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사이판 전지훈련지에서 맞는 첫 휴식일 아침. LG 봉중근(29)은 뻐근함을 느끼면서 일어났다.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에서 겨울 동안 굳은 어깨를 푸느라 김용일 트레이너 코치에게 매일같이 근육 마사지를 받는 때문이다. 사이판 전지 훈련지에서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프로야구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봉중근은 하루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탓에 어느 해보다 훈련 진도가 빠르다. WBC 1회 4강 신화의 일원이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그는 " 올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 " 고 말했다.
◇급하다 급해
올 시즌이 자신에게나 동료들에게나 어느해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에 봉중근은 일찍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보통 선수들이 느긋해할 지난해 12월 초부터 잠실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평소보다 무게감 있는 체력훈련을 한 덕을 많이 봤다는 봉중근은 올해도 체력 훈련으로 기초를 다지고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시작해 긴 기간 동안 훈련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급하다. 2월에는 WBC 대표팀 전지훈련 때문에 팀 선수들과 작별하고 하와이로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 감독님도 WBC에 맞춰 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하셨고. 나 스스로도 이번에 정말 잘하고 싶다 " 며 욕심을 낸다.
김용일 코치는 " 중근이가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겠다는 의욕이 강하다. 아무래도 겨우내 쉬어 굳은 어깨를 풀어야하는데 천천히 풀 시간이 없어 마사지를 해서라도 인위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 고 말했다. 봉중근의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 이번 일본 대표팀은 어느 모로 보나 정말 최강 " 이라는 것이 봉중근의 분석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믿고. 후배 투수들의 힘을 믿는다. 봉중근은 " 류현진과 김광현이 지난 올림픽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이 어린 친구들이 WBC를 이끌 것 " 이라며 올해 WBC에서도 기적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1회 WBC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우리 나이로 30대에 접어들었으니 대표팀에서 고참급 투수가 됐고. 소속팀이 LG로 바뀌었다. 서재응. 박찬호. 김선우에 비해 작은 자리를 차지했던 1회와 달리 실력으로 봐도 비중이 확 늘어났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낸다. " 1회 WBC에서는 2.2이닝밖에 던지지 못하고. 선물(병역혜택)만 받았기 때문 " 이다.
◇올해는 두 번 웃겠다
WBC 못지 않게 봉중근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는 팀 성적이다. 지난 해 자신은 한국 복귀 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지만 팀은 꼴찌를 했다. 잘 던지고도 패하는 날이 많았고. 승리한 날 크게 웃지도 못했다. " 올해에는 3월에 웃고. 한국에서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겠다 " 는 것이 목표다.
전날 미팅에서는 김재박 감독이 " 요 며칠 사이처럼 해서는 안된다. 정신력이나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다음 훈련지인) 오키나와에 갈 수 없다 " 고 선포했기 때문에 21일부터의 훈련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른 해보다 더 센 강도의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봉중근은 " 힘들어도 해야하지 않겠나.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할만하다 " 며 이를 악물었다.
봉중근은 올해는 정말 뭔가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이 난 듯 했다. 박명환이 돌아오고 이진영. 정성훈 등 외부 영입 선수도 합류한다. " 훈련이 끝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올해 우리팀 라인업을 내맘대로 그려보곤 하는데 올해 우리팀 라인업은 정말 최강이다 " 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 " 진영이와 성훈이가 '진짜 잘해야겠다'고 하던데요 "
매년 " 올해는… " 이라고 말한 탓에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 " 매년 거짓말만 하고 내년에 달라질 것이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 다.
올해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기도 하지만.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는 얘기였다. 봉중근은 " 지난 해 말 러브 페스티벌 행사에서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본 진영이와 성훈이가 '우리 못하면 큰일나겠다'고 너스레를 떨더라. 올해 정말 잘 될거다 " 라며 웃었다.
봉중근은 지난 해 8월 베이징의 기적을 떠올렸다. " 당시에 대표팀은 '기'로 충만했다. 올해 대표팀도 그게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 " 이라고 확신했다. 덧붙여 " 그 기가 LG에는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다시 기적을 재현해 우리 팀에도 그 기를 불어넣고 싶다 " 며 욕심을 한껏 드러냈다.
사이판 | 김정란기자 inat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