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건 잘못했다. 하지만 나도 맞았다."
11일 오후 5시 서울 목동 월드뮤직 사무실에서 열린 샵의 기자회견에서
이지혜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앞에서 (서)지영이 모친으
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함께 구타당했다"고 주장했다.
화장기 없는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이지혜는 "지난 4년간 활동하면
서 지영이로부터 '재수없다'는 말을 듣는 건 기본이었다. 하지만 팀활동
을 위해 꾹 참아왔다"고 눈물을 흘렸다.
10일 밤 실신해 서울 강남 e병원에 입원중인 서지영은 신병 치료를 이
유로, 멤버 크리스는 '나갈 이유가 없다'며 참석하지 않았다.
멤버 장석현과 함께 자리한 이지혜는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
다"며 "그래도 샵 활동은 계속하고 싶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다음은 이
지혜와의 일문일답.
8일 서지영을 폭행했다던데.
▲그건 인정한다. 그러나 보도된 대로 온몸에 멍이 들만큼 구타하진 않았
다. 사람을 그렇게 때릴만큼 막 자라진 않았다.
-왜 그랬나.
▲그날 KBS 위성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매니저, 코디들과 함께 신관 3층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영이가 나를 쳐다보며 노래 멜
로디에 맞춰 "재수없어 XXX"이라고 흥얼거렸다.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
고 지영이 머리를 두번 때렸다.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날 저녁
지영이 아버지께 사과 전화를 드렸다.
-서지영에게도 사과를 했나.
▲9일에는 류시원 오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원인제공자가 너니 사과해
라. 한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참지 않겠다"고 하길래 때린 건 잘못했다
고 대답했다. 그리고 10일 '뮤직뱅크' 카메라 리허설에 지영이가 참석하
지 않아 이러다가 방송 펑크나겠다 싶어서 매니저 입회하에 지영이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차안에서 사과를 했는데, 지영이는 못들은 체 하고 노래를 부르며 차에
서 내렸다. 대기실까지 따라갔는데 지영이가 가방을 들고 나가 버렸다.
-서지영 모친이 때렸다는 건 뭔가.
▲지영이한테 사과한 후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매니저가 불러 나오는데
저쪽에서 지영이 어머니가 "야 이 X아, 이리 와봐"하면서 뛰어왔다. 사람
도 많은데 창피해서 피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야, XX같은 X아, 너 같
은 X은 방송하면 안돼"하며 머리 뒤를 강하게 가격했다. 너무 놀라 멍하
게 있는데 매니저가 말리며 차로 피신시켰다. 지영이 어머니는 그 전에
도 나에게 자주 그랬다. 오늘 병원에 가서 맞은 부분을 X레이 찍고 진단
서를 뗐다.
서지영 측에선 이지혜가 먼저 가 버리는 바람에 '뮤직뱅크'를 펑크냈다던
데.
▲절대 아니다. 오후 8시쯤 "방송 어떡할 거냐"는 담당 PD의 채근에 매니
저가 지영이에게 최종적으로 방송출연 의향을 물었고, 지영이가 "아버지
가 못나가게 해서 방송출연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리고 나
는 차안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장석현과 크리스는 식사중이었다.
서지영과 왜 그렇게 관계가 나빠졌나.
▲뭐라고 딱 꼬집어 이유를 밝힐 수가 없다. 그냥 성격 차이인 것 같다.
둘 다 성격이 강하고, 개성 있으니까 연예인 하는 거 아니겠나. 사소한
것에 삐지고 부딪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 말을
안하게 됐다. 부딪치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반복되면서 감정이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하늘에 맹세코 지영이에
게 욕하거나, 윽박지른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팀활동을 했나.
▲나에게도 문제가 있으니까 지영이가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하
고 계속 참았다. 그동안 방송 못할 만큼 마음이 격해졌던 상황이 많았지
만 한번도 잠수를 타거나 회사가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한 적은 없다. 샵
으로 끝까지 잘해보고 싶었는데 사태가 이렇게 번졌다.(눈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이라도 지영이가 돌아온다면 다시 한번 잘해보고 싶다. 회사와 멤
버들의 결정에 따르겠다. < 김소라 기자 soda@>
혼성 4인조 샵의 서지영이 그룹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샵의 소속사인 월드뮤직은 11일 전날 벌어진 KBS '뮤직뱅크'의 펑크소동
에 대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서지영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월드뮤직 김동철 대표는 "다음주중 문제의 당사자인 이지혜와 서지영을
면담해 진상을 파악한 뒤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공식 발표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샵이 그대로 존속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월드뮤직측은 서지영에 대한 책임추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
다.
서지영을 샵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
이유야 어떻든 생방송 출연을 펑크내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동을 일으
킨 건 분명히 샵의 이미지를 땅에 떨어트린 행동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서지영은 또 공교롭게도 올초 류시원과의 데이트가 시작되면서 활동스케
줄에 지장을 주는 일이 잦아지는 등 팀워크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애를 먹
게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 김호영 기자 allstar@>
▲장석현=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을 부모가 개입해서 확대됐다. 샵
은 어디까지나 4명이 함께 있어야 샵이다. 8일 '엘리베이터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지만 '지혜가 일방적으로 때렸다'는 지영이의 말은 비상식적
이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지영이가 지혜에게
욕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지혜와 지영이 사이가 나빴던 것은 오래된 일이
라 이번 사건도 단순한 신경전으로 보였다. 이렇게 방송 펑크를 낼 줄은
몰랐다. 4년동안 샵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7월부터 SBS TV 시트콤 '오렌
지'를 통해 개인활동에 나서니 힘든 일이 참 많다. 끝까지 샵으로 가고
싶은데 이런 일이 생겨서 괴롭다.
서울 강남 e병원에 입원중인 서지영은 병실문을 걸어잠근 채 외부와의 접
촉을 완전히 끊고 있다.
서지영의 측근은 "(지영이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로 절대안정
이 필요하다"며 "다음주중 가족회의를 열어 상의한 뒤 일련의 사태에 대
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서지영은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도 받지 않고 있으며 월드뮤직 직원들은
병실문 앞에서 서지영 가족 이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편 서지영은 10일 서지영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뒤 분을 삭이지 못해 실
신,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만뒀으면 좋겠다!'
서지영의 연인 류시원은 지난 10일 서지영이 샵의 동료 이지혜와의 불화
로 끝내 KBS 2TV '뮤직뱅크' 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밤새 연인을 위로하
고 격려했다.
또 이에 앞서 "예정된 방송을 못한 것은 시청자에 대한 결례"라며 제작진
에게 사과할 것을 거듭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시원은 "지영이가 '뮤직뱅크' 에 출연하지 못한 것은 이지혜가
먼저 갔기 때문"이라며 연인을 적극 두둔했다.
류시원은 11일 "지영이가 샵을 나왔으면 좋겠다. 두사람의 관계를 얘기하
자면 너무 길다. 갈등이라는 게 늘 쌍방적인 것이긴 하지만 원인제공은
분명히 이지혜가 했다. 이지혜가 해도 너무 했다"고 말했다.
또 "오죽하면 부모님들께서도 지영이가 샵에서 나오길 바라겠는가"라
며 "지금같은 상황에선 그룹활동을 권유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류시원은 "제3자의 입장에서 꼬치꼬치 얘기하기가 뭐하지만 남자친구로
서 지영이가 이번일에 현명하게 대처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
였다. < 이유현 기자 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