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쉬메리골드(Mash Marigold):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한 고급스런 호텔에서 전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 들었다. 아직 이 파티를 주최한 인물은 나타나질 않았는지 파티장내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 인사를 나누느라 바쁘다. 파티가 시작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갑작스레 환하게 주위를 밝혀주던 빛이 사라지고 무대 쪽에 자리 잡고 있던 조명 네 개가 순식간에 빛을 내기 시작했다. 드디어 주인공이 나오려는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우, Claire!!!”
할리우드 스타로 유명한 남자의 탄성을 시작으로 사방에서는 환영한다는 자신들만의 표현으로 그녀의 등장을 기뻐했다. 프랑스에서 그녀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워낙 바쁘기도 했고, 그녀가 아무에게나 쉽게 자신의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각광받고 있는 그녀가 비록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이런 파티를 주최하여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내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하면서 존재하고 있었다.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면서.
“우선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런 초대에 응해주셔서.”
그녀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가녀린 여자의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쑥스러워하거나 목소리를 떨지도 않았다. 너무 당당한 눈빛에 그녀와 한두 번 작업 했던 이들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눈이라 생각했다. 그녀의 얇으면서도 기다란 손가락이 쥐고 있는 칵테일 잔이 아슬아슬 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마치 그녀 자신처럼.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 제대로 된 생일을 맞이한 적이 없어서 갑작스레 생일 파티를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우습지만.”
“…….”
“지금까지 쉴틈 없이 달려왔습니다. 정말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내 꿈을 향해, 내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말이죠.”
“…….”
“문득 생각이 들더군요. 여유를 갖고 싶다는 생각 말입니다.”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파티장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28살 된 저 어리면서도 대단한 디자이너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 끌레흐가 말했다. 여유를 갖고 싶다고. 그녀는 자신의 일을 무척이나 사랑 했으며, 여태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휴식을 가져본적이 없다. 그건 이 바닥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 누구든 한 번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녀는 최고의 자리에 선지 단 2년 만에 여유를 갖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으로 갈 생각입니다.”
한국이라는 낯선 땅의 이름에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나라가 맞는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고, 또 몇몇 사람들은 아예 듣도 보지도 못 한 나라인지 고개를 갸우뚱 하기만 했다. 순간 여태껏 단 한 번도 웃지 않던 그녀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칵테일 잔을 입 안으로 털어 버리고, 환하게 웃으며 그 매혹적인 입술을 떼어내었다.
“네. 제 나라, 제 고향, 지금의 저를 있게 해 준 나라인 한국으로.”
**
한국은 현재 엄청난 추위를 동반하는 겨울이다. 너도 나도 매서운 바람에 못 이겨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강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 클럽 앞에서는 사람이 북적 거린다.
“아, 존나 추워. 하필 여기서 보자고 난리야.”
검은색 캡 모자를 써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남자의 얼굴은 확실히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잘생겼다. 남자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건지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남자가 벌써 열번 째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클럽이 오픈 되었다.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구로 몰려들었고, 당황한 남자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탓에 자신이 있는 곳에서 몇 발자국 더 먼 곳에 자리잡은 핸드폰을 줍기 위해 몇 걸음을 떼었는데, 순간 남자의 핸드폰이 한 여자의 손에 의해 들려졌다. 여자는 남자를 알아 본 듯 환하게 웃으며 남자의 앞으로 다가 갔다. 여자는 곧 움직이던 걸음을 자연스레 멈추고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회의가 길어져서.”
“의뢰 하셨을 때 시간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한다고 말씀 드렸을텐데, 기억 못 하시나 봅니다.”
역시나 이런 반응을 예상 했던 듯 여자는 살짝 웃었다. 그 웃음이 묘하게 기분 나빠서 남자는 살짝 눈을 찡그렸지만 그 모습은 모자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여자는 약속시간을 30분이나 넘어서서 이제서야 나타났으니 말이다.
“의뢰의 정확한 내용을 들어야 하지 않나요? 안으로 들어가요. 룸은 따로 준비해 뒀으니.”
안 그래도 추웠던 탓에 남자는 여자의 들어가자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서둘러 클럽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 뒤를 돌았다.
그 순간 여자가 남자의 어깨를 잡아오며 물었다.
“의뢰 하는 순간에도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더군요. 뭐… 알고는 있었어요. 그 쪽 사람들이 쉽게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 쯤은. 그래도 불러야 하는 호칭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 짜증나. 그런건 안에 들어가서 물어도 되잖아 이 멍청한 아줌마야.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여자쪽으로 몸을 돌렸다. 굉장히 흥미로운 눈빛이 여자의 눈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런 눈은 일을 해오면서 수없이도 비춰졌던 눈이라 남자에겐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었다. 남자는 자신을 소개 할 때면 항상 해 오던 방식대로 모자를 벗었다. 모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그 눈과 마주한 여자는 순간 몸을 떨었다.
“안에서 들어가서 인사하려 했습니다마는 굳이 지금 소개하기를 원하시니 그렇게 해 드리죠.”
남자의 말투는 혼자서 중얼거리던 것 과는 정반대 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희쪽 이름은 아시다시피 시크릿.”
“…….”
“그리고 저는,”
꿀꺽.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남자의 입술이 부드럽게 호선을 그린다.
“시크릿의 s, 에스 입니다.”
오랜만에 쓰는거라 기분이 이상하네여ㅠ.ㅠ
1편은 지금 어디 나가야 해서 저녁쯤에 업뎃할게요.
즐거운 하루 되세용 |
첫댓글 우와 재밌어요+_+ 음 무슨내용인지 아직은 잘모르겠지만 왠지 되게 기대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