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찾아간 곳은 정방동 주민센타 가는길 옆 이중섭미술관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토요일은 휴관일인가? 길옆 돌담에 정기 휴관일이란 팻말이 붙어있다.들어가는 길목부터 쿵짝쿵짝 잔치집 노래 반주기에서 나오는 노랫소리"봄이 오는 소리"가 조용한 정방동 마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서귀포 봄맞이 축제!
그렇게 정방동 일대는 잔치판을 벌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잔치집으로 들어서고 있고 사람들이 배식받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잔치집에 늦게 도착한 우리는 이어진 줄에 꼬리를 물고 기다리다 몸국과 밥을 배급받아 비어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몸국!
제주사람들이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마다 즐겨먹었던 국이다. 옛부터 잔치집이나 초상집에서는 돼지를 잡았었다. 통시(화장실)에서 평소 우리들의 내지르는 그것을 받아 먹으며 새끼낳고 그 새끼들 다른 집에 입양보내며 그게 걔네들 삶인양 죄없이 살았던 꽤액꽤액 거리는 돼지를 끌고나와 올레길 폭낭(팽나무의 제주사투리)에 모가지 걸어놓아 숨통을 끊어놓은 뒤 잔솔불에 검은 털 그을려 끓는 무쇠솥에 넣어 삶은 돼지 국물, 제주사람들은 그 국물을 버리지 않고 바다에서 채취한 모자반을 넣어 팔팔 끓인 뒤 상가집이나 잔치집을 찾아 온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국이다.
당시에 배고팠던 우리들에겐 오랜만에 목구멍에 기름칠 할수 있는 기회의 날이었고,그것을 흰 쌀밥에 말아 먹으면 최고의 날이라 배 두드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 오랜만에 먹어보는 몸국은 어린 시절 상가집에서 말아주던 몸국의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가 늦었는지 수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위해 쳐진 천막 그늘밑에 앉아 벌써부터 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날에 이 잔치집을 찾았던 사람들은 어림잡아 천 여명 이상은 될듯 싶다.같이 도착한 일행과 때 늦은 점심을하며 나는 궁금해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행사는 서귀포시에서 벌이는건가요?"
"아니예요, 개인이 벌이는 잔치예요."
"개인이라니요? 이 많은 사람들을 대접하려면 많은 돈이 들텐데 그 사람은 무엇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이런 잔치를 여는거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백혜진 지킴이가 잠시 자리를 뜨더니만 조금은 수수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시골 아저씨같은 분을 대동하고 식탁에 와 앉는다.
"이 분이 그 분입니다.서귀포 봄맞이 축제를 후원하시는분이..."
이외였다. 제주의 좁은 지역사회라서 그런가,아님 올레길 사업을 후원하다보니 유대관계가 돈독해서 그런가, 백혜진 지킴이는 자리를 뜬지 몇분도 안되서 이석창 대표를 모시고 왔다.
자연 제주 이석창 대표!
이대표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우리를 향해 쑥스러운듯이 인사를하고 자리에 앉았다.(가운데 모자쓰고 앉아있는 이) 나는 평소 형사가 범죄인 취조하듯 이것저것 나의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내가 제주를 너무 오래 떠나있었을까?
나는 먼저 색안경을 보고 이대표를 바라 봤었으니까...
그가 이 행사를 후원한지 이제 지 6년째이다.그는 그동안 조경사업으로 성공한 보답을 서귀포와 그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이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는 자연제주라는 조경회사이다. 그는 25년 전 조경사업을 시작하여 2015년 현재 시공능력평가에서 제주지역 1위, 전국조경업체 중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지난 8월 제주 신화역사공원 조경공사를 수주하였고, 300만평 규모의 인천국제공항 실내외 조경분야를 5년간 유지관리해 오고있는 회사의 대표이다.
이제 그는 제주의 지역발전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잘나 오늘날 나의 회사를 이만큼 키웠다는 자만심이 아니고 제주란 지역사회가 있어 그 감사함을 표시하는 기업인을 보게 되어 나는 그날 참 흐뭇한 경험을 했었다. 앞으로 그의 이런 후원행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날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 것처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어떤 흑심이 깔린것이 아닌 순수한 지역발전을 위한 자발적 발로였음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날 행사장에서는 이 잔치에 참가한 모든이들에게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키웠음직한 묘목들을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참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서귀포 시민들은 물론이요, 우연히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까지 점심을 대접하고 그 방문 답례품까지 준비했다는게 6년동안 이 행사를 치뤄오며 쌓은 노하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기원해본다. 이대표같은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은 그 사업이 더 일취월장할 수 있는 기업체가 될수 있게 해달라는 기원을 말이다.
그날의 잔치집 풍경은 중앙무대에는 커다란 앰프를 설치해놓고 노래자랑에 참여한다 동네 아낙들이 목이 터져라 반주기에 맞춰 신나게'남행열차'를 부르고 있었고,널찍하게 펴놓은 식탁에는 가족끼리 앉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있는 모습이었는데 이처럼 한쪽 구석에선 오신 손님들이 먹고 간 빈그릇을 설거지 하느라 품앗이 나온 아낙들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음에 이게 사람살아가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입가엔 작은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날 중간에 잔치집을 나서야했다. 서귀포에 사는 지인에게 나의 서귀포 방문을 전했더니 잔치가 열리는 행사장으로 달려왔다. 그가 두달 전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잠시 보고 이곳 서귀포에서의 재회는 더욱 반가웠다.
우리는 주차가 쉬운 커피숖을 찾아 헤매다 보니 천지연폭포까지 가야만 했다. 그날 역시 휴일이선지 주차장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들로 주차장은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번 서귀포 새섬을 방문했었을 때는 주위를 돌아볼수 없는 까만 밤이어서 제대로 새섬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한낮에 새섬에 들어가기 위하여 세연교를 건너며 바라본 서귀포 해안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수 많은 사람들이 새섬을 들락거리고 있었고 건너편 문섬이 한가로이 새봄이 왔음을 알리는듯 서귀포 앞 바다에 고요히 떠 있었다.
세연교 위 에서 바라본 서귀항
잔 물결 하나없는 서귀포항은 참으로 평화롭다. 새봄을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은 지난 겨울 잔뜩 움추렸던 몸과 마음 활짝 풀어 헤쳐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분위기로 그들 모두 간만에 마음의 여유를 느꼈으리라.
그들을 바라보는 나는 365일 항상 서귀포 바닷가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일상을 살아가며 그 날하루 품었던 답답한 마음 이 서귀포바닷가에 나서면 모두 풀어내며 사는 것 같아서...
새섬의 산책길 역시 잘 꾸며 놓았다.오밀조밀 꾸며놓은 숲속 길은 삶의 무게 버겨워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시름 잊게할 수 있을것 같고, 사랑하는 그대와 달콤한 이야기 나누며 걷다보면 어느 으슥한 숲길에선 살포시 입술 포갤것 같은 낭만이 깃든 새섬이었다.
혹여 서귀포를 찾는 기회가 있거들랑 반드시 걸어보라 권해보고 싶은 길이다.
새섬에서 바라 본 세연교!
밤의 모습과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돗모양의 세연교를 건너며 어떤 추억을 남기고 떠나갈까?
아마도 먼훗날에 그들 역시 아늑하게 다가온 서귀포 해안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와 거닐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런지...
길가의 꽃나무들이 봄맞이를 하려는지 하나 둘 꽃망울을 틔우려 준비하고 있고, 남국의 야자수들이 즐비하게 서 서 이국의 정취를 찾아 떠나 온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하여 도열해 완연한 봄날을 기다리는듯 하다.
올래길을 찾아나선 첫날은 중간에 샛길로 빠져버려 첫 코스부터 완주를 못하였다.그러나 그런 나를 탓하지 않는다.
내가 이 올래길을 찾아나선건 최 단시간에 완주를 고집했던것도 아니요, 시한을 정하여 모든 코스를 돌아보겠단 욕심에서도 아니다. 다만, 이 올래길을 걸으며 내 자신을 돌아보고, 제주를 느끼고, 또, 그 길을 걷는 사람들 속에 나를 녹아 넣어 그 동안 떠나있던 제주의 품안에 내 자신을 들여 놓기 위한 목적에 그 의미를 둔 것이다.
앞으로 많은 날들이 있다. 드문드문 생활의 바쁨 속에서 언제든 작정하면 내딛을 수있는 올래길이 지금 내 곁에 있기에 언제든 바다가 그립고 나 자신을 찾으려 할 때에는 가다가 목 마르면 꺼내 마실 수 있는 물병 넣은 륙색하나 메고 그 길을 나서려 하고 있다.(끝)
오늘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하신 후 댓글 남겨주시고
퍼가실때는 작가와 출처를 꼭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