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느긋하게 8시에 일어나서는 씻고 가려고 사물함을 여는 순간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어제 칫솔과 면도기가 든 세면 가방이 분실됐다는 사실을....ㅜㅜ
눈물을 머금고 분실물 있냐고 물어봤지만...없다는 말 뿐..;;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전주여행을 시작했다.ㅜㅜ
전주한옥마을..꽤 넓다. 여행안내소에서 받은 팜플렛을 기초로 나만의 반나절 코스를 짜보았다.
우선 예정은 객사 -> 풍남문 -> 전동성당 -> 경기전 -> 최명희문학관 -> 술문화박물관 -> 한지공예소 순.
일단 찜질방을 나서서 객사로 가기로 했다.
[전라북도도로원표]
가는길에 보인 전라북도도로원표. 구 전북도청 근처에 있으니 호기심 많은 이들은 찾아보길.
이번 여행중에는 객사를 두군데 방문했다. 이곳 전주객사와 영월에 있는 객사인 관풍헌.
영월 객사는 다음날 방문하기로 하니 자세한 얘기는 그때가서 하기로 하고..
전주객사는 풍남문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객사의 역할이 사신이 묵었던 곳이므로 아무래도 성문과 가까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 된다.
[객사 전경]
객사 뒤편에는 잘 정리된듯 하지만. 사실 관리가 별로 되지 않은 아담한 풀밭도 있다.
[아담한? 풀밭]
아침에 가서 그런가(8시 50분쯤?) 객사를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고 왠 아주머니 한분이 객사 내부에 딸린
사신을 수행하는 수행원(좋은 말로 수행원이고, 짐꾼이나 하인들)이 묵는 건물 마루에 앉아 계셨다.
풀밭 보고, 전경을 한번 더 훑어 보고, 앞에 있는 설명문을 한번 더 보고 유유히 다음 목적지인 풍남문으로 고고씽.
풍남문은 전주역 스탬프에 나온다. 어제 말한 광한루가 호남제일루의 현판을 달고 있다면,
풍남문이 호남제일성의 현판을 달고 있다.
[풍남문 뒤편]
[풍남문 누각]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뒤편에 호남제일성이라고 써져 있다. 한번 찾아보시길.
생각보다 별로 볼것 없었으므로 앞 뒤로 사진 한번씩 찍고 다음 목적지인 전동성당으로 향했다.
전동성당은 호남지방 최초의 서양식 건물. 성당의 주춧돌은 풍남문의 돌을 빼서 만들었다고 한다.
전동성당은 풍남문과 대로변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다.
한쪽은 호남 최초의 서양식건물, 종교시설이고 다른 한쪽은 호남 제일의 성, 전투대비용 건물이다.
이 아이러니한 대비. 지을때 이걸 노리고 지었을까?
[전동성당의 자태]
[전동성당 내부]
내부를 자세하게 찍고 싶었으나 안에 미사(가 맞는지?)를 드리는 중이라서 그냥 문 밖에서 살짝 찍고 나왔다.
안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찍었어야 했는데..쩝..
일단 발길을 뒤로하고 역시 성당 바로 옆에 마주하고 있는 경기전으로 향했다.
경기전은 전주가 조선의 발상지임을 알리려고 하는 건물.
태조의 어진과 더불어 다섯왕의 어진을 모시고 있었다.
[경기전 일주문]
[경기전 전각(?) 입구]
[신도 - 신들이 다니는 길]
전각에 들어가면 가운데는 신도(神道, 신이 다니는길)가 있고 양 옆으로 어진이 모셔져 있다.
태조 포함 총 7명의 어진이 모셔져 있다. 어느 어진이 누구의 어진인지는 직접 찾아가서 비교해 보라고
일단 비밀에 부쳐둔다...(사실 까먹었다..ㅜㅜ)
[경기전에 모셔져 있는 어진]
[중앙에 모셔진 태조 어진]
경기전 내에는 전주사고가 있다. (사고는 실록의 원본, 교정본 기타 왕실 출판문서를 보관, 보존하는 곳이다.)
[전주 사고]
또 다른 것으로는 예종의 탯줄이 보관되있는(진짜 보관되어 있나?) 태실.
[예종대왕태실]
그리고 왕실의 제사를 모시는 부분도 있었다. 요기는 일단 패스하고.
태실 앞쪽으로는 유물전시관 건립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아마 다음에 전주올 기회가 생기면
완공되어 있는 전시관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경기전을 나섰다.
다음 방문지는 최명희 문학관.
장편 대하소설 혼불. 앞으로 영원히 완결 되지 못할 소설. 10권까지 나와 있다.
나도 아직 못(아니 안) 읽어 봤는데,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는 마음을 잡고 최명희 문학관을 들어 섰다.
[문학관 전경]
작은 문학관 안에는 혼불의 원고와 출판된 책, 생전의 영상과, 지인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혼불의 원고]
[최명희 추도문]
30분 남짓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고인의 문학적 신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필휘지보다는 뼈를 깎는 퇴고의 과정, 국어대사전을 시집처럼 열어보는 고인의 우리말 살리기 작업.
그리고 후배문인들의 존경과, 연구자들의 연구.
철없던 10대 시절 꿈꾸었던 문학소년의 꿈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다.
짧은 방문을 마치고 발걸음을 옮긴 곳은....
술문화박물관!
[술 문화 박물관 전경]
큰 기대를 가지고 갔지만. 기대치 만큼 많은 자료들은 없었다.
아마 개인의 운영으로 꾸려나가기 때문이리라.
돈이 좀 있었다면 술 한병 사들고 나왔을텐데,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그럴돈이 있나.
주로 술이 만들어지는 방법과, 고문헌에 나온 우리나라 술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고,
다른 건물에서는 박물관의 운영경비 마련용인듯한, 술 판매장이 있었다.
[전시된 가양주(집안 전통주)]
[계영배]
[장승업 그림]
약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뭐...이것도 하나의 묘미려니 생각하면서 다음 한지공예소로 가려는 찰나..
배가 아퍼서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산고의 고통을 마치고 나니 한지 공예소를 갔다가 익산에 가면..
왠지 시간이 빠듯해질 것 같아서...한지공예소는 포기.
아쉬운 마음에 지나가다가 한지 의상소에 전시된 한지 넥타이 한컷을 찍고 전주 한옥마을 방문을 끝냈다.
[한지 넥타이]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은 '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옛 문화와 새 문화의 공존을 노력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마을외에 다른 곳을 못봐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전주여행을 끝내고 전주역에서 다음 목적지인 익산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
8. 전주역 12시 06분 출발
익산에 도착한 나는 익산역 스탬프 우선찍고, 어제 알아둔 칼국수집으로 고고씽!!
[익산역 전경]
[익산역 광장 보석분수대]
그런데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가득하고, 테이블도 없고, 혼자 들어가면 안받아 줄 것 같고..ㅜㅜ
돌아가기전에 먹자는 생각을 하고 우선은 보석박물관행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아직 한시간 가량 남았다. 사리X탕 + 삼각김밥 2개. 2,200원을 소비하고..
[익산역앞 편의점에서 점심]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그런데 여기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 했으니..ㅜㅜ
익산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서는 버스가 있고, 익산역 도로 건너서 어떤 병원 앞에서 서는 버스가 있다.
기다린 곳은 병원 앞에서 기다렸으나, 내가 기다린 버스는 버스환승센터에서 서는 버스..ㅜㅜ
70번대 버스가 버스환승센터에서 서고, 60번대 버스와 555번 버스가 병원 앞에서 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보석박물관 홈페이지가 서버점검중이라 확인이 안되지만...;;
보석박물관 홈페이지 열리면 열리는대로 수정하겠음...)
어쨌든...밥먹고 20분을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도 버스는 오질 않는다..
그렇게 한시간을 더 기다리니, 그제서야 다른 노선의 박물관행 버스가 온다.ㅜㅜ
한시간 반을 길바닥에서 버리고 나니, 후회와 한숨만이...;;
게다가 돌아오는 버스는 7시 넘어서 있다고 하니...일단 타고, 다 둘러보고나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로 하고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보석박물관은 보석박물관과 공룡박물관이 함께 있다. 하나의 입장권으로 두개의 박물관을 볼 수 있는 셈.
하지만 공룡박물관은 단층 전시실 뿐이어서 그다지 메리트는 없다.
어쨌든 버스타고 30~40분 가량 타니 보석 박물관이 나온다.
Tip. 정류장에서 내려서 걸어서 5분쯤 들어가야지 건물을 볼 수 있다.
정류장에서 내려서 대로변을 타고 걷지 말자. 거기 입구 없다.
버스에서 내리면 옆에 주유소가 있고, 그 옆으로 도로가 있다. 그 도로를 타고 들어가면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으니 그 길로 들어가자.
[보석 박물관 전경]
[박물관 입장권]
모든 박물관이 그렇겠지만 보석박물관 역시 사진촬영금지. 매너인, 문화인 답게 사진촬영은 자제하고
관람에 집중했다. 예쁜 보석도 많았고,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조흔색(뭔지 기억나시는지?)과 결정방향 등등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용어들을 상기하면서 관람해야 했다.
혹 보석박물관에 간다면 조흔색, 결정방향, 화학식등등. 살짝 공부하고 가시길.
다 돌아 보는데 한시간쯤 걸리는 보석박물관을 나와서 위쪽에 나있는 공룡박물관에 들어갔다.
[밖에 있는 공룡뼈 화석]
[전시중인 공룡 두개골]
단층전시실에다, 그닥 신기하지도 않고...초등학생정도의 눈높이로 만들어져서...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시설인것 같아서..나한테는 실망감 살짝..
시간이 조금 나면 기획전시관도 둘러보시길..
다 돌아보니 네시가 살짝 안된 시간. 버스는 한참 있다 올 거 같고..
기차 시간 놓치면 서울에는 열두시 다되서 도착하거나 익산에서 잘 것 같고..서울에서 빨래도 해야되고...
이럴때 필요한건 히치!
인터체인지에서 들어오는 길이어서 걱정은 됐으나, 다행히 10여분 만에 얻어타는데 성공!
익산역으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아마 여섯시가 살짝 넘은 시간.
그러나, 기차는 이미 떠나고 없었으니..;;
다음 기차 시간은 여덟시경에 있었고..두시간동안 기차를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없었기에 나는 기차 시간표를 꺼내들고 대책강구에 나섰다.
익산역은 전라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환승역이다. 익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열차는 제법 있는 편.
익산에서 다음 열차가 20분 가량 남았고, 그 열차는 서대전이 종점.
그렇다면 서대전에서 내려서 용산으로 가는 열차를 타자!
서대전에서 용산으로 바로 가는 열차는...서대전에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고...
#^(@%"&&^*@@#$#%$#@...
그러다 갑자기 보이는 하나의 열차. 바로 서대전에서 대전으로 가는! 하루에 하나 뿐인 열차!
서대전역은 전라선열차가 지나는 곳이고 대전역은 경부선 열차가 지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서대전역에서 대전역으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데..
마침 서대전역에 도착하면 다음 기차가 대전역으로 가는 기차였던 것이다.
대전역에서 경부선을 타고 원래 목적했던 용산역이 아닌 서울역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이었다
서대전에서 용산으로 바로가는 열차보다 30분 가량 빠른 시간에 서울역에서 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거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서대전 스탬프와 서울역 스탬프까지 받을 수 있다니!!
간단히 말하자면..
익산역 -> 서대전역 -> 대전역 -> 서울역 의 대장정.
바로 이거라는 생각을 갖고 바로 다음 기차를 타고 익산을 빠져 나왔다.
9. 익산역 18시 38분 출발
내 스스로에 감탄한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 했다..우하하하...
서대전역까지는 한시간 남짓. 텅텅빈 좌석을 보면서 난 만세를 부르짖었다..야호~!
[서대전역 전경]
한시간 후에는 서대전역에서 내려서 스탬프 받고, 대전행 기차를 기다렸다.
대전행 기차는 더욱 텅텅 비었다. 대전에서 내리면 다음 기차까지 여유 시간은 2분.
만약 대전에서 기차를 놓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갖고 대전역에서 내리니..
더욱 더 럭키 상황. 다음 기차 3분 연착! 도착한 열차를 타니 자리도 조금 있는 상황!
(경부선은 내일로 여행객에게는 기피대상 1호 노선이다. 자리가 없다....)
편안히 앉아서 서울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도착시간은 저녁 10시 반쯤...
[광명행 4량짜리 케텍스]
[서울역 전경]
서울역에 도착해서 발걸음을 향한 곳은 2호선 구의역. 청량리역에서 그나마 가깝고, 코인빨래방이 있는 곳.
코인 빨래방을 찾아서 건조만 돌렸다...돈이 조금 모자라서..;;
이게 내 최대 실수 였으니..ㅜㅜ
그렇게 빨래를 돌리고, 가까운 찜질방을 찾았다.
두군데 찜질방이 있었는데, 한군데는 9천원, 다른 한군데는 8천원 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8천원짜리 찜질방으로 향한 나. 이것이 나의 두번째 최대 실수가 되었다.
찜질방 가기전에 김밥지옥에서 라면과 김밥을 먹고, 편의점에서 칫솔과 면도기를 사서 찜질방으로 들어간 나.
들어갈때 시계는 이미 한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씻고 찜질방으로 들어가서 후회했다.
대형 찜질방이 아닌,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찜질방..-_-;;
수면실 따로 없고, 휴게실은 좁고, 내가 들어갔을때는 사람도 다 차 있고, 시끄럽고..
여튼 최악의 찜질방에서 8천원이란 거금을 주고...ㅜㅜ
그냥 씻고 바로 자버렸다. 여섯시에 일어나서 가야 했기에...
우여곡절끝에, 올라온 서울은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해야 했다..
내일로 팁 1.
찜질방 선택은 신중히. 신중히. 또 신중히.
단층으로 되어 있는 찜질방은 피하고, 3개층 이상으로 되어 있는 찜질방, 사우나를 선택하자
단층으로 되어 있는 찜질방은...잘 곳이 없다.
첫댓글 서울 왔을때 한번 봤으면 좋았으련만 나도 갑자기 여행때문에 바빠져서 ㅠㅠ 여비 없는 켄트.. 밥이라도 한끼 먹였어야 하는데 ㅋㅋㅋ
안양은 그냥 스쳐가버렸으니... ㅋㅋㅋ
익산이 촘 조치..ㅋ;;-.-ㅇㅔ구..나도 굶고 있던 처지라..;;미안하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