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0일 설
제1독서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6,22-27
22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3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24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25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26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7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4,13-15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은 음력 1월 1일로,
조상님을 기억하면서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누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입니다.
어떤 분은 “또 한 살 더 먹는구나.”라면서 슬퍼할지 모르겠지만,
그 모두를 뛰어넘어서 또 새해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더불어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해주신 조상님들께 감사드릴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인 오늘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덕담을 나누는데, 과연 주님께서는 어떤 덕담을 우리에게 전해주실까요?
책을 읽다가 미국에서 15년 동안 인류학을 가르친 어느 대학교수의 인상 깊은 체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대학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요즘의 대학생들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발표도 거의 하지 않고, 책도 미리 읽어오지 않고, 교수를 만나러 오지도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학창 시절과 다른 학생들의 이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교수 생활을 한 지 7년 만에 맞이하는 안식년에 할 획기적인 결심을 세웁니다.
다시 대학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새내기 대학생이 된 교수님’은 1년 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강의를 듣고 과외활동하는 등 여느 대학생들과 똑같이 지냈습니다.
어떠했을까요? 교수 때는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제대로 안 해 온다고 생각했는데,
학생 입장이 되어 보니 여러 과목에서 동시에 내주는 자료를 다 읽을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학생들은 시간 관리를 하느라 사투를 벌이고 있음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진짜 알게 되면 더는 그를 증오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는 진짜 알지 못하면서 퍼붓는 혐오의 말과 행동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혐오와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닐까요?
앞선 교수처럼 역할을 바꿔서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요?
분명히 상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될 것이고,
이런 헤아림에서부터 사랑이 울려 퍼지는 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작은 바로 ‘나’부터였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복음을 통해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라는 덕담을 전해주십니다.
어떤 준비이겠습니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입니다.
그 준비는 바로 사랑의 실천에만 있었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함께 살 수 있는 사랑을 해야지만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랑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을 세상에 펼칠 수 있어야만 했습니다.
올해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사랑하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명언: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데릭 시버스).
사진설명: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