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여름 휴가로 열흘동안 영국을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철도 패스를 끊어서 주로 철도로 이동했고요.
영국 철도하면 개인적인 이미지는 "민영화의 폐해" 한마디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만, 실제 가서 느낀점 몇가지를 들자면
1. 민영화의 가장 큰 폐해로 지적되는 가격 문제는 사실 패스 끊어 다니는 단기 체류 외국인 입장에서 체감하기에는 좀 무리였습니다. 물론 BritRail pass도 EURAIL에 비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쌉니다만, 애초에 영국 물가가 대륙에 비해 비싼지라 딱히 그 문제라고 보기도 뭐하고요.
2. 노선별로 수많은 사업자가 난립하는데, 사업자에 따라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전 일등석 패스를 끊었는데, 일등석 서비스는 더 편차가 큰 것 같더군요. 각 역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만 해도 엔간한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보다 더 훌륭한 곳도 있는 반면, 정말 커피머신과 의자만 갖다 놓은 수준의 곳도 있고..
3. 오픈 억세스 덕에 한 노선에 여러 사업자가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라 그런지, (지역별 분할 구도인 일본 철도에 비해) 운행 계통 측면에선 유연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건 노선별로 다른 운영 주체가 난립하는 경우의 이야기지 애초에 한 사업자가 거의 노선을 독점하는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랑 비교해서 딱히 장점은 아니라서..
4. 지연율은 오히려 대륙 유럽쪽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물론 이것도 제가 체류했던 시기(단기간인데다 마침 올림픽 시즌)나 루트(주로 주요간선을 따라다녔습니다) 를 고려하면 실제로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 본 주제인 침대열차 Caledonian Sleeper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영국 국내선에서는 런던-콘월간 Night Riviera와 함께 살아남은 마지막 야간 침대열차로, 런던과 스코틀랜드의 주요 도시를 연결합니다. 두 가지 운행계통이 있는데,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 지역의 Aberdeen, Inverness, Fort William을 연결하는 열차를 Highland Sleeper, 스코틀랜드 남부 로우랜드 지역의 Edinburgh, Glasgow에서 종착하는 열차를 Lowland Sleeper로 부릅니다.
스코틀랜드 제1도시인 글래스고와 수도인 에든버러에 종착하는 Lowland Sleeper는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편이고, 하이랜드 동/서부 관광의 거점인 인버네스와 포트 윌리엄으로 가는 Highland Sleeper는 관광 노선 성격이 강한 느낌입니다.
저는 원래 인버네스행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어서 애버딘행 마지막 남은 한 칸을 예매했습니다. 8월이 에든버러 페스티벌 때문에 스코틀랜드 관광 성수기라 원래 이 기간은 자리 구하기가 힘들다고는 들었는데, 하이랜드 슬리퍼 침대칸은 1주일 후까지 전부 다 매진이더군요. 저것도 당일 취소 나온 표였습니다.
Highland Sleeper는 9시경에 런던 유스턴 역에서 출발합니다. 운행 구간이 더 짧은 Lowland Sleeper는 좀 더 늦은 11시 경에 출발합니다.
class 90 기관차에 세방향 객차들을 모두 붙인 한 편성입니다. 구석에 조그맣게 붙어있는 건 화물 철도 회사 EWS(현재 DB Schenker UK)의 로고인데, 이 회사에서 임대한 기관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열차 내부는, 복도가 대륙쪽 침대열차보다 좁은 대신 그만큼 컴파트먼트 내부는 약간 더 넓습니다. 대륙쪽 야간 열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ouchette은 없습니다.

침대간 표가 first class, standard class, standard class single use 이렇게 세 종류가 있어서 1등칸은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구조 자체는 일반 2인실칸과 차이가 없는 것 같더군요.
저기 콜라가 놓여있는 부분 판을 젖히면 세면대가 나옵니다. 넓지는 않지만 침대보도 깔끔하고 공조도 좋습니다.

first class와 standard class single use의 차이는 세면도구(제가 가져간 여행용 세트보다 좋더군요-_-)와 아침 제공 정도인 것 같습니다.
아, 런던과 종착역의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나 샤워시설에서 무료로 샤워가 가능하다는 점도 크네요.


새벽 3시경에 Edinburgh Waverley역에 도착해 방향별로 객차를 분리합니다. 에든버러역은 한창 공사중이라 어수선합니다. (여기서 하차는 불가능합니다)

분리된 열차들은 각자 행선지를 향해 흩어집니다. Loch Lomond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포트윌리엄행이 가장 주변 풍광이 좋기로 유명합니다만, 애버딘행도 풍경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중에 하이랜드를 한바퀴 여행하고 나서 보니 해안을 따라가는 Edinburgh-Dundee-Aberdeen 노선 주변 풍광은 평야가 많은 게 오히려 로우랜드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7시쯤에 애버딘 역에 종착합니다. 포트윌리엄이나 인버네스행은 대략 9시~10시쯤에 도착하므로 좀 더 여유롭게 일어나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쪽은 비전철화 노선인지라 디젤기관차인 class 60 67로 바뀌어 있네요. 이 열차 역시 EWS 로고가 붙어있습니다.

요금은 패스 소지자는 침대 추가요금(supplement)만 결제하면 되는데, 1등실(한칸 1인 이용)이 50파운드 정도 됩니다. 그냥 구매하면 1등실은 정가가 200파운드 가까이 합니다. (조기할인 등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보통 120파운드 이상입니다.)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영국 물가가 워낙 비싸서 숙박비도 만만치 않은 수준인지라 패스 소지자라면 숙박 대신 고려할 만한 선택지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제가 영국철도를 사진을 보는데 사진상 디젤 기관차는 Class 67 입니다...
(* Class 60 기관차는 화물열차를 주로 운영을 합니다. *)
그리고 DB 쉥커는 화물 철도 운영회사인데 이름 변경전에는 EWS 입니다...
참고로 나이트리버도 있는데 런던 패딩턴~펜젠스 경로를 운행을 합니다...ㅎㅎ
그렇네요. 써있는 숫자를 보면 당연히 67인데-_-
Night Riviera는 지금은 안다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아직 다니길래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