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함께 사는 신부님과 하루 종일, 파김치가 될 정도로 바쁘게 일한 날이 있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생각해 보니 둘 다 저녁을 안 먹었습니다. 내가 먼저 그 신부님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저녁밥은 먹어야 되지 않을까?”
그러자 그 신부님도 저녁식사를 잊었던 것에 놀라 움찔하더니,
“아, 맞네요. 오늘 뭔가 안 한 것이 있었는데, 저녁밥을 안 먹었네요.”
“그럼 뭘 먹을까?”
“음… 혹시, 돼지 갈비 어때요?”
“좋지.”
우리는 각자 호주머니에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돼지 양념 갈비 2인분에 물냉면을 먹으면 될 정도의 돈이 있었습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싸고 맛있는 돼지 양념 갈비 집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주문표를 바라보며 뭔가 대단한 것을 먹으러 온 사람처럼 말했습니다.
“오늘 돼지 양념 갈비는 어때요?”
“가격이 저렴해서 가족 단위로 드시기에 좋아요.”
이 말을 듣자마자,
“우리도 돼지 양념 갈비 2인분 주세요.”
그 후 종업원이 밑반찬들을 가져다주는데, 이것 저것 먹을 것이 꽤 나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불이 좋아서 고기가 맛있게 익는 순간, 그 신부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중요한 전화인지 고개를 벽 쪽으로 돌리더니 통화를 했습니다. ‘오, 하느님! 또 다시, 감사합니다. 히히’ 불이 얼마나 좋은지 돼지 양념 갈비가 금방 익었습니다.
나는 전화 통화를 하는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 점씩 한 점씩 노릿하게 잘 익은 돼지 양념 갈비를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그 신부님의 통화는 길어지고, 나는 혼자서 1인분을 그냥 다 먹어버렸습니다. 또 다시 1인분을 불판에 올려놓자, 그 신부님은 전화를 끊더니, 괜히 미안해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양심이 있는지라, 이번 1인분은 잘 구워서 그 신부님이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순간,
“강 신부님, 우리 냉면 시킬까요?”
“좋지.”
불판 위에 올려 놓은 돼지 양념 갈비가 아주 천천히 익도록 해 놓고, 다른 밑반찬을 먹으며, 물냉면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물냉면이 왔고, 그 신부님은 물냉면과 고기를 함께 먹고 밑반찬까지 싹쓸이를 하면서, 배를 채웠습니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비용이랑 딱 맞게 먹은 후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그 순간 그 식당 종업원이 ‘소 생갈비’ 큰 것을 가지고 오더니, 우리 불판 위에 올리려는 것입니다. ‘헐… 소 생갈비 시킨 적 없는데. 그리고 그거 먹으면 우리 주방에서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먹으면 안 돼, 정말, 안 돼!’ 그래서 종업원에게 말했습니다.
“잠시만요, 우리는 소 생갈비 시킨 적 없어요.”(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가톨릭신문
201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