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개 [ 양장 ]
이지담 글/김순영 그림 | 초록달팽이 | 2023년 11월 15일
책소개
초록달팽이 동시집 여섯 번째 권입니다.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된 동시집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진솔하게 표현해 온 이지담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으로, 이전보다 한층 더 깊고 탄탄해진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김순영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해학적이면서도 따뜻한 그림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글작가 이지담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3년 『시와사람』 신인상으로 등단하고,2010년 [서정시학] 신인상, 2014년 제22회 [대교 눈높이아동문학대전] 아동문학상 동시부문 최고상, 2019년 미래서정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고전적인 저녁』, 『자물통 속의 눈』, 『너에게 잠을 부어주다』를 펴냈으며, 『자물통 속의 눈』이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2023년 동시 부문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과 발간지원에 선정되었다.
그림 김순영
일러스트를 전공하고, 현재 그림작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그림으로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장독대의 비밀』이 있으며, 그린책으로 동시집 『여덟 살입니다』 『고민에 빠진 개』,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대신 울어줄래?』, 그림책 『어디로 갔을까?』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참치캔 하나를 선물 받은 개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두드려보고
핥아보고
물어뜯어 봐도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물건 때문에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 「숙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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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는
내 마음을 흔들어 정신을 빼가는
유령들이 산다
나는 엄지손가락을 세운 뒤
조용히 해
내가 부르는 놈만 나와!
그러나
내 마음은 이미 조종당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지명을 한다
- 「마트의 유령들」 부분
이들 동시에서 보듯이, 이번 동시집의 가장 특징은 재미와 감동입니다. 「숙제」처럼 “참치캔 하나를 선물 받은 개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물건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지거나, 「마트의 유령」처럼 “내 마음을 흔들어 정신을 빼가는” 마트에 사는 유령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또한, 이번 동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은 억지로 동심을 흉내 내지도,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을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이 건네는 말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동시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인의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동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동심을 품게 해주는 어린이들에게
가닿아 보고 싶어 동시를 쓴다.
내게 여러 종류의 슬픔이 다가왔지만,
내 안에 살아있는 동심이 그 슬픔을 이겨내게 했다.
동심이 있는 지구는 여전히 아름답다.
2023 가을
이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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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봐! / 이지담
거북이와 토끼가
다리 바꿔 달리기를 하였다
거북이는 긴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스프링 달린 것처럼 높이 뛸 수도 있다
이젠 안다
낮잠을 자는 척
기다려 준 토끼를
토끼는 물갈퀴 다리를 가지게 되었다
한 번도 쉼 없이 걷고 걷는다
이젠 안다
이 게임을 물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 거북이를
거북이는 토끼 손을 잡고
토끼는 거북이 손을 잡고
엄지척을 한다
이번엔 누가 이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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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 물수제비 뜬다 / 이지담
온몸으로 뻘밭을 기어가는 짱뚱어
농게처럼 달려보고 싶어서
엄마, 우리는 왜 다리가 없어요?
적이 쳐들어오면
농게네는 병정처럼 갑옷 입고
10개 다리로 잽싸게 도망치잖아요.
아가야,
우리에게는
지느러미 날개가 있잖니!
바닷물이 쳐들어오면
바다 위를 물수제비 뜨며 나는
우리의 아름다운 날개를 보렴!
아마도
농게는 우리가 부러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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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터기 일기장 / 이지담
내 옆에 터를 잡은
민들레가 초록으로 말을 붙여온다
조잘조잘
이사 오기 전
길냥이 친구 이야기
하느라 바빴다
바람이 우리 곁을 맴돌아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지고
그루터기에 앉아
이야기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참새 한 마리
내일 올게, 안녕!
친구도 데려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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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시를 읽다보면
소재의 다양함에 놀라곤 합니다.
어쩌면 이런 소재를 포착했을까!!!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