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의 시초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일본의 '신칸센'이다. 당시 시속 210km의 신칸센 차량을 '꿈의 열차'로 불렸다. 이후 프랑스의 TGV(떼저베)와 독일의 ICE(이체)가 최고 속도 경쟁에 가세하며 고속열차 차량 기술은 한 국가의 기계공학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우리는 2004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개통했지만 차량은 프랑스 TGV(떼제베)에서 사온 것이었다. 이후 우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고속열차를 제작하는 독자 기술국에 올랐다.
최근 '국산 고속열차 KTX'가 우즈베키스탄 1020km 노선에서 정식 상업 운행을 시작 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가 해외 선로 위를 누비는 첫 기록이다. 1996년 고속철 국산화 프로 젝트를 가동한지 30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글로벌 고속철 차량 시장은 기술 강국들의 각축장이다. 영하40도의 혹한부터 영상 40도의 사막 폭염까지 온갖 극한 지형에서 경험을 쌓은 중국은 국영기업 CRRC(중국중차)가 세계 고속철도차량 시장 55%를 장악할 정도다. 여기에 봄바르디에를 합병한 프랑스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중국이 막대한 자본으로 아프리카 등에 철도망까지 깔아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한국과 유럽, 일본은 기존 철도 노선에 최적화된 고속열차 차량과 시스템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번 수주전의 상대는 중국 CRRC와 스페인 탈고였다. 승부처는 기술 이전이었다. 탈고는 고장 난 차량을 배 편으로 본국에 보내 수리하게 할 만큼 폐쇄적이었으나 현대로템은 코레일과 원팀을 이뤄 유지보수 기술 이전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꺼냈다. 특히 열차 칸마다 모터를 배치해 가ㆍ감속 성능을 극대화한 '동력 분산식 ' 기술은 가파른 구간이 많은 한국 지형에서 다져진 토종 기술이었다. 이번 계약은 현대로템의 제작 기술과 코레일의 운영 노하우. 600여 부품 협력사가 함께 나간 'K-철도 생태계'의 동반 진출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고속철 수출은 차량이란 하드웨어를 넘어 유지보수와 운영시스템의 소프트웨어까지 통째로 심는 일이다. 열차를 공급하면 향후 수십 년간 부품과 정비 인프라가 우리 기술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량이 항공기의 10% 수준인 고속철은 이제 탈탄소 시대의 핵심 전락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약 31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KTX가 새로운 국제 표준으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