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Trippin
오롯이 혼자 견뎌야하는 외로움이 있습니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 대체로 그런 외로움을 겪죠.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되기 위하여, 혹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우리는 분투하곤 해요. 그런 분투는 우리를 성장시켜 주지만, 무척이나 외롭습니다. 조용하게 눈이 쌓이는 소리만큼이나, 들판에 흔들리는 들꽃 하나 만큼이나, 깜깜한 밤 저 멀리 닿을수도 없는 달빛 만큼이나. 말도 못할 만큼 외로운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죠. 그러나 누구와 같이 갈 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명백하게 혼자 견뎌야만 큰 성장을 손에 쥐어 주고 떠나가요. 이건 진짜 내가 아니라고, 더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음은 바삭하여 부서지기 쉽고 희망은 파슬거려 흩어지기가 쉬워요.
그래서 단단한 인내가 필요합니다. 오롯이 혼자서 견디는 것만이 오늘 해야할 일이라면, 해낼 수 있을까요?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내심이 다하기 전 여기까지만 버티면 너에게 모든 걸 다 주마.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면 우리의 기다림이 조금 더 즐거울만 할까요? 마음은 먹는 것이고, 꿈은 꾸는 것입니다. 오늘도 이것을 기억해보려고 노력해요. 꿈에 먹히지 않고, 마음만 꿈꾸지 않도록 말이예요. 그리하여 늘 먹은 마음을 도로 뱉지 아니하고, 꿈을 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죠. 외로워도 꿋꿋하게, 매일 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싸워가며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 처럼 분투하는 분들이 있다면, 비록 각자의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 견디겠지만 들려주고 싶어요. 수많은 꿈 만큼 수많은 혼자들이 존재한다고. 가끔 이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나요?
/ 오롯이 혼자
아직 사랑할 날들이 많아 기쁘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가냘파서 힘이 없는 날에는 가 본 적 없는 유유자적한 강물을 그려본다.
드넓게 이어진 강물 위로 힘차게 낚싯대를 던진다.
포물선을 그리며 강물 위로 쏙 떨어질 때 비로소 안심한다.
바람 불어 궂은날이 찾아왔다.
몰려오는 비구름과 함께 풀들이 세찬 마찰음을 낼 때,
미묘하게 바뀌는 대지의 내음을 맡는다.
발끝에 찰방거리는 빗방울을 개의치 않고 서점으로 뛰어가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풍겨오던 흙냄새.
흠뻑 젖은 물기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읽어 내려가는 글씨들.
머릿속으로 글씨들이 번져오면 저 먼 곳으로 점점 아득해질 준비를 한다.
아득해도 닿지 못할 세계란 없다는 걸 알고 용감하게 닿아보려 노력하는 와중에 먼저 닿은 그 끝엔 언제나 네가 있었다.
때로는 <해리포터>의 신나는 세계가.
때로는 <밤의 피크닉>의 몽환적인 세계가.
때로는 <반짝반짝 빛나는>의 소담스럽지만 독특한 세계가.
때로는 <비행운>의 묵직하고도 현실적인 세계가.
때로는 <레몬>의 강렬하고도 눈이 부신 세계가.
때로는 <계속해보겠습니다>의 비현실을 이끄는 성실한 한 걸음의 세계가.
때로는 <오직 한 사람의 차지>의 가장 중요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때로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이야기가.
눈 맞춤을 하면 언제나 묵직한 것들을 건져 올리게 해 주었다.
감아올리는 손길이 긴장되어도 결국 들어 올리면 후회는 없었다.
징그러울 만큼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널 잃지 않으려 애썼다.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오로지 널 바라봤다.
나와 같이 얄궂음과 비웃음과 비참함을 견뎌 주는 네가 참 고마웠다.
돌이켜보면 둑이 무너져 내린 날에도 애닳는 마음으로 너에게 포물선을 던졌다.
거세게 몰아치는 물살을 바라보며
오늘은 안 될걸 알면서도 그냥 너를 믿고 강물에 던졌다.
그러면 우습게도 항상 너무나도 쉽다는 듯이 내게 희망을 건져 주었지.
/ 갸날프지만 있는 힘껏 건져 올리는
첫댓글 글좋다!!! 고마워!!!
요즘 글을 접할일이 없어서 정독했어 고마워!
밤에 클래식 틀어놓고 읽으니까 너무 좋다 올려줘서 고마워!
글 너무 좋다… 잘 읽었어 올려줘서 고마워 🖤🖤
글 너무 좋아 잘읽고가!!
너무너무너무 좋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