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또 하나의 글을 쓰려니 어떤 제목을 쓴다는 게 마땅치 않더군요.
무례를 무릅쓰고 글 제목은 '마왕'님께서 쓰신 글에서 아이디어를 따왔습니다.
'마왕'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사업 아이디어도 공유하자구 하셨었잖아요~ ^^;;)
지난 몇일...
지난 몇주 처럼 밤마다 잠+게시판과 씨름(?)을 하며 지냈었습니다.
실은 일전에 글을 하나 올리곤 참 후회 많이 했습니다.
무엇보다 주옥같은 글을 쓰시는 다른 분들께 너무나 죄송했었구요.
두서없이 쓰였던 제 글이 베스트뷰 게시판에서 보게 될 줄이야...
베스트뷰에 좋은 글을 올리신 분들...
가슴을 열어 이야기 하신 많은 분들 앞에 너무나 부끄럽더군요.
(작가폐업을 쓰신 '마왕'님... 님께 특히나 죄송하구요...)
(옥같은 글들 읽으시다 티 하나 보셨을겁니다. 죄송합니다.)
실은 조금 전 다른 분이 올리신 글 하나를 게시판에서 봤었습니다.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씨의 눈물에 관한 글이었어요.
그 글을 읽으며...
내가 살아오며 잘한... 혹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도 한가지는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 그게 뭐냐면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눈물흘리다' 였습니다.
이제...
조금은 긴 얘기를 시작해야 할 듯 합니다.
제 가슴 한편에... 제 어깨 한편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어서는...
제 마음을 무겁게 해왔고... 제 어깨를 무겁게 해왔었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아주 조금 철이 들은 이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렴풋이 초등학교 3학년 되던 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 2학년 때 까지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었습니다.
당연히 초등학교도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신설학교였구요.
당시 그런 고층 아파트는 흔지 않은 지라...
살만한 중산층들이 모여 살았던 동네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제가 3학년때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집이 이사를 했거든요. ^^
저희 집이 그 곳으로 이사하지 않았더라면...
전 아직까지도 눈물을 모르는 한 사람이었을 지 모릅니다.
저희 집이 이사를 간 곳은 제가 그때까지 살았던 곳이랑 조금은 틀린 곳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지은지 조금 오래된 아파트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동 바로 옆에 담벼락이 하나 세워져 있고는...
그 담벼락을 경계로 건너편엔 판자집들이 자리 하고 있었습니다.
슬리브라고 하나요??
플라스틱 지붕에 깨진 문을 막은 비닐봉지들...
그 집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불안한 지붕마져...
저희 아파트단지에 살던 철없는 아이들이 별돌을 던져 부셔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 시절 아이들이 어떤 악의를 가졌으리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이 그 곳에 사는 그들에게 정말 어떤 일을 한건지는 추호도 몰랐을 겁니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저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삶들로 알았습니다.
늦게나마 그 당시의 전 주위를 둘러볼 안목도 철도 없는 어린 아이였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 갔던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습니다.
근데 참 묘하게도 그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도 부류가 나뉘어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과...
시장에 살거나 소위 판자촌에 사는 아이들로 말입니다.
그 학교를 3학년때 처음 들어간 저로선 그저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아파트 단지 아이들은 시장, 판자촌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지 않았습니다.
저는 시장, 판자촌 아이들과 사귀는 몇안되는 '특이한 녀석'중 하나였습니다.
그게 아마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판자촌에 사는 한 친구 집으로 놀러갔었습니다.
전 방 하나짜리 집을 그날 처음 봤습니다.
저랑 제 동생이 같이 쓰던 방보다 조금 더 큰 방에 다섯 식구가 모여 살고 있었습니다.
^^ 당시에는 충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친구집에 갔을 때 그 친구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며...
조심스레 내주신 건 당시 300원(500원?)짜리 빙그레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 종이금박으로 포장 되어있는 통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제가 아주 철이 없진 않았나 봅니다.
집에선 아버지께서 매일 저녁 사오시는 당시엔 비싸던 '구구 크러스터'에 입맛이 들었던 저인데...
'참 맛있다'하며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제 딴에는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드린다고 한건데...
순간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조금 조금씩 아껴 먹고 있는 친구 동생이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뭔지 모를 무언가가 제 마음 속에서 울렁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밤이 늦었다 하여 제가 그 집에서 자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 덥던 한 여름 단칸방...
그날은 마침 친구 아버지께서 일을 가셔서는 친구의 네식구와 저까지 다섯이 그 방에서 널널히(?) 잘 수 있었습니다.
밤새 배게에 얼굴을 묻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날 밤이 제겐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날 집에 와서는 어머니께 그 말씀을 드리곤 되게 혼이 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동네는 '위험한' 동네니까 그 친구랑도 친하게 지내지 마라.'
라고 하셨었죠.
그 이후... 제 어깨에... 제 가슴 속에... 무언가가 자리 잡는 걸 느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돈 잘버는 치과의사'이십니다.
그 당시 학교에 계시던 터라 다른 의사들만큼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암튼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돈을 많이 버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습니다.
전 어렸을 적 넉넉한 집안에서 모자란 것 없이 태어난 사람입니다.
먹고 자고 입는 것에 대해 걱정 한번 안했었던 사람입니다.
그 사이 역경은 있었으나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그 역경을 이겨내셔서는...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꿈꾸지 못하는 '유학'이란 걸 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그렇기에...
제 마음이... 제 어깨가... 항상 무겁게만 느껴왔습니다.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누려온 저이기에...
그렇지 못하셨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죄송하다'라는 말만 맘속으로 되네이며 살아왔습니다.
넉넉지 못했던 선후배와 친구들 앞에서...
신문, 잡지, 뉴스를 통해 보아온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 앞에서...
참 많이도 '눈물'을 보였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들어가던 해...
아버진 저와 제 동생을 데리고 광주로 향하셨습니다.
그날 저흰 가끔 지나가는 얘기로 듣곤 했던 망월동이라는 곳을 갔었습니다.
당시 한겨레21에서 글로만 읽었던 역사의 한 부분...
그 역사의 현장 앞에서 말없이 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가 그곳에 계셨던 분들과 같은 아픔을 느낄 순 없겠지만...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숨을 거두신 분들 앞에서...
말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물론 저라고 해서 모든 불행이 비껴 갔던 건 아닙니다.
(제게 있어서 불행이란 텔레비젼에 나오는 드라마의 한 부분일뿐...)
(저랑은 아무 관계없는 거라 여겼습니다.)
참으로 힘든 제 일생 일대의 어려움이 닥쳤을때...
저는 눈물흘리지 않았었습니다.
아니 흘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보다 더 힘든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 분들 앞에서 '건방진' 눈물을 보일 수 없었습니다.
노사모 게시판에 보면 많은 분들이 이 '눈물과의 전쟁'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나라의 어두운 역사속 과거들...
혹은 지금 이 땅에 퍼지는 희망의 기운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계시죠.
참 좋은 일입니다. 참 좋은 일이지요~!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하지만 전 조금은 다른 제의를 하고 싶습니다.
노무현씨... 지역주의... 어두운 과거들...을 위해 눈물흘리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일들도 위하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엉망인 이 땅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신체부자유자 분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이 사회에서 힘이 없거나 소수여서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우리끼리만 걱정할 게 아니라 휴전선 이북에 있는 동포들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남한에 오고자 하는 꿈 한가지로 중국 국경에 숨어 사는 수많은 탈북자들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베트남전 이후 고엽제 후유증을 겪는 참전 용사들 뿐 아니라...
당시 학살 당했던 베트남 민간인들... 그리고 그 후손들에게도 우리가 사죄하고...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악덕 고용주들에게서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고 희생되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도...
눈물을 흘렸으면 합니다.
우리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유는 왜 이리도 많은 지요...
제 모자란 머리로 생각해낸 것들도 이렇게 많을 진데...
노무현님을 지지하는 이유...
여기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많은 눈물의 이유들을...
하나... 하나... 줄여가는데 온 힘을 쏟으시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치인들은 대부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노무현님은 꼭 해내실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는 노무현님은 이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려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P.S.실은 기사를 읽곤 울적한 마음에 비루를 좀 했습니다.
중국 국경에 숨어사는 수만명의 탈북자들...
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인데...
내 '사랑하는' 동포들... 떳떳이 만나 뜨거운 눈물 흘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새삼 기도해봅니다.
P.S.2. 혹 이 발언때문에 월북 의도 있는 OO이로 몰리는 건 아니겠죠?? '색깔론' 시로~ --;;
P.S.3. 참, 눈물만 흘려선 세상이 안바뀌겠죠? 그래두 눈물이 세상바꾸기 시작이 아닐른지요. 이젠 눈물과 함께 작은 실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