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며...
돌리솔에 해를 품은 달을 바라본다
꿈속에 그리는 고향 마을 錦泉!
아슬아슬 산허리 감싸고 도는 비단 물줄기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산허리 돌아
신작로는 산자락을 한참이나 돌고 돌아
제법 넓은 들판이 보이고
앞 냇가에는 물비늘 반짝이는 맑은 냇물,
옥색 물빛이 산자락을 휘감고
눈부시게 고운 모래가 어우러진 풍경
논밭들이 줄지어선
구불구불한 언덕 빼기
푸르게 펼쳐진 풀밭에 하얗게 빛나는 길들,
곳곳에 피어난 갖가지 꽃들과 우아하게 춤추는 나비들이
한없이 눈을 끌어들인다.
마을 어귀에 작그마한 연못
연꽃의 항연
잠자리 한 마리가 연꽃 꽃봉오리에 앉아 휴식하다
연꽃 향에 취한 듯 날갯짓을 하지 못 한다
연꽃 같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비단 샘물이 솟고 있다
커다란 느티나무 옆에 정자가 자리하고
정자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담소를 나눈다
단오에는 그네가 내 걸리고
동네 아낙들과 처녀들이 분내 나리며
바람을 타고 그네가 나비처럼 날면
속치마가 나비가 된다
커다란 종각과 교회가 지켜보고 있다
언덕에 옹기종기 둘려 앉은 집
자연을 닮은 은은한 향기를 지닌,
들꽃같은 소박한 삶들이 들어있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저녁놀이 질 때면 들일을 마치고
소를 몰고 골목길을 오르는 사람들
집집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의 풍경과 퍽 닮았다.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봄가을로 바람이 온화하고 햇빛이 잔잔할 때
언덕에 앉아 너른 들을 내려다보곤 했다.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숲의 정취를 즐기려고 스스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욕심 없는 가벼운 삶, 편안함을 주는 소박한 삶
진정한 사랑을 찾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고향은 그리움이다.
꿈에도 그리운 어머니 손맛이 그립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길이 꿈속에 있네(歸心長在夢魂中)
선산은 마을 뒷 웃골은 햇볕 잘 드는 양지쪽 나지막한 언덕에
소나무가 둘러 쌓여있다.
'굽은 솔이 선산 지킨다'
소나무가 하늘을 이고 멀거니 서 있고,
노랗고 하얀 들이 바람을 타고 흐느적거린다.
가을 하늘은 티끌 한 점 없이 맑게, 밝게 빛나는 無垢淨經이다.
다나니경 무구정경(無垢淨經)이다
하늘 떠다니는 구름을 보고 웃고, 흐르는 물을 보고 웃고,
법을 얻어서 웃는 곳이 여기 아닐까?
조상의 삶의 흔적으로 참다운 삶을 배운다
가을이 열매들을 데리고 돌아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여름은 가고, 소슬한 가을이 사립문 안으로 들어와 날도 한풀 꺾이고,
풀도 한풀 꺾이고, 화도 한풀 꺾이니, 견디는 힘을 기르기 좋은 때다.
세상의 지혜
삶은 참고, 기다리고, 견디는 것이다
조상들이 삶으로 가르쳐준 교훈이다
각가지 열매의 천국이다.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 잎
오-메 단풍 들겠네.
싸리 대문 앞부터 감나무에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말해주듯
고향마당 감나무에 보름달 홍시가 열린다
햇빛을 품은 빨간 감홍시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담장 너머로 빨간 석류가 익어 부그러워 한다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햇살 담은 사과가 붉어 가고
빨간 감이 달처럼 달려 있다
대추가 동구 밖에 붉게 익어간다
비단 샘물이 솟는 내 고향 錦泉!
큰 신작로가 의성과 청송과 군위로 뻗어 있다
마을 앞 뒷 옆은 논밭으로 둘러있다
마을 맨 앞에는 커다란 교회가 마을을 위해 기도한다.
錦泉의 錦은 비단 금, 泉은 샘 천으로 삶을 풍요로운 비단으로 몸을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는 물을 주는 비단 샘이 솟는 아름다운 마을 이다.
엄마의‘밥 먹자’소리가 들리는 그림과 추억이 숨쉬는 마을이다
(수박, 참외가 나는 여름, 밤하늘의 별이 촘촘 빛나는 여름밤 앞 냇가에 목욕할 때면 더욱 그리워진다
내 고향 금천!
꿈속에도 달려가고 싶다.
온 누리에 향기 나고 생동감이 난다
춘산에 향기 나니 눈이 호강하고
비단 샘이 솟는 금천에 식물이 풍성하니 입이 달구나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순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여 산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향기롭게 사니
그윽한 향기가 온대지에 가득하니 아름답다.
지명 : 진실목, 던지 들, 웃보, 중보, 가걸, 금천동, 웃골, 공지골, 무덤실, 까가울, 베방골, 도리솔뱅이(정월보름날 달집 태우는 곳)
엄마, 할매 손맛이 나는 다정다감한 추억의 먹거리
갱죽, 짠지, 곤짠지, 등개장, 보리 개떡, 송기떡, 취떡...,
옛날 추억의 먹거리다
음식 맛도 추억이다
달고나 가슴을 감동 시킨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고향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