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24) – 노루귀(안양 수리산)
노루귀
2024년 3월 6일(수), 안양 수리산
안양 수리산이 특히 봄이면 명산이다.
변산바람꽃과 노루귀를 볼 수 있어서다.
그래서 경기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았나 싶다.
변산바람꽃은 내가 견문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그 식생지가 가장 넓다.
노루귀는 해마다 그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식생지를 아래쪽에서 한 군데 더 발견했다.
이굴기의 『꽃산행 꽃詩』(2014, 궁리출판) 외에서 시 몇 수를 골라 함께 올린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고 너하고
이 들길을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 안도현, 「무식한 놈」
이 적막한 계절의 국경을 넘어가자고 산비둘기 날아와 구욱 국 울어대는 봄날,
산등성이 헛개나무들도 금연 구역을 슬금슬금 내려와 담배 한 대씩 태우고 돌아가는 무료한 한낮,
그대가 오면 차를 마시려고 받아 온 골짜기 약숫물도 한번 크게 뜨거워졌다가 맹숭하니 식어가는 오후,
멀리 동구가 내다보이는 마당가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작년 이맘때보다 허리가 나빠져,
이제는 들어가 쉬어야 하는 더 늦은 오후,
어디서 또 봄이 전복됐는가 보다
노곤하니 각시 멧 노랑나비 한 마리,
다 낡은 꽃 기중기 끌고
탈, 탈, 탈, 탈, 언덕을 넘어간다
—— 송찬호, 「봄」
산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 송찬호, 「산토끼 똥」
햇살에 귀 대고 바람을 들었으리
온 세상에 귀 대고 자신을 들었으리
얼마나 많이 들어야 내 귀에도 꽃이 필까?
—— 류안, 「노루귀」
첫댓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안양 수리산 노루귀를 구경하게 되네요.
마지막 사진 노루귀가 가장 멋있네요.
노루귀 개체수가 많이 줄었어요.
제 책임도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올해 노루귀를 처음 봅니다...전에 수리산에서 한참 찾았는데 못 봤지요...
수리산에 노루귀는 두 군데 있더군요.
사람들이 엎드려 사진 찍는 데를 찾으면 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