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쥐었다.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게.
이제는 어둠때문인지 눈물 흔적 때문인지 잿빛으로 보이는 그것을
나는 꽉 쥐었다.
택시를 타고 내가 의지할 것이라고는 이것 뿐이었다.
그녀가 준 의미 없는 손수건,
아니 나에게 와서 의미가 없어진 손수건
광흥창 쪽이요 라고 말하는 내 머리가 핑 돈다.
나는 술을 마셨고,
그녀와 헤어졌고,
친구들에게 푸념을 했고,
그녀가 보고 싶었다.
친구들은 보고 싶으면 보러 가라 날 부추겼고,
나는 지금 택시 안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옳은지 그른지 생각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마 내일이 되면 후회 할테고,
그래도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저지른 일을 주워담고 싶고, 지금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시험 기간이라서 그녀가 만나주지 않는것에 대한 투정을 부렸을 뿐이다.
내 이런 버릇을 고쳐주려 그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것이겠지.
내일이 되면 먼저 연락이 올지도 모른다.
나와 나이는 같지만, 사실은 내가 늘 의지했었던 너니까.
날 더 바른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했던 너니까.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거야.
네 뜻이 이거지?
나는 한편으로는 눈물이 나고 심장이 조금 떨렸지만,
집에 가면 네가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줄것이고,
샤워를 하라며 푹신한 수건을 내어줄 것이며,
우두커니 서있는 나를 안으며 " 다음은 그러지마, 진짜 화낼거야 " 라며 말해주겠지.
익숙한 사거리가 시야에 잠깐 멈췄다가 사라진다.
거의다 왔다. 왜인지 조금 신물이 났다.
분명 떨렸었는데, 나도 모르게 가라 앉았다.
바보같이..그냥 전화라도 할걸
왜 이렇게 혼자 궁상을 떨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세워주세요 "
편의점 앞 사거리에서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지쳐 보이지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다.
너를 사랑하지만 애원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녀의 집 냉장고엔 늘 소주와 맥주가 있다.
오늘 마시게 될까 ? 아닐까 ?
혹시 모르니 안주거리를 조금 사기로 했다.
우리가 뜨겁게 화해했는데 다시 사러 나오기는 분위기를 망치니까.
나는 크래미와 포카리 스웨트를 사서 조그만 가방에 넣었다.
손에 들고 가면 쪽팔리니까.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조그만 엽서를 파는곳이 보였다.
엽서..
나는 펜과 엽서를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기분을 너에게 꼭 전하리라 생각했다
검은 모나미 펜이 그어간 내 마음은
" 미안해. 다신 안그럴게. "
미안해 다신 안그럴게
말하고 나니 씩 웃음이 지어진다.
나 다신 네게 이별을 말하진 않을게.
그러니까..음 네가 지금처럼만 잘하면
나 진짜 안그럴게
지금 너무 힘드니깐..
네가 없어서 이렇게 힘들줄 사실은 좀 예상 밖이거든..
너 꽤 성공 했구나?
이렇게 말하면 넌 어이 없이 웃으며 날 꼭 안아주겠지 ?
누가 뭐래도 넌 내 애인이니까
이 이아미의 애인이니까
날이 너무 춥다.
눈은 오지도 않았는데, 그제 내린 눈이 얼음이 되어서 자꾸 발을 삐긋거리게 만든다
바보같이 넘어질뻔하기도 하고
웃음이 난다
네 따뜻한 방에 들어가면,
내가 여기서 넘어질뻔해서, 저기서 누군가 쳐다봤다고
네가 혼내 달라고 꼭 얘기해야지
내일은 따뜻한 부대찌개를 먹으러 가자고 해야지
내가 사주겠다고 해야지
한손엔 네가 언젠가 청계천에 갈때 깔아준 노란 손수건을 쥐고,
사실 왜인지 모르게 가방이 있었던 손수건이지만.
여튼 네가 준 첫 선물이니까.
이제와 고맙다고 해야지
작은것 까지 신경써줘서 고맙다고,
손수건을 준비해줘서 사실은 감동이었다고.
네 빌라가 이제 성큼 눈앞에 보인다.
난 비밀 번호를 알지만 누르지 않는다.
열쇠 301 종
열쇠 301 종
열쇠 301 종
열쇠.... 301................ 종
난 비밀 번호를 알지만 누르지 않는다.
왜냐면 넌 그냥 잠들었을 뿐이고
내가 이렇게 밖에서 여러번 널 깨웠다는것을 알게 되면
넌 내게 더 미안해 할테니까
그래서
그래서 내가
그래서 내가 네게 이별을 말한것을
잊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네가 더 미안해 할지도모르니까
춥지 않아
손수건이 노란색인걸
노란색 손수건이 너무 따뜻한 색인걸
난 왜.. 이제야 이 손수건의 색깔이
내가 그렇게 좋아한 병아리 색이란걸
유치하게 무슨 손수건이야, 가 아니라
날 위해 준비한 네 성의라는걸
왜 이제야
..................왜이제야.....
가방안에 크래미와 포카리 스웨트가 너무 무겁다
열리지 않는 너의 집 앞에 나는 널위해 준비한 모든것들을 내려 놓고
등을 돌린다.
마음도 멍하고, 추위로 귀도 멍하다
마음이 빨간데, 꽁꽁 언것처럼 아리다
다시 택시에 탄 나는 여전히 노란 손수건만 꼭 쥐고 있다.
나는 갈때와 마찬가지의 모습이다.
애들이 아직 거기에 있으려나?
내가 몇분이나 궁상을 떤걸까?
빨리 가서 내가 겪은 이 일을, 말해줘야지
그녀석이 천하의 이아미를 어떻게 대했는지
얼마나 울어서 깊이 잠이 들었으면 내가 왔는데 문을 열어주지도 못했는지
가서 말해줘야지
근데
근데 너무 피곤하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집에 가야겠다.
내일이 오면, 네가 잠에서 깨고
내 마음의 붓기가 조금 가라 앉으면,
모든것은 제자리 일거야.
나는 쥐고 있던 노란손수건을 고이 접어 가방에 넣었다.
내일 네게 전화가 오면,
두번은 받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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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우성 : 왜 나를 ! 술마시고 들어온 나를 !
못자게 하는거에요 !!! ㅠㅅㅠ
빨리 자야해요 내일 9시에 출근이라구요 !! 엉엉
오늘 내기에서 져서 술값 독박 썼어요 엉엉엉
첫댓글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흐뭇한 엄마 미소를 짓고 있어요 ㅋㅋ
술값은 지못미 ㅜㅜ
이대앞에서 술을 마시다가, 노래가 나왔는데 같이 술마시던 애가 보보의 노래라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박기영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우겼죠.. 요새 시대가 얼마나 발달했는지..스마트폰에게 조금 들려주니 얘가 보보라고 뜨더군요..그래서 술값을 계산했어요 ㅠ
역시... 술에 취해도 이런 문장력이 나오다니...!!
이러니 자꾸 보채게 되잖아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ㅈㅅ....
이런 날은 늦게 일어나야되는데...
학생때가 젤 좋은거였어요..ㅠ 화이팅하세요~!^.^
보..보채시는 건가요 ㅋㅋㅋ
글 쓰고 겨우 잠이 들었는데, 과외 하는 학생이 숙제 많다고 줄여달라는 카톡을 10개 보내는 바람에 잠에서 깬거에요 그래서 다시 잘려고 하니까 잠이 잘 안오고 ㅠ 결국 가위눌리고 악몽 꾸고 난리난리
요즘 애들은 밤이나 낮이나 괘념치않고 쌤한테 왜케 카톡을 쉽게 하는지...ㅋㅋㅋ
애기 혼나야 겠네용 ㅋㅋ
혼내 주세요 ㅠ 오늘 과외있는 날인데 이녀석이 내일로 또 미뤗어요 =ㅅ=
애기가 민폐를 끼치네용;;; ㅋㅋㅋ
근데 소아상님 직장인 아니세요?? 어떻게 과외까지...????
직장이 6시 반에 끝나요. 그럼 과외.. =ㅅ= 두개나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소설 쓰기가 얼마나 어렵겠어요..그쵸? 그쵸?? ㅠㅠ
우와... 일 끝나고 과외까지.... 너무 피곤하겠다;;ㅠ
그럼... 피곤하지 않은 날......소설을...^.^ㅋㅋㅋㅋㅋㅋㅋㅋ
가슴이 먹먹해와요ㅠㅠ 솔로라 더 그런거 같기도 하고..ㅋㅋㅋ
'노란손수건'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오천석작가님의 노란손수건이 자동적으로 떠올랐네요..이런 고정관념ㅋㅋ
헉.. 그 작품에 누를 끼쳤네요 덜덜덜 ㅠㅠ
노란색을 안좋아하는 1인 입니다^^;
잘읽었습니다 근데요 전편에이어 이녀석도 끝이... 아~밉다T..T
아잉 ㅠ 왜요 ㅠ
짧아야 엽편소설입니다 !! 아니면 단편 ㅎㅎ
저도 노란색 별로 안좋아해요 ㅋ
전 하늘색이 좋아요
올레!! 2편 ㅋㅋ 감사합니다^^ㅋㅋ 잘읽고 갑니다!!
그리고 룸메이트 읽는거 저언혀! 힘들지 않았습니다ㅋㅋㅋ 아주 재밌었어요!
사실 약간 앓이중이에요 ㅋㅋㅋㅋ
오홋 ! 2편인걸 눈치채셨군영
ㅠ_ㅠ 룸메이트가 완결 소설 들어가면 제일 첫번째 떠서 빨리 다른작가 님들이 완결을 내서 1페이지 소설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ㅠ
악... 전 러브스토리 앓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도 읽어도 또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
근데 러브스토리를 어떻게 찾아서 읽으시는거에요? ;;
그거 몇년 전거라서 완전 뒷페이지에 있을텐데..
음...소아상님 소설 보고 반해서 소아상님 소설 다 읽어봤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가장 마지막에 읽은 러브스토리가 가장 충격적이었어용... 완전 재밌어서 ^.^ㅋㅋ
아.. 데뷔작이에요 러브스토리.. ㅎㅎ 그때는 시간이 많은 일을 했어서
3시간씩 걸려서 글 하나 쓰고 막 그랬더랬죠
무튼 감사합니다 !!!!! 흐헤 돌아온 보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