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극적 삼각관계 다룬 86년 최인호의 베스트셀러 ##
1986년 최인호의 베스트셀러를 곽지균 감독이 영화화했다. 대학가에 최루탄이 자욱하던 시절, 사랑 얘기로 젊은이들 눈물샘을 자극했던 이 영화는, 멜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불구성을 우회적으로 폭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혜(이미숙)와 현태(안성기)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의대생이던 민우(강석우)는 우연히 음대생 다혜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양공주였던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 민우는 방황을 시작하고 민우의 친구 현태는 어느 때부터인가 다혜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는 이들 사이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사랑의 불완전성, 나아가 욕망의 파괴적 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민우의 자의식이 심해질수록 다혜와의 관계는 왜곡된다. 아버지가 죽고 홀로 남은 민우는 기지촌으로 찾아들고, 범죄에 손을 댄다.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던 현태는 졸업과 함께 그가 비웃던 세상에 발빠르게 적응해간다. 결국 현태는 다혜를 아내로 맞이한다. 결혼식에 몰래 찾아갔던 민우는 경찰에 쫓기다 자살을 선택한다.
영화는 자전거로 시작해 자전거로 끝난다. 처음 자전거는 민우가 다혜를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마지막 자전거는 민우가 남긴 아들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혜와 현태 부부 속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표현된다, 민우의 부활인 셈이다. 다혜와 현태 부부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은 욕망으로 표현된 비윤리성에 대한 보복이고, 민우 아들과 만나는 장면은 마치 불가의 윤회설을 떠올리게 한다.
신파조의 대사들이 사뭇 지루한 느낌을 주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때리는 장면들도 꽤 있다. 안성기 강석우 이미숙 이혜영의 싱그러운 젊음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며 특히 정광석 감독의 촬영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