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토론토 일대 1년 새 6건 속출
범인들 흔적 없이 사라져 경찰 수사 난항
광역 토론토 일대에서 건설 중장비인 굴착기를 동원해 은행 벽을 뚫고 현금인출기(ATM)를 통째로 털어가는 신종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범인들은 온라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중장비용 마스터키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 과정에서 인근 소상공인들의 점포가 파괴되는 등 2차 피해까지 속출했다.
지난 6월 스카버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던 에이미 왕 씨 부부는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을 잃었다. 옆 건물인 스코샤뱅크의 현금인출기를 노린 절도범들이 굴착기로 은행 벽면을 부수는 과정에서 왕 씨의 가게 지붕과 외벽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범인들은 현금을 챙기지 못하고 도주했지만 건물주는 60만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입었고 왕 씨 가족은 6개월 가까이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굴착기 절도는 최근 1년 사이 광역 토론토에서만 최소 6건 이상 발생했다. 6월 브램턴 TD뱅크 지점이 뚫린 데 이어 9월에는 윗비의 BMO 지점, 11월 말에는 이토비코의 CIBC 지점이 굴착기 공격을 받았다. 필 지역 경찰은 동일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검거된 용의자는 없다.
범인들이 굴착기를 선택한 이유는 허술한 보안 시스템 때문이다. 센테니얼 컬리지 중장비 학과의 팀 앨런 교수는 대부분의 중장비가 온라인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마스터키 하나로 시동을 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와 달리 개별적인 키가 없는 경우가 많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범인들은 주로 범행 대상인 은행 근처 공사장에 주차된 굴착기를 훔쳐 범행에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굴착기의 최고 속도가 시속 13km에 불과해 멀리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 회사들이 장비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공통 키를 사용하는 관행이 범죄를 부추긴 셈이다.
왕 씨는 가게를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지만 또다시 굴착기가 벽을 뚫고 들어올까 봐 밤마다 CCTV를 확인한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캐나다 은행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가 지역 사회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경찰과 협력해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장비 자체의 보안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사 범죄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