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웃음바다, 눈물바다의 조카 결혼식
2024년 2월 19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정월 초열흘날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도 풀린다"라는 속담처럼
'봄기운 돌아 비가 내리고 싹이 튼다'는 24절기
중 두 번째로 드는 절기, 우수(雨水)가 오늘이다.
절기에 맞게, 절기에 어울리듯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시작한 비는 저녁이 되면서
거세게 내렸다. 마치 여름날 장맛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하루종일 내리고 저녁이 돼야 그칠
것이라는 예보인데 아침에는 잠시 소강상태이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기온은 영상 2도에 머무른다.
밤새 얼마나 내렸을까? 누적강수량은 35mm
어제는 아내와 함께 평창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역 거쳐 다시 1호선 전철을 갈아타고
부천 소사에 다녀왔다. 당일에 가고오고 왕복하여
꼬박 하루가 걸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무렵 개통된 것인데 우리는 6년만에 처음
타보았다. 자동차가 없어 KTX를 이용했으나 좋긴
했다. 예전과 달리 많이 변해버린 청량리역에서 좀
헤매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둘째 여동생 작은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온 것이다.
결혼식은 웃음바다, 눈물바다였다. 엄마, 아빠가
없는 결혼식이라서 그랬다. 요즘 결혼식은 근엄한
분위기가 아닌 축제같은 느낌이었다. 허나 우리는
눈물을 쏟아야만 했다. 매제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몇 해가 지나자 여동생 마저 홀연히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부모없이 잘 자라준 조카가 안스러웠다.
식장에 도착하니 혼주 이름앞에 하얀 국화송이로
고인(故人) 표시해 놓은 것과 막내 여동생 부부가
혼주를 대신해 조카와 함께 하객을 맞이하는 것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 정이 많은 아내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가족들은 모두 다 우리의 마음과 같았다.
그렇게 웃음바다, 눈물바다의 결혼식이 시작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색적으로 결혼식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주례가 없었으며 신랑, 신부의 모습으로
편집한 영상이 먼저 상영되었다. 이색적으로 온갖
유명인의 축하메시지를 페러디하여 엮은 영상으로
하객을 웃겨버렸다. 그 다음 양가 부모님이 차례로
입장을 하여 하객에게 인사를 한 다음 양가 엄마가
화촉을 밝혔다. 그리고 신랑 입장,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랑인 조카 녀석이 춤은 추면서
입장하여 웃음바다가 되었다. 신부의 입장은 일반
결혼식 모습이다. 신랑측 혼주는 세상을 등져버린
둘째네 대신 막내 여동생 부부가 대신했다. 이또한
우리 식구들을 눈물을 쏟게 했다. 두 아우들 부부의
모습이 함께 오버랩돼 내내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주례가 없으니 신랑, 신부가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맞절을 하는데 조카 녀석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것도 모자라 종아리를 붙잡고 신부보다 더 숙이는
자세를 익살스럽게 연출하여 장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앞으로 살아갈 서로의 다짐을 낭독했고
양가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데 혼주석에 앉아있던
막내가 눈물을 훔치는 것이 보였다. 우리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저 자리에는 둘째가 앉아있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었던 것이다. 예식 마지막인
신랑, 신부의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신랑, 신부가
흔들흔들 춤을 추어 또다시 식장은 웃음바다였다.
이렇게 웃음바다, 눈물바다의 결혼식이 잘 끝났다.
너무나 축제와도 같았던 날에 둘째 여동생 부부가
함께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렇게 사랑하던 작은아들 결혼식도 함께
하지 못하고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 떠났을까?
식장에서도 그랬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집에
도착해서도 먼저 떠나버린 사랑하는 둘째 여동생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마도 어제 오후부터
밤새 내린 비는 하늘에서 흘린 둘째 여동생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잘 자라준 작은아들 결혼이 기뻐서
흘린 기쁨의 눈물이며 그런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못한 아쉬움의 눈물이 뒤섞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새로 가정을 꾸린 조카 녀석의
앞날에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여 먼저 떠나가버린
부모의 기대와 못다한 부모의 몫까지 다 챙기며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큰외삼촌과 큰외숙모 바람이다.
하늘에서 보고있었을 사랑하는 아우야!
너희들 없이도 올바르게 착하게 꿋꿋하게 잘 자란
작은아들 인석이가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잘 마쳤다. 하늘에 있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도록 강서방과 함께 많이 빌어주거라!
소풍이 끝나는 그날 다시 만나서 이야기 많이 하자!
사랑한다. 내 아우 미숙아!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조카님의 결혼을 축하 드립니다.
촌부님 오늘은 좀 쉬셔야겠어요~ㅎ
감사합니다.^^
푹 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뭉클하네요.
조카가 유머와 배짱이 있어 잘살아낼 것 같네요.
이런 결혼식은 처음입니다.
내게 이런 일이 있으니 원...
조카 녀석이 긍정적이라서
잘 살겁니다. 감사합니다.^^
조카님 결혼을 축하해요
사랑의 결실~앞날도 탄탄하길 기원합니다~^^
축하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비가 교차되는
하루였네요.
경사스런 결혼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리고
새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제게 이런 일이 있군요.
교차하는 마음이...
축하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 드립니다~
참 아름답게 사시는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