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식을 키우기 위해,
노후준비를 위해,
언젠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저마다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열심히 돈을 저축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축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젊음'과 '시간'이다.
신은 공평하시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시간을 허락해 주셨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루 24시간을 동일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어떤 이는 하루를 30시간처럼 살고, 어떤 이는 하루를 15시간처럼 산다.
어떤 사람은 이것 저것 많은 일들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하고, 어떤 사람은 하릴없이 빈둥거리거나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만 바퀴를 굴린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얘기는 아니다.
각자가 선택한 삶이고, 자신의 책임 하에 각자의 인생을 스스로 엮어가는 것이니까.
자기 집 화장실이나 주방에서 수돗물이 줄줄 흐른다면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얼른 잠글 것이다.
수돗물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이기에 사람들이 느끼는 아까운 체감지수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물에 비해 시간은 어떤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 실재하는 신의 선물이자 가장 큰 자산이다.
낭비되는 수돗물은 무지 아깝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은 어떤가.
한 번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간.
우리에게 그런 시간 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어차피 시간을 저축하거나 저장해 둘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서 아껴서 쓰고, 열심히 쓰고, 잘게 쪼개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믿는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므로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청년기 때부터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랬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진행하려 할 때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대개 비슷하다.
첫째로는 "돈이 없다"고 하고, 둘째로는 "시간이 없다"고 하며 셋째로는 머릿수는 많은데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류가 존재한 이후로 이런 불만과 불평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중고생도 그렇게 얘기하고, 5060 기업체 CEO도 그리 말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노인정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8090 어르신들도 말씀하시는 논리는 거의 비숫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돈 없고, 시간 없고 사람 없다고 한다.
이런 여건들이 갖춰지지 않아 어떤 일을 도모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불평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너무나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별로 영양가 없는 푸념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의 생각과 언어 습관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 만큼 돈도 있고, 시간도 있으며 특히 내 주변엔 다양한 인재들이 있다"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가능하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말투 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단어들을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발설하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나 그것이 평생 동안 누적되면 종국엔 나와 내 가족의 운명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는다.
준엄한 사실이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내 딸의 사례가 그랬다.
90년 연말에 결혼하여 92년 2월에 첫 아이들 얻었다.
딸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강보에서 퍽이나 많이도 울었다.
커가면서도 어찌나 숫기가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 엄마의 치마 뒤에 숨기 바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땐 교단이나 무대로 나가 발표를 한다거나 자신의 생각을 급우들에게 전달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유치원 때로 기억한다.
부모를 초청해 '학예 발표회'도 하고 아이들이 준비한 작은 공연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우리 부부도 당근 기쁜 마음으로 갔었다.
아이들이 차례대로 무대로 나와 자신의 그림과 작품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들어갔다.
정말로 예쁘고 귀엽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내 딸의 차례가 되었고 무대에 섰지만 한동안 말이 없더니 5-6초 후에 닭똥같은 눈물을 쏟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주여, 우째 이런 일이"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고 타인 앞에 나서지 못했으며 걸핏하면 사람 뒤에 숨거나 울보로 돌변했다.
참담했다.
원래 부끄럼을 많이 타는 지는 알고 있었지만 아예 친구들 앞에서 발표조차도 할 수 없는 수준인 지는 몰랐다.
'치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치료'는 별게 아니었다.
가족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감 그리고 점진적인 자심감의 함양이었다.
많이 접촉하고 부대끼며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소통'이 치료의 핵심이었다.
여행, 수영, 영화보기, 독서 토론회, 함께 일기쓰기, 여행후기 작성 후 가족들과 토론하기 등등 수많은 접점들을 치근차근 쌓아 나갔다.
그런 노력들이 누적되었고 그것을 자양분 삼아 공감력과 상상력, 실행력이 점진적으로 증대될 수 있도록 십여 년 이상을 중단 없이 이어갔다.
'강압'이나 '견인'이 아니라 '칭찬'과 '신뢰' 그리고 '동행'과 '동기부여'가 주안점이었다.
집에만 있지 말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이 생각하는 핫플레이스에도 자주 가보고, 핫아이템도 구입하거나 사용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느끼며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산본'에서 '안양 1번지'까지 몇 번이고 나가보라고 했다.
다음엔 명동과 강남, 홍대, 경복궁, 교보문고 등에도 혼자 가보라고 했다.
큰 경험이든, 작은 경험이든 어떤 액선이 있으면, 그런 시도에 대해 딸과 함께 세세한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회사 일이 많고 미팅이나 출장이 잦더라도 애들과의 대화시간 만큼은 더 많이, 더 자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한번의 적극적인 시도나 작은 행동에 대해서도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칭찬해 주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녀석의 입장에서는 진짜로 용기를 내서 시도해 본 경험이라는 점을, 아빠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점점 떠나고 돌아옴에 대해, 뭔가를 시도해 보고 스스로 평가하며 글로 써보는 것에 대해 편안해 졌고, 즐거워 했으며 자심감도 상승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결코 중단하지 않았다.
어느새 혼자 멀리까지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고, 중고시절에 반장을 여러번 맡았으며 급기야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600킬로 국토순례 종주, 라이프가드 취득, 다양한 알바와 스스로 용돈벌기, 여군 ROTC 창단멤버, 첫번째 리더(대대장) 임명, 1시간짜리 TV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의 발탁 등등 엄청난 변화와 다름이 있었다.
변화무쌍했다.
나는 지금도 내 딸을 생각하면 '괄목상대'와 '상전벽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값싼 자식 자랑이나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시간, 열정, 변화, 도전, 운명을 얘기하면서 내가 직접 체험했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례를 하나 열거한 것 뿐이다.
그 중심에 '시간'이 있었다.
변치 않는 철학, 교육에 대한 방점, 오랜 기다림, 시간의 속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다시 글의 서두로 돌아가 보자.
우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저축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바로 '젊음'과 '시간'이다.
이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단연코 '시간'이다.
인생에서 '시간'보다 더 소중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신은 공평하시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시간을 허락해 주셨다.
돈이나 재산 보다 더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을 매양 아껴쓰고, 알차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그런 태도와 생각으로 한 번밖에 없는 각자의 인생을 더욱 뜨겁고, 더욱 향기롭게 채색해 나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더 열정으로 그 시간들을 의미있게 사용하고 멋지게 활용해 보자.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꼭 안전운행 하시고 한 주 내내 평안하시길 기원해 본다.
파이팅.
2011년 7월 11일.
시간에 대한 생각, 내 마음 속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