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白居易)-영노증몽득(詠老贈夢得)[늙음을 읊어 몽득(유우석)에게 주다]
여군균로의(與君均老矣) 그대도 나도 이제 모두 늙었노라
자문로여하(自問老如何) 스스로 묻는다, 늙으니 어떠한가를
안삽야선와(眼澁夜先臥) 눈은 뻑뻑해서 밤이면 먼저 눕고
두용조미소(頭慵朝未梳) 머리 손질 게을러서 아침에도 빚지 않는다
유시부장출(有時扶杖出) 때로 지팡이 짚고 나가기도 하나
진일폐문거(盡日廢門居) 종일토록 문 닫고 처박혀 있다
라조신마경(懶照新磨鏡) 새로 닦은 거울 보지도 않고
휴간소자서(休看小字書) 깨알 같은 글자는 보지 않노라
정어고인중(情於故人重) 옛 친구 향한 정은 소중해지고
적공소년소(跡共少年疏) 젊은 사람들과는 소원해진다
유시한담흥(唯是閑談興) 오로지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싶은 맘은
상봉상유여(相逢尙有餘) 그대 만나면 넘쳐나리라
*백거이[白居易, 772~ 846, 자는 낙천(樂天),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는 당나라 중기의 위대한 시인이자 중국 고대문학사 전반에서도 일류에 속하는 대시인으로 대여섯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이미 음운이 복잡한 율시(律詩)를 쓸 줄 알았다고 하며, 주요 저서로는 “장한가(長恨歌)”, “비파행(琵琶行)”등이 있습니다.
*참고로 백거이는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년,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 후에 태어났고,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되었습니다.
*위 시는 유병례 교수님의 저서 ‘서리맞은 단풍잎 봄꽃보다 붉어라’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입니다.
*시의 제목 중 몽득(夢得)은 유우석의 자인데, 유우석은 백거이와 절친한 친구로 백거이는 늘그막의 소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와 자주 만나는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고, 즉 시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눈 소올메이트였는데, 백거이가 먼저 친구인 유우석(몽득)에게 늙음에 대해 시 한 수 읊어서 보낸 것이 위 시입니다.
*위 시에 대한 유우석의 답시는 ‘수낙천영로견시(酬樂天詠老見示)’, 즉 “낙천(백거이의 자)이 지은 영로시에 답하다”인데, 유우석의 답시는 다음에 올려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