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2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3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4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5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6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7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8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9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11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12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13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오복음 25,1-13)
- 매일미사 2024.11.2(토) https://missa.cbck.or.kr/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셋째 미사의 독서와 복음은 언제 올지 모르는 마지막 날에 대한 준비를 말합니다. 열 처녀는 신랑이 언제 올지 몰랐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였지만, 어리석은 처녀들은 준비하지 못하였습니다. 갑자기 신랑이 돌아오면서 그제야 기름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친 어리석은 처녀들은 기름을 사러 나갔지만, 이미 문은 닫히고 결국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마지막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 마지막에 일어날 일들을 늘 염두에 두고 준비하며 살아가는 삶을 종말론적 삶이라고 합니다. 세상 종말에 있을 하느님의 심판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하느님의 가치를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날 앞에서는,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보였던 세속적인 것들이 무의미해지고 영원한 것이 더 중요해지는 가치 전환을 체험하게 됩니다.
종말은 우리에게 죽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아갑니다. 죽음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지혜를 얻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죽을 때 가지고 가는 것은 마음 닦은 것과 복 지은 것 뿐.”
죽어서 하느님 앞에 갈 때, 지금 우리가 그토록 가지기를 바라는 돈과 권력과 명예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주님 앞에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하느님 뜻을 따르려 하였던 노력과 형제와 나누었던 사랑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기름입니다.
- 최정훈 바오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매일미사(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4.11.2 오늘의 묵상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