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 피랍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안이한 대응 및 업체의 안전 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김씨가 납치된 지 3일이 지나도록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업체는 이 사실을 즉각 외교부나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채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일을 키웠다.
외교통상부는 그간 3차례의 한국인 피습 또는 피랍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상사주재원 등 현지 교민의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해왔다. 21일에도 “이라크 주재 우리 대사관은 이라크 체류 인원, 소속사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교민들과 수시로 전자우편, 전화를 통해서 안전을 당부하며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적어도 김씨의 경우 외교부 말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한국대사관은 김씨가 지난 17일 납치된 뒤 알 자지라 방송이 이 사실을 보도한 20일까지 최소 3일간 단 한 차례도 가나무역측과 접촉하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지난 18일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 공식 결정 이후 피해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상사주재원, 종교인, 민간기구, 교민 등 비필수 요원의 철수를 강력히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현지 대사관 행태는 업무 태만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가나무역측 행동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천호 사장은 김씨가 납치되자 이라크 무장세력과 독자적으로 석방 협상을 했다. 정부나 현지 대사관에는 전혀 통보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김사장이 김씨 안전을 위해 비밀리에 교섭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정부 대응만 늦어지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사장이 지난해 11월 직원 2명이 이라크 무장세력의 총격으로 숨진 오무전기 사례에서 보듯 사업 차질을 걱정해 김씨 피랍 사실을 숨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