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있어. 그 아픔을 빨리 잊기 위해 군대를 지원해 군입대를 하게 됐다. 식구들 모르게 군대를 지원하였고 식구들 모르게 머리를 자르고 입대했다.식구들이 내가 군대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훈련소에서 보내진, 입대할 때 입었던 내 사복과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편지를 받아 보고서였다고 한다.
훈련소 앞. 가족들과 친구, 혹은 애인의 눈물의 배웅을 받으며 입대하는 사람들로 훈련소 앞은 북적거렸다. 그 전까지는 그냥 혼자 입대한다는 것에 대해 담담했었는데 여러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입대하는 모습을 보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입대 시간까지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훈련소 옆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소주 한 병을 시켜 글라스에 가득 따라 원샷을 하고 굳은 마음을 다지며 입대를 하였다.
처음 입어보는 군복과 처음 신어보는 군화, 어색하기만 하다. 다른 동기들도 어색한지 군복 매무새를 여러 번 고치기도 하고, 군화를 신었다 벗었다, 한다.그렇게 나도 군복 매무새를 고치며 다른 동기 녀석들을 봤었다. 그때. 한 명의 동기 녀석에 모습이 유난히 눈이 띄었다. 작은 키에 짧은 다리,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얼굴 때문이었다.
뭐, 모두 같은 색깔과 같은 모양의 군복을 입었으니 누구든 비주얼이야 매한가지였겠지만 그 동기 녀석의 얼굴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몽타주'수준의 얼굴. 아마도 저러한 얼굴은 동남아시아권에서는 정말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의 땀구멍이 저렇게 넓을 수도 있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땀구멍, 용암의 분출구 같은 여드름 자국. 눌리고 옆으로 퍼진 코, 두툼한 입술.
돌아가신 '고 이주일' 아저씨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였다지만 그 동기 녀석은 '삼보일배'가 아닌 '일보일배'로 서울에서 부산 찍고 와야 할 정도로 정말 죄송스럽게 생긴 얼굴이었다.
그 녀석과 중대가 같긴 했지만 소대가 틀려서 한 내무 실에서 같이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훈련을 나가면 같이 훈련을 받곤 했었다. 힘든 6주간에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퇴소와 함께 각자의 특기를 부여받아 자대로 뿔뿔이 흩어져 그 녀석과의 만남은 훈련소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주특기 2811 '운전병' 보직을 부여받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운전병으로 주특기를 받긴 했지만 운전을 못 해 이등병 시절 고참들에게 끌려가 맞기도 많이 맞았고 기합도 무지하게 받았었다.그러다 글씨를 잘 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정병'으로 빠져 군생활을 하다 나왔다.
그렇게 행정병으로 2년 2개월의 군생활을 마쳤고. 군생활을 하는 동안 훈련소에서 만났던 그 우울하게 생긴 녀석의 얼굴이 가끔 떠오르긴 했지만 힘든 군생활 때문인지 그 녀석에 대한 소식이 궁금하거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제대를 하고 몇 년이 흘렀을까.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이 나왔는데 그 녀석이 바로 훈련소 동기 녀석인, 너무나도 죄송스럽게 생긴 그 녀석이었다.
제대 후 그 녀석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죄송스럽게 생긴 얼굴을 살려 개그맨이 됐나 보다. 그리고 '내 이름은 옥동자에요~'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시켰고, 일 년에 10억이 넘는 수입을 올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이 됐다. 그렇다. 지금까지 내가 위에 말했던 그 훈련소 동기는 바로 '옥동자 정종철'이다.
여기서 '옥동자'에 대한 비화가 있어 말을 할까 하는데. 그 녀석이 제대 후에 노원역 근처에 있는. 지금은 '롯데 백화점'으로 바뀌었지만 그 당시 '미도파 백화점' 7층 식당가에 있는 냉면 집 주방에서 일을 했었다.
그런데 그곳 냉면집 사장이 '옥동자'에게 어느 날 말을 했다고 한다. "손님들의 식욕을 저하 시킬 수 있으니 너는 손님 있을 때 절대 주방 밖으로 나가지 마라."라고. 예전에 '옥동자' 가 저 일화를 텔레비전에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랬었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지금은 냉면집 사장님이 된 내 친구를 통해서였다. 그 친구가 냉면집을 차리기 전. 그러니까 '옥동자'가 개그맨이 됐을 즈음 친구 녀석이 '옥동자'가 일 했던 그 냉면집에서 일을 하였고 그 당시 냉면집 사장님을 통해서 '옥동자'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각설하고. 몇 년 전. '옥동자'가 개그맨으로 한창 주가를 올릴 때 즈음이었다. 그때 나는 친구들과 노원역 근처에 있는 '레드락'이라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다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는 길에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신인 여자 개그맨들로 보이는 여자 몇 명과 남자 몇 명. 이렇게 대여섯 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옥동자'를 보게 됐다.
그때 나는 '옥동자'를 보고서 개그맨 '옥동자' 가 아닌. 더운 여름날 물집이 잡히면서 20킬로가 넘는 무거운 완전군장에 40킬로미터 행군을 했던, 팔꿈치가 까져 피가 나도록 포복을 했던,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조교의 얼차려를 견뎌냈던, 독한 가스를 맡아가며 화생방 훈련을 받았던, 그렇게 6주간의 힘든 훈련소 생활을 함께 한 훈련소 동기인 '정종철'로서 먼저 떠올랐다.
이런 나쁜넘. 나는 같이 힘들게 고생했던 훈련소 동기로서, 너무나 반가워 아는 척을 했는데 '옥동자' 녀석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옥동자' 녀석에게 적잖은 실망을 했었다. 고생했던 훈련소 동기를 만났다는 게 너무나도 반가워 눈물이 핑 돌 정도였는데…….
첫댓글나비님 안녕하세요 저는 소리여울에서 산조대금반을 맡고 있는 김정민쌤입니다. 항상 나비님이 쓰신 글들 넘 재밌게읽고 있습니다.저번에 쓰신 샬랄라공주 읽기엔 좀 길었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까 도봉구 쪽에 사시는것 같은데 같은 구에 사시는 분이 우리 학원에 다닌다니 괜히 반갑네요
첫댓글 나비님 안녕하세요 저는 소리여울에서 산조대금반을 맡고 있는 김정민쌤입니다. 항상 나비님이 쓰신 글들 넘 재밌게읽고 있습니다.저번에 쓰신 샬랄라공주 읽기엔 좀 길었지만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글을 읽어보니까 도봉구 쪽에 사시는것 같은데 같은 구에 사시는 분이 우리 학원에 다닌다니 괜히 반갑네요
저는 방학동에 살고 있거든요 저말구 도봉구에 사시는분이 한분더 계시는데 우리 도봉구파 한번 만들어볼까요?ㅋㅋ 자주자주 재미난 글 많이 올려주세요~
'도봉구 술고파'를 만들어 볼까요? ㅋㅋㅋ 반가워요.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도봉구에 사신다니......^^
나비님은 무슨 악기를 배우고 계시나요? 무슨 요일에 나오세요?
「야~ 종철아! 그런데 너 요즘 뭐 하면서 지내냐?」 ㅋㅋ 앞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