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124승)의 위업을 달성한 박찬호(37·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지난 17년 동안 연봉만으로도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 그야말로 부와 명예 모두를 거머쥔 세월이었지만, 그간 굴곡도 많았다.
박찬호가 아시아 투수 최다승을 달성하기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보내며 받은 연봉 총액은 8500만 달러(약 990억원)이다. 지난 1994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입단 첫해 10만9000달러(약 1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1996년 48경기에 등판해 5승5패 평균자책점 3.64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연봉도 오르기 시작했다.
18승 10패 평균자책점 3.27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 시즌이 끝난 뒤 박찬호의 연봉은 990만 달러(약 110억원)까지 치솟았다. 연봉으로도 정상급 선수가 된 것이다.
이후 2001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730억원)에 계약하며 ‘FA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성적은 하락세였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박찬호는 14승 18패 평균자책점 5.85로 기나긴 슬럼프를 겪었다. 고액인 연봉 탓에 ‘먹튀’ 논란에도 시달렸다. 결국 박찬호는 2005년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이후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2006년 샌디에이고에서 7승 7패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한 뒤 장 출혈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다. 2007년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해 뉴욕 메츠에 입단했던 박찬호는 빅리그에서 1경기만 등판하고 방출당했다.
2008년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는 친정팀 다저스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당시 연봉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50만 달러(5억6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뷔 당시의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박찬호는 LA에서 주로 중간계투로 등판해 4승 4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하며 서서히 기량을 회복했다.
덕분에 2009년 1월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년 250만 달러(약 28억원)에 계약했다. 필라델피아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한 박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와의 계약이 불발되면서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양키스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박찬호는 지난달 1일 양키스에서 '지명양도' 선수로 공시됐다. 사실상 방출된 셈이다. 박찬호는 5일 피츠버그에서 새 둥지를 찾았다.
지명양도된 선수를 영입할 경우 이전 팀과의 계약을 승계해야 해 박찬호는 올 시즌 120만 달러(약 13억원)의 연봉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과 바닥을 모두 겪으면서도 박찬호는 묵묵히 마운드를 지켰다. 그간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수입으로 장학사업도 벌였다. 자신의 이름을 딴 ‘박찬호 장학회’와 ‘박찬호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신의 등번호를 따서 매니지먼트사 '팀 61'을 통해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피트니스 클럽 '피트니스 Park 61'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