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옥 | 2013-09-11 22:18:10, 조회 : 1,792, 추천 : 224 | |
2013년 9월 7일 토요일..
뜨겁고 치열했던 여름의 기세가 한 풀 꺽이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름은 아직도 물러나기가 아쉬운지
가을과 힘겨루기를 하면서 한낮엔 뜨거운 열기를 토하고 있다.
이번주 등반은 원주 간현암이다..
그 뜨거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나도 나의 일에 치여
올 여름은 산행도 거의 못했고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
이번 산행은 등반보다 바람도 쐬고 마음도 추스리고..
그런 생각으로 베낭을 메고 간현으로 향했다.
간현유원지로 들어오는 길목에 간현 인디뮤직 페스티발을 한다고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7시쯤 해란언니와 동행한 동생분과 함께 간현유원지 캠핑장에 도착했다.
문섭형이 가족들과 먼저 도착해서 야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있었다.
오늘 야영은 문섭형 가족과 해란언니, 해란언니와 동행한 동생분.. 그리고 나...
참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야영이다..
간만에 문섭형하고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소주 두병 반이 금새 사라졌다.
그러고보니 야영도 참 오랫만인것 같다.
전엔 대장하고 야영도 많이 했었는데...
술이 떨어지고 기분이 좋을만큼 취해서 잠이들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깻다... 새벽 1시30분..
간신히 잠을 청하고 잠들었는데 또 잠이 깼다.. 새벽 3시40분..
인디뮤직 페스티발 때문에 밤새 노랫소리와 오토바이 소리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다..
계속 뒤척이다 시계를 보니 4시 30분..
침낭에서 나와서 아직은 깜깜한 간현유원지를 거닐었다.
새벽이라 그런지 새벽 공기가 싸늘하긴 하지만
정신과 마음은 맑게 해주는것 같다..
흐릿하게 보이는 산의 능선은 산안개에 싸여있고
물가에도 마을에도 온통 안개처럼 자욱하게 물안개가 끼어있다...
한참을 느릿느릿 이생각 저생각 하면서 거닐다보니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밝아오는게 느껴진다..
문섭형을 깨워서 산책삼아 소금산이나 올라갔다 오려고
문섭형을 깨웠더니 완전히 찌그러진 인상과 목소리로 더 자라고 한다..
딱히 뭐 할것도 없고..
어제 먹고 마셨던 자리를 정리하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찌게도 끓이고..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다..
사람도 몇 안되고 간만에 해보니 재밌다..
아침을 먹고 있으니 산빛 식구들이 하나씩 둘씩 들어온다..
창연형, 종명이, 승현이, 주성이, 상미...
주성이는 한동안 힘들어서 9월이나 되야 등반이 가능하다 하더니
오랫만에 얼굴을 본다..
주성이가 하는일도 여러가지로 공사가 다망한가 보다..
오늘은 간현암장에 사람이 많지 않다..
열흘뒤면 추석이라 벌초며 선물이며 차례상 준비로 사람이 적은듯하다..
오늘은 주성이와 종명이가 하드프리에 꽂혀 내내 오른쪽 벽에서 놀고 있다.
비교적 늦게 도착한 상미는 간현암을 씩씩하게 오르고 있다.
상미는 간현암에만 오면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활력이 느껴진다.
때론 성난 황소의 기세로 벽을 부숴버릴듯 벽에 세차게 달려든다..
창연형은 여기 저기 눈치를 보면서 어딜 오를지 탐색하고 있고
승현이는 그런 창연형을 자꾸 보채고 떠밀며 등반을 재촉한다..
결국 깍쟁이, 별이진다네를 끝내고..
그렇게 등반 열정을 불싸지르느라 늦은 점심을 먹고..
아.. 주성이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굶고 등반을 했다..
식사를 하면 몸이 무거워서 등반이 힘들데나.. 목숨 걸었네..
이번 산행은 간만에 단촐하고 조용한 산행이었다….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은 금새 추위로 변해갈 것이다...
여름내내 바닷가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서 파도와 부딪히며 수영도 하고
뜨거운 모래찜질도 하고 엄청난 모래성도 쌓으며 놀았던 기억이 불과 얼마 전인데
다시 찾은 철지난 바닷가 모래사장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고
우리가 과시하듯 백사장에 쌓아놓았던 엄청난 모래성도 파도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싸늘한 바닷가에 서있다 지난 기억들을 아쉬워하며
내내 그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계절은 다시 오고 또 여름이 오면 우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것이다.
누군가는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는 모래성이 아쉬워 무거운 돌을 날라서
파도에 씻기지 않을 튼튼한 성를 쌓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은.. 생각은.. 사람은.. 늘 변하고
그 변화속에 많은것들이 달라져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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