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치료약, 사랑
- 어머니의 사랑에서 배우는 자애의 힘
식물인간 남편을 살려낸 아내의 사랑
지난 7월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신문이 전한 “발가락 깨물어 남편 살려낸 아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중국 허난(河南)성 출신의 송메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남편은 2019년 10월 창고 지붕에 갇힌 아이를 구하려다 6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크게 다쳤습니다. 아이는 무사히 구했지만 본인은 뇌가 손상되어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주치의는 “그가 깨어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며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했답니다.
송메이는 직장을 그만두고 오직 남편을 돌보는 데에 헌신했습니다. 매일 몸을 닦아주고 마사지해주며 말을 걸었고, 생계를 위해 온라인으로 그림을 판매했습니다. 의사들에게서 “신경 회복을 돕기 위해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극해 보라”는 조언을 들은 송메이는 남편의 발에 비닐을 씌운 뒤 여러 해 동안 발가락을 물어 신경을 자극했습니다. 처음에는 미세한 반응뿐이었지만 끝내 기적 같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아내의 정성 덕분인지 2024년에 남편이 눈을 뜨기 시작했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점차 뚜렷해져서, 이제는 말을 이해하고 손을 들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도움을 받으면 잠시 일어설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전역의 SNS에서는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 “결국 선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 “예전 상태로 돌아오시길” 등의 감동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헤아릴 수 없이 크고도 깊은 어머니 사랑 …
2008년 말에는 ‘아들 뒷바라지 위해 같은 대학에 진학’한 어머니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구 계명대의 2009학년도 미술대 서예과 수시 2학기 신입생 모집에 백경화씨(당시 43세)와 아들 이시원군이 나란히 합격했는데, 그 사연을 알아보니 신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엄마가 아들과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여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백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으나, 아들의 대학생활을 돕고 자신도 배움의 끈을 잇고 싶어 늦깎이 공부를 시작, ‘캠퍼스 동행’을 이뤄냈는데, “한으로 남아 있던 대학생활을 아들 덕분에 할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학사모 써보는 꿈 되살려준 아들에게 되레 감사하다”며 기뻐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학업을 잘 마쳤는지 확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저는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한편 2009년 1월 중앙일보에 ‘뇌성마비 장애 딛고 미국 대학 강단에 선 정유선 박사 모녀의 끝없는 도전과 감동’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도 있습니다.
두 살이 지나도 걸음마를 떼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했던 딸이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도록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어머니 이야기인데, 그 어머니 김희선씨는 한때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했던 가수 ‘이시스터즈’ 멤버였다고 합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뚝 선 딸을 지켜온 지난 세월을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 길고 긴 사연은 우리 모두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83년 벨기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공대생 롬 하우번(Rom Houben)은 20여 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알려졌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 피나 니콜라에스(Fina Nicolaes)는 아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끝까지 믿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돌보며 여러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뒤, 벨기에 신경과 의사 스티븐 로리스(Steven Laureys) 교수가 최신 PET 뇌영상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하우번은 의식을 유지한 채 몸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음이 밝혀졌고, 이후 특수한 의사소통 장치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생명의 문을 다시 두드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이주민 가정에서 피어난 사랑, 라민 야말과 어머니
지난 호에서 저는 인구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축구 강국 스페인과 당당히 맞섰던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비록 토너먼트에서는 아르헨티나에 아쉽게 패했지만, 카보베르데 축구팀의 선전善戰은 이번 월드컵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감동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카보베르데와 힘겨운 승부를 벌였던 스페인은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이 된 라민 야말Lamine Yamal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화려한 드리블과 놀라운 경기력에 열광했지만, 제 마음을 움직인 것은, 우승을 확정한 뒤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달려가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겪은 어려움은 어머니가 겪으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야말의 아버지는 모로코 출신이고, 어머니는 적도기니Equatorial Guinea 출신입니다. 그 어머니는 이주민으로 스페인에 정착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아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야말 또한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우며 어린 동생을 돌보았습니다. 채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된 그는 결코 오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가족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은 경기보다도 경기 뒤의 야말을 더 오래 기억했습니다. 야말이 동생과 놀아주는 장면 그리고 월드컵 우승 확정 뒤 어린 동생이 운동장으로 달려오자 그를 안아 올리는 장면과 우승 메달을 어머니에게 안겨주는 모습은 ‘월드컵 우승’보다도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야말은 세계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화려한 골보다도,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성공을 낳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는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사랑이 사람을 살리고, 그 사람이 다시 세상을 살린다
누군가의 희생이 또 다른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다시 다른 사람의 삶을 일으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뒤 스페인 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변화가 이야기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이민자와 무슬림 가정 출신 선수들이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면서, 그들을 바라보던 시민들의 편견도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부색과 종교, 출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땀 흘리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확인한 것입니다.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스페인 사회가 야말을 따뜻하게 품어 안는 모습은, 그의 출신보다 그가 보여준 헌신과 인품을 먼저 바라보는 공동체의 성숙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축구는 승패를 가르는 경기였지만,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숫타니파타》 <자애경>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가 외아들을 목숨으로 지키듯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한량없는 자애를 닦으라.”
부처님께서 자애를 설명하시며 비유로 드신 것도 바로 어머니의 사랑이었습니다. 아내가 식물인간 남편을 살려낸 이야기,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대학에 입학한 어머니의 이야기, 평생 딸의 손을 놓지 않았던 어머니의 이야기, 20여 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알려진 아들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벨기에의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월드컵 우승 메달을 어머니 목에 걸어드린 라민 야말의 이야기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가장 오래된 치료약이며, 가장 깊은 교육이며, 가장 강한 힘입니다. 그것은 병든 몸을 일으키고, 절망한 마음을 일으키며, 마침내 한 사람을 넘어 공동체까지 치유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애를 수행자의 덕목으로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자애는 세상을 치유하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확실한 약이기 때문입니다.
《숫타니파타》 <자애경>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어머니가 외아들을 목숨으로 지키듯” 우리 또한 서로를 아끼고 보살필 때, 자애는 한 사람을 살리고 그 한 사람은 다시 세상을 살립니다.
* 奉恩寺報 월간 《板殿》 8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