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되고 싶은 전기자전거
아름다운 전기자전거 모델들
전기자전거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담겨있다. 전기자전거는 120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미래를 예측할 때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자전거를 주제로 표현한다.
이번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전기자전거를 소개한다.
대량생산되고 비슷비슷한 모양에 식상했다면 스스로 빛나고 있는 전기자전거들은 미래와의 대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콘셉트 모델이나 한정판 모델도 만나보자
1865년의 자전거를 첨단소재로 재해석
세계최대의 화학기업인 비에이에스에프(BASF)는 1865년의 자전거를 지금의 신소재로 다시 디자인했다. 카본 복합재(Carbon Composite) 등 첨단소재로 제작된 이 전기자전거는 고풍스러움과 첨단의 이미지를 함께 지니고 있다. 안장에 배터리를 내장했기 때문에 안장만 분리해 충전할 수도 있다. 도로에서 우아하게 달리는 이 전기자전거의 이름은 ‘콘셉트 1865(Concept 1865)’이며 유튜브에 공개되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공개된 동영상의 스토리는 1865년에 이 자전거를 개발한 사람이 오늘날의 과학자를 만난다면 “이러한 모양의 전기자전거가 나올 것”이라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전동모터는 후륜에 장착되어있다.
▲ BASF의 고전적인 전기자전거 ‘콘셉트 1865’(독일)
비에이에스에프의 화학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전기자전거다. 큰 앞바퀴를 발로 굴러 주행하는 이러한 자전거를 벨로시페드(velocipede)라고 한다. 최초의 전동 벨로시페드가 될 것이다 출처. www.ba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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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기자전거 제작에 사용된 복합재료는 모두 비에이에스에프의 제품이라고 한다. 전기자전거를 기업이미지 향상에 사용해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1865년은 비에이에스에프가 설립된 해이며 이 같은 모양의 자전거인 벨로시페드(Velocipede)가 발명가의 머리에서 구상 중일 때이다. 이 매력적인 자전거는 이름처럼 콘셉트 모델이기 때문에 판매 가격도, 판매 시점도 발표된 바 없다. 상업적 목적의 양산계획은 없다고 한다.
가볍고 세련된 커스텀 전기자전거
기존의 전기자전거들이 못생기고 무거운 데 대해 불만이 많았던 세 명의 젊은이 마티아스 블뤼멜(Matthias Blu¨mel), 마틴 마이어(Martin Meier), 세바스챤 베걸(Sebastian Wegerle)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전기자전거를 개발한다. 일렉트롤라이트 36볼트(Electrolyte 36Volt)라는 이들의 전기자전거는 가볍고 민첩하며 단순한 디자인을 뽐낸다. 16㎏ 정도의 경량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화다. 프런트 레프티 쇽(Front Lefty Shock)에 배터리와 소형 모터 등 전동시스템을 일체형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후륜에 모터를 장착한 뒤센예거(Du¨senja¨ger)라는 모델은 제트 전투기라는 뜻인데 무게가 10㎏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0년에 설립한 일렉트롤라이트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일반의 통념에 도전하는 커스텀 자전거를 만든다. 3999유로(한화로 718만원)의 높은 가격이지만, 젊은 감각을 뽐내려는 라이더들의 틈새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100㎞이며 페달 어시스트 방식을 지원한다. 프레임 사이즈는 대형, 중형, 소형 중에 고를 수 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지속적으로 전기자전거의 요소를 지워나가는 것’이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스포츠 목적의 자전거로 보이길 원한다. 일렉트롤라이트는 ‘전해질’을 의미하는데 전해질이란 이온의 형태로 분리되어 전기가 통하는 물질이다.
▲ 일렉트롤라이트 전기자전거(독일)
전기자전거의 스포츠 모델을 만들고 싶었던 젊은 사업가에 의해 탄생한 일렉트롤라이트다. 36볼트라는 모델(아래)은 전동시스템을 캐논데일의 레프티(Lefty) 포크 안에 배터리와 모터 등을 탑재해 깔끔한 외관을 만들었다. 위의 두 모델은 뒤센예거인데 물통처럼 보이는 곳에 배터리가 들어있다. 출처. www.electrolyt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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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한 전기자전거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태어난 독일 건축가가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 건축가의 이름은 하디 테헤라니(Hadi Teherani)이다. 인테리어와 제품 디자인으로도 영역을 넓힌 이 건축가는 세상에 나와 있는 전기자전거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이름을 딴 전기자전거를 디자인한다. 그의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이 전기자전거는 간결하고 아름답다. 아이폰 도킹이 가능한 배터리는 핸들바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충전할 때는 분리해서 들고 다닐 수 있다. 배터리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게 생겼다. 전륜에 작은 모터가 장착되어 있고 기어는 싱글스피드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스터미아처의 내장 2단 허브(Sturmey Archer 2 Speed Hub)가 달렸다.
▲하디 테헤라니 전기자전거(독일)
세계적 건축가인 하디 테헤라니가 만든 전기자전거로 200대 한정생산 되었다.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비자가 만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출처. www.haditeherani-bikes.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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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대 한정생산된 이 전기자전거의 가격은 2190유로로 한화로 약 315만 원이다. 디자이너의 유명세만 놓고 본다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전동시스템의 효율과 승차감만을 본다면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이 도심을 아름답게 만드는 하나의 구성요소가 되고 사람들의 경이로운 시선을 받고 싶다면 하디 테헤라니의 작품은 주저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200대의 이 전기자전거는 유럽 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아름다운 짐자전거 패러데이 포터
미국에서 태어난 패러데이 포터(Faraday Porteur)는 ‘포터’란 이름에 걸맞은 짐자전거다. ‘패러데이’는 19세기 영국의 과학자로 그의 이론으로 인해 전기모터가 발명되었기에 그를 기리는 뜻도 담고 있다. 전기자전거의 패션모델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디자인의 이 전기자전거의 가격은 3500달러로 한화 400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 매력을 떨어뜨리진 못한다.
▲패러데이 포터 전기자전거 (미국)
배터리를 탑튜브 안에 숨겨서 전기자전거보다는 클래식 짐자전거로 보이는 패러데이 포터이다. 레트로와 낭만을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출처. www.faradaybik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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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디자인과 함께 날이 어두워지면 전조등과 후미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 등 스마트한 기능도 많이 탑재되어 있다. 앞의 짐받이는 탈착이 간편하며 노트북, 생일 케이크나 꽃다발 같이 부피가 큰 것도 그 형태를 보존하면서 안심하고 실어 나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18650 배터리 셸을 탑튜브에 숨겼기 때문에 전기자전거처럼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단점이라면 전륜에 모터를 장착하고 있어서 짐까지 앞에 싣게 되면 코너에서 조향이 다소 어려워지는 것이지만, 이런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단점은 불편에 끼지도 않을 것이다.
이 전기자전거는 세계적인 디자인회사 아이데오(IDEO)와 락랍스터(Rock Lobster)라는 커스텀 프레임공방이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상을 받고 양산에까지 이르게 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시마노 알피네 내장 8단 기어와 브룩스 안장 등을 기본 장착해 상품성도 갖추고 있다. 17.7㎏으로 전기자전거치고는 가벼운 것도 매력 중에 하나다.
야마하 전기자전거 20주년 기념 모델
야마하가 전기자전거를 만든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2013 도쿄모터쇼에 전시된 야마하의 20주년 기념 모델 이야기를 해보자. ‘YPJ-01’이라는 이름의 전기자전거에는 일본다운 간소함이 담겨있다. 로드바이크로 보이는 이 전기자전거는 전동부품과 배터리의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클래식 디자인의 프레임과 함께 매우 조화롭다. 크랭크 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옛날 벽시계의 정교한 부품들을 연상시킨다. 마치 미니멀리스트의 작품 같다. 기능적으로는 야마하가 파스(PAS)라고 명명한 페달 어시스트 방식을 따르고 있다.
▲ 야마하 PAS 20주년 기념 모델(일본)
야마하가 전기자전거를 만든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다. 2013년 도쿄모터쇼에 전시되어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클래식과 미래가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출처. global.yamaha-mo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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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제원표와 출시시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히 기념 모델로 끝날지 아니면 양산이 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스마트폰과의 연결로 전기자전거의 각종 정보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캄파뇰로 슈퍼 레코드 구동계를 달았다. 나온다고 해도 가격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로드바이크를 타고 나간다면 강변의 시원하게 뚫린 자전거전용도로보다는 서울의 성북동 같이 고풍스러운 도로가 어울릴 것 같다.
푸조의 역사를 잇는 전기자전거
1987년 외제차의 수입자유화 이전 70년대 동네 골목에서 초등학생인 필자가 가끔씩 목격하는 푸조(Peugeot) 브랜드는 경이의 대상이었다. 포니와 브리사 일색이었던 거리에 푸조의 사자 엠블럼은 재외공관원 같이 외국생활을 하고 온 특수계층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그 뒤로 시간이 많이 흘렀나보다. 거리엔 외제차가 흔해졌고 푸조의 존재감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 7월 푸조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프랑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고 거액의 채권을 발행한다는 신문기사를 발견하고 격세지감이 들었다. 그래도 그들이 쌓아온 역사와 전통은 무시할 수 없다. 1810년 커피밀(Coffee Mill)을 만드는 회사로 설립되어 1830년에는 자전거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자전거와의 인연이 깊은 회사로 지금도 푸조는 자전거를 생산하고 있다. 푸조 자전거는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소개할 전기자전거는 푸조가 만든 AE21이다. 이 전기자전거는 독특한 알루미늄 커버를 장착하고 있는데 그 안에 서류가방이나 노트북 같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도심 출퇴근을 위한 이 전기자전거는 상세한 스펙과 정확한 출시날짜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륜에 모터를 장착하고 있으며 배터리는 분리가 가능한 구조로 알루미늄 커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1월 양산버전의 AE21을 타고 런던, 파리, 밀란, 암스테르담, 베를린에서 라이딩하는 월드 프리미어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제목은 ‘Peugeot AE21 World Premier’다. 도시와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 푸조의 전기자전거 AE21(프랑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자동차회사 푸조가 만든 전기자전거다. 19세기에는 자전거회사이기도 했던 푸조는 지금도 자전거를 만들고 있다. AE21은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잇고 있는 전기자전거 모델이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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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이번에 미처 언급하지 못한 아름다운 전기자전거도 많이 있다. 영국의 고사이클이나 우리나라의 풋루스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재에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모델을 위주로 소개해보았다. 그리고 작동하지 않아서 탈 수 없는 모크업(Mock up) 수준의 모델은 배제했다.
지난 몇 년간 실험적인 디자인이 많이 행해진 분야 중에 전기자전거만큼 활발한 곳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전기자전거를 통해 미래의 탈것을 보고 싶어 한다. 다양한 디자인 속에 미래의 우리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아직까지 전기자전거의 정형화된 모습은 정해지지 않았다.
글 주상권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석사 · 2008 ㈜스피자 디자인총괄 담당이사, 아비아브 브랜드 매니저 · 2008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 · 2009 지식경제부 과제 <카본복합재를 이용한 초경량 접이식 자전거 제작> 연구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과제 <스포츠과학기반 고기능성 경기용 자전거 개발> 연구원 · 현 (주)명지 자전거사업부 차장
제공 자전거생활, 출처 바이크조선, 발행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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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밤의 피아니스트 Rechrd Clay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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