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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떠나 차량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7·30 경기 수원 병 보궐선거에서 낙선,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손 전 대표는 812일 만에 정치권에 복귀해 야권의 대선경쟁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동시에 당적도 버리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전격 탈당했다. 지난 2014년 7월 보궐선거에서 낙마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칩거한 지 2년 2개월 만이다.
20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는 손학규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과 지지자 등 200여 명이 한 데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손 전 대표는 "대한민국은 무너졌다"며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제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당적도 버리겠다"고 말해 민주당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기자회견 직후 손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그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해 대권행보라는 해석과 거리를 뒀지만, 지지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연신 "손학규"를 외치며 환호했고, 취재진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터뜨려 현장은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손 전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내 손학규계 의원들 10여 명과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병욱·양승조·강창일·박찬대·전혜숙·이찬열·이종걸·강훈식·정춘숙·고용진·조정식 의원이 참석했다. 손 전 대표의 측근인 김종희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은 레이더P와 만난 자리에서 "사무실은 마포구 쪽에 구했다"고 말해 손 전 대표가 향후 본격적인 정치적 움직임을 보일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레이더P는 대선주자 곁에서 누가 돕고 있는지 알아보는 '대선주자를 돕는 사람들'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이번 순서는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동시에 2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제7공화국'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힌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편이다.
■ 손학규, 누구?
출생지 : 경기도 시흥
생년월일 : 1947년 11월 22일(만 68세)
학력 :
1962년 경기중학교 졸업
1965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73년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1988년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경력 :
1988년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14·15·16·18대 국회의원
1996년 보건복지부 장관
2001년 제31대 경기도 도지사
2010년 민주당 대표
■ SWOT 분석
대선주자를 알아야 측근들도 보이는 법. 대선주자의 '강점·약점·기회·위협(S·W·O·T)' 요인을 분석했다.
S(strength·강점): 영국 유학파에 옥스퍼드대 박사, 서강대 교수,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를 지낸 합리적인 인텔리 정치인 이미지.
W(weakness·약점): 과거 한나라당 탈당에 이은 또 한 번의 탈당. 영·호남에서 강력한 지지세력 없음.
O(opportunity·기회): '친박'과 '친문'으로 양분된 패권주의 정치구조를 혁파하자는 제3지대론 탄력.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야권 일각의 거부감.
T(threat·위협): 여전한 정체성 논란. 투쟁력과 결집력이 없다는 통념.
■ 핵심참모 4인방
1.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등을 역임하며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했다.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알려졌다. 2003년 노무현정부 시절 임 전 장관은 외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 상임고문으로 참여하면서 손학규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임 전 장관은 "대통령은 준비된 사람이 해야지 갑자기 뜬 사람이 돼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2.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시민방송 RTV 이사장 등 30여 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전액 출자해 독립법인으로 재출발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의 원장으로 취임했다.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대표를 맡았다.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 선거에서 예비후보 비서실장을 역임해 손 전 대표와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20대 총선 광명에서 출마한 이언주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손 전 대표를 대신해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원장은 "제(손학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언급해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3.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이사장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송태호 이사장은 손 전 대표의 경기고 1년 선배로 절친한 사이다. 충남 서천 출신인 송 이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졸업, 대통령공보비서관과 국무총리비서실장을 역임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손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2002년에는 '취임 준비팀'으로 활동했다. 이후 경기문화재단의 대표를 맡아 문화계 활동을 이어가며 손 전 대표와 동고동락했다. 지난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총선에서는 손 전 대표의 '메신저' 역할로 활약해 야권 후보들을 찾아가 지원 유세를 벌일 정도로 신뢰가 깊다.
4.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2010년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당 대표를 맡던 시절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으면서 손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당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학자를 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박 교수는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역임했다.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결정에 대한 철회 촉구 시국회의에 참여하기도 했고, '교수 보복 징계'로 비롯된 동국대 내홍 사태에 대해 학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일반시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싱크탱크를 연결하기 위한, 진보 콘텐츠 네트워크인 '바꿈'을 만들고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국회 내 측근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중 손 전 고문의 계보가 2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총선에서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김병욱 의원은 '제2의 손학규'로 불린다. 김 의원은 2011년 분당을 보궐선거를 통해 손학규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김병욱 당시 통합민주당 분당을 지역위원장은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였던 손학규 전 고문의 출마를 권유하기 위해 자신의 후보직을 양보했다. 이후 손 전 대표는 초접전 끝에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분당 대첩'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김 의원은 민주통합 대표의 정책특보를 맡았다. 김 의원은 강진으로 내려간 손 전 대표를 주기적으로 찾았다. 손 전 대표는 지난 3월 김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격려 방문하기도 했다.
2.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총선에서 충남아산시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강훈식 의원 '손학규의 남자'로 불린다. 건국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2002년에는 인터넷정당인 '정정당당'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2010년에는 손학규 당대표 정무특보로 중앙 무대의 중심에 섰다. 탁월한 정무적 감각을 겸비한 현장전문가로 평가된다. 이후 강 의원은 손학규 경기도지사 시절 보좌관과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냈다. 지난 8월부터 손 전 대표가 강진 칩거 생활을 마감하고 정계 복귀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3.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총선에서 충남천안시병 지역구에 출마해 4선 의원이 된 양승조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충남 천안 지역구의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출마해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010년 민주통합당 대표로 당선된 손학규 전 고문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비서실장 당시 손 전 대표는 양 의원을 '차기 보건복지부장관'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강한 신뢰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012년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4.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20대 총선에서 경기수원시갑 지역구에 출마해 3선 의원이 된 이찬열 의원은 경기도의원 시절인 2007년 손학규 전 대표와 당시 한나라당에서 동반 탈당했다.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선거에서 이 의원을 자신을 '손학규의 정치적 동지'라고 홍보한 바 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3월 김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격려 방문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동아시아미래재단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됐다. 사실상 손학규 대표의 싱크탱크로 유명하다. 손학규 전 대표는 현재 이곳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김종희 전 도시환경연구소 대표가 최근 이 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동아시아미래재단에 가입된 일반인 회원 수는 1만여 명에 달한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손 대표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했으며 2010년 10.3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자문 역할을 했다.
지난 19일 손학규 전 대표가 복귀를 선언하면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도 덩달아 바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만큼 관련 행사 준비와 함께 손학규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이더P와 통화한 동아시아미래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1월 초·중순 쯤 동아시아미래재단 설립 1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손학규 전 대표가 집필한 강진 생활의 소회를 담은 책의 출판기념회를 함께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장에서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을 여러 번 언급했다. 이후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 책을 직접 선보이며 기념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 지지 모임
정치인에게는 지지모임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박사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는 대선정국에서 여론을 이끌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손 전 대표는 '손사모(손학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산속생활 정리하고 정계복귀 하겠다"는 포부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손사모는 지난 7월 '손사모와 떠나는 강진여행' 시작으로 출발했다. 서울·경기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손 전 대표를 따르는 열성 지지자들 50여 명이 강진에서 손 전 고문을 만나 '큰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 계기다. 지난 8월 공식 출범식 때는 김영철 서울시 평생교육원장,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이사장,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손사모 중앙회 임원진 50여명과 전국 지회장 70여명이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다. 손사모 이 외에도 손학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에는 학규마을', '민심산악회', ‘손의길 연대', ‘열린미래포럼', '자유광장' 등의 다양한 지지클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