주동해비 보러 삼척을 가고 프네요.
그 서체의 기운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서체만으로도 파도를 잠재울 정도였을까요.
미수 허목 선생의 인장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서의 1인자 답게 인장도 전서체가 주류를 이루네요.
인장에는 글씨를 음각하는 백문방인과 양각하는 주문방인이 있는데,
두 가지를 모두 찍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초상화 그리는 법이 서화실 끝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사실 맘이 급해서 국박 본관 입구에서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관람을 했거든요.)
우리가 보는 이 초상화는 식물성 원료를 물에 풀어서 채색을 하는 수묵화와 반대로
광물성 원료를 아교를 이용해 채색하는 진채화랍니다.
수묵화가 은은하다면 진채화는 보시다시피 강렬하고, 과정도 복잡합니다.
국박 서화실에서는 [다시 만난 조선시대 산수도 두점]이란 작은 특별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무려 12년 만에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을 완전 개편한 지난 12월 8일부터 시작한
이 특별전시는 1916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던 산수화와 거의 비슷한 구도와 준법,
그리고 같은 낙관을 찍은 산수도를 최근 일본에서 구입한 것을 계기로 합니다.
왼쪽이 본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던 것이고, 오른쪽에 최근 구입한 산수도라고 합니다.
어떻게 같은 화가가 그렸을 것 같습니까?
‘학포(學圃)’라는 확인 미상의 선비가 그림에 덧붙이는 찬시를 썼다고 해 ‘학포찬 산수도(學圃讚山水圖)’로 불리는 이 작품은 그림 자체는 작자 미상이라고 하여 조금 아쉽습니다.
15세기 대표적인 화원이었던 안견에서 시작한 산수 양식이 16세기 들어오면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이 작품을 16세기 전반의 대표작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두 작품의 찬시를 크게 비교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 걸 촬영했습니다.
[다시 만난 조선시대 산수도 두 점] 특별전은 4월 8일까지입니다.,
작년 12월 8일에 시작해 4월8일까지 하는 서화실의 작은 특별전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개(犬)관련 옛 그림 전시회입니다.
읽는 책에서 개 그림의 걸작으로 소개한 '김두량'의 긁는 개를 진품으로 만날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니 김두량의 '긁는 개' 작품이 아니 나올 수가 없지요.
가로 26.3cm로 생각보다 진품 그림은 작은 편이네요.
옛 그림 책에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이 그림을 설명할만큼 기법이 치밀하고 대담합니다.
문화적 성숙기에 접어든 영조시대 때 주로 활동한
김두량(1696~1763)은 대대로 그림을 그리는 화원 집안 출신인 전문화원입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열일곱 살 때 당시 멀리 해남에 살고 있던 선비화가 윤두서를 찾아가
그림을 배웁니다.
-----<조선의 레오나르도다빈치라는 윤두서 이야기>-----------
자화상 중에는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된 작품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1668~1715)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우리나라 그림 공부는 윤두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회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막중한 위치를 갖는 분이지요.
호남 최고의 갑부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의 증손으로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던 가풍이어선지 양반임에도 그림과 지리, 천문,
역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천재성을 발휘한 분입니다.
혹자는 조선의 레오나르도다빈치라는 수사를 쓰기도 한답니다.
실제 그림에서도 인물화, 산수화, 풍속화, 동물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기량을 보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정물화도 바로 윤두서 선생의 작품입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윤두서 선생 작품이 많은 해남 윤 씨 종택의 녹우당을 가고 싶네요.
아마 우리나라 종택 유물관으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믿기지 않지만 소장 유물이 무려 4600여점이랍니다.)
말을 길게 꺼낸 김에 좀더 윤두서 선생 이야기를 해보죠. ^^;;
본래 윤두서는 윤선도의 직계 증손은 아니었으나 직계 후손이 없어서 윤선도의 둘째아들의
손자 5명 중 넷째인 두서를 종손으로 양자 입적시키면서 이 집안 재산을 물려받게 됩니다.
두서를 종손으로 지명한 것도 점술에 일가견이 있던 윤선도였다고 하네요.
아무튼 공재 윤두서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양반집안이었으나
당시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남인의 대표집안이어서 제대로 출사하지 못하고,
한양과 해남을 오가며 집안을 관리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특히 짧은 시간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는 개인적인 비극를 겪기도 했다는데요.
몇 년 전 발도행 국박 큐레이터와의 대화에서 만난 심득경 초상도 바로
윤두서가 절친 심득경이 죽은 지 4개월만에 그려서 그 집안을 울음바다로 만든 작품이었지요.
공재 윤두서는 유복함을 뛰어넘는 어마무시한 재산을 갖고 있었으나,
어려운 사람의 빚문서를 스스로 태우고, 노비를 부를 때도 꼭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사귈 때도 당색과 무관했으며, 언제나 인자하고 중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하네요.
특히 가뭄이 들어 먹고살기 힘들 때는 곡간을 열고, 간척사업을 벌여 구휼사업을 하는 등
주변 돌보는 게을리하지 않았 신망이 매우 두터웠다고 합니다.
--------<다시 김두량과 긁는 개 이야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중인 집안의 전문 화원이었던 김두량이
먼 해남땅까지 그림을 배우겠다고 찾아왔을 때 사대부였던
윤두서는 그를 집에 재워주고 먹이며, 그림공부를 시킵니다.
당시 윤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동양은 물론 서양의 미술책까지
매우 많은 자료들로 소장했고, 본인 역시 그런 기법을 연구하고
실제 사용합니다.
따라서 김두량이 긁는 개나 다른 작품에서 보여주는 서양의 명암법도
해남에서 윤두서에게 그림을 배울 때 익혔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두량 역시 스승 윤두서와 같이 산수와, 인물화, 새나 짐승을 그리는 영모화 등에
모두 뛰어났다고 합니다. 영조가 남리라는 호를 직접 내리고, 평생 녹봉을
받도록 할 정도였으며, 화원의 최고직인 별제까지 오릅니다.
김두량이 그린 삽살개도 대단한 명작인데, 아쉽게도 개인소장품으로
협의가 안되었는지 이번에는 못 보았습니다.
긁는 개라는 작품으로 돌아가자면 개의 표정이 매우 복합적입니다.
가렵다고 하는 것도 같고, 긁어서 시원해 하는 것도 같습니다.
뭐 두 가지 다일 수 있겠지요.
근래 알았는데, 개가 제 몸을 긁으면 집 안에 복을 가져온다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김두량도 구전되는 그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낸 것인지 모르겠어요.
또 나무 아래 있는 개는 한자 발음이나 형태가 비슷하여
집을 지킨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붙여서 이 그림을 보니 뭔가 달라보이시나요?
직접 가셔서 진품을 보세요. ^^;
(개가 그려진 그림들이 더 많았는데 유독 이 작품에만 눈이 갔습니다.)
다음은 대나무 그림을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마음을 닦는 취미로 그린 그림을 '남종문인화'라고 부르는데요.
그중에서도 사군자를 참 많이 그렸지요.
유독 사군자를 많이 그린 것은 그림을 그리는데 기초가 되는 필법과 묵법을 익히는데
이만한게 없어서 이기도 하고, 묵 하나 만으로 정신세계를 표현하는데 탁월했기 때문이라네요.
매, 난, 국, 죽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던 소재는 난과 대나무였고,
그중에서도 정절과 효행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더 선호했다고 하네요.
대나무 그림에서 잎 그리는 방식으로 까마귀가 놀란 모습이라는 '경아식'과
한자 낱 개(个) 모양과 닮았다는 '개자식', 나눌 분(分)자를 쓰는 '분자식' 등이 있는데요.
위에 그림은 개자식을 주된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발음이 좀.. ^^;;)
우리나라 3대 묵죽화가로
탄은 이정(1554~1626), 수운 유덕장(1675~1756), 자하 신위(1769~1845)를 꼽는데,
위 작품은 탄은 이정 선생의 묵죽화입니다.
하지만 이 세 분의 활동시기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결국 탄은 이정의 묵죽화가 전체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정 선생의 풍죽도를 보고 싶었는데, 출품되지 않았더군요.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니 간송미술관 개장 때 가봐야겠습니다.
이정의 풍죽도는 우리나라 5만원권 화폐 뒤쪽에 희미하게
어몽룡의 월매도 뒤에 도안되어 있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묵죽도는 글씨 쓰듯 그리는 필법을 활용하는 게 특징인데,
이정의 묵죽도는 기존의 필법을 이용하면서도 사실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이라고 하여 글씨와 그림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이 있고,
특히 추사 김정희가 이것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추사체를 보면 예서에서 출발했느나 공간구성을 통한 회화예술의
경지까지 넘나들기에 수많은 찬사를 받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내일 가게 되는 봉은사에서 추사가 숨을 거두기 3일 전에 썼다는
편액을 만나게 되겠지요.
조선 3대 묵죽화가 중 한명인 수운 유덕장의 겨울과 여름 대나무 그림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유덕장의 묵죽도를 두고 "메마른 듯 힘이 있으며,
소박한 옛 풍치가 있다"고 평가했답니다.
이 그림을 그린 배경을 간략하게 쓰는 제시에
"정묘년 여름 80세의 수운이 그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무척 장수하셨네요.
우봉 조희룡(1789~1866)의 여덟 폭 대나무그림 가운데 여섯 폭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세기 조선의 문인들이 '선비'의 표상으로 여겼던 중국 북송의 문인인 '소식(1037-1101)'의
제자라고 발문을 조희룡 본인이 썼는데요.
이는 호인 '동파'를 써서 소동파로 더 잘 알려진 소식에 대한 조선문인들의 애정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3대 선비화가로 불리는 현재 심사정이 그린 田家樂事(전원생활의 즐거움)란 작품입니다.
참 좋은 작품을 만나고 왔네요.
표암 강세황(1713~1791)이 78세에 그린 난죽도입니다.
역시 걸출한 작품을 남기려면 장수하는 게 중요한가 봅니다. ^^;
예조판서까지 올랐던 강세황은 정조 때 왕명으로 베이징에 갔을 때 그의 글과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할 정도로 서화에 뛰어났던 분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그린 '자화상'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분이시지요.
본인이 서화에 능했던만큼 당시 화단의 발전을 위해 후원자로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 서양화법이 수용된 것에는 그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김홍도와 신위를 가르친 그림 스승이었다고도 하네요.
훌륭한 예술가가 나오려면 이런 분들의 후원이 큰 바탕이 되기도 하죠.
호랑이 특별전 해설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3층 불교조각관을 잠시 들렀다 갑니다.
이 분은 정면에서 보면 왼쪽 눈두덩이가 좀더 상대적으로 부풀어 보이시는데,
이렇게 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없군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보로 손꼽히는 이 분을 친견 아니하고 갈 수 없지요.
얼마 전 부여국립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 진품을 친견하고 오신 분들은
내가 사랑한 국보 1호의 순위가 살짝 흔들릴수도... ^^;;
호랑이 미술전을 보러 1측 특별전시실로 갑니다.
이 호랑이 상은 호랑이 미술전 기간에만 갖다 놓을 것 같네요.
호랑이 미술전을 1시간에 걸쳐 관람하고, 예르미타시박물관전을 보러가는 길에
촬영한 박물관 본관 로비입니다.
참 멋진 건축예술이예요.
호랑이 미술전 후기는 예르미타시박물관 전과 함께 별도 게시물로 소개하겠습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감명 깊었던 예르미타시박물관 전시회를 보고 나왔습니다.
비에 촉촉히 젖은 국립중앙박물관 일대가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에 이 정도 공간이 몇이나 될까요.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많이 가물었으니 밤새 내려주길 바랍니다.
단독으로 놀러왔으니 비 오는 날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잠시 머물며 담아봅니다.
생각보다 추워서 오래 있진 못했어요.
경관조명에 빛나는 빗방울이 마치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듯 합니다.
가뭄이 심했기에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생명이 쏟아지는 듯 합니다.
묵죽도를 감명 깊게 감상한 날이므로 대나무를 이용해서 촬영해보기로 했어요.
비에 젖은 바닥은 자연스럽게 빛의 잔영을 연출하며 풍경이 더욱 화려해집니다.
(간혹 바닥에 일부러 물을 뿌려서 반영을 찍는 경우도 있지요)
사진으로 그려본 풍죽도? ^^
비에 코팅된 대나무 이파리의 윤기가 아름답던 밤입니다.
문화공간으로도 훌륭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실제 사진동호회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젖은 바닥에 핀을 맞춰 봤답니다.
혼자여서인지 평소 안보이던 앵글이 프레임에 담기네요.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구도입니다.
아마 조금 전 걸출한 대나무 그림들을 맘 속에 담아왔기 때문이겠죠?
비 내리는 초봄의 청자정이 상록수들과 함께 아름답습니다.
정말 좋은 작품들을 보고 나서인지. 앵글에 대한 감수성도 좋아진 듯 싶습니다.
아니면 새로 장착한 렌즈 덕분? ^^;;
수요일 야간개장이 마무리되는 밤 9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우산을 펴고 지하철역을 향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인데 브랜드 커피숍은 좀 아니다 싶긴 한데요.
그럼에도 비오는 밤에 나름 운치있는 듯 하여 한 컷 담아봅니다.
박물관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아쉬워요.
그래서 다시 오게 되나봐요.
다시 올때마다 어김없이 새로운 전시로 맞아주니
눈물나게 고맙고, 감격스럽답니다.
건곤감리가 새겨진 제가 참 좋아하는 의자 사진을 마지막 사진으로 올립니다.
이어서 후기 하편에서는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과 [예르미타시박물관] 특별전 후기가 이어집니다. ^^
첫댓글 김두량의 '긁는 개' 그림이 눈에 팍 띄는군요.감하고 갑니다. 감사
그리고 그의 스승이자 朝鮮의 레오나르도다빈치라는 공재 '윤두서' 이야기 등
발견이(윤문기)님의 멋진 사진과 어우러진 좋은 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발견이님의 글과 사진솜씨에 감탄을 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을 첨 접해봅니다~ 저도 꼭 이곳 관람해야겠네요~감사합니다.
네. 꼭 가보세요. 저는 자주 가는데도 갈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