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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SOS어린이마을 본부장 신부 입건 , 경찰 수사 중
대구대교구, 수사 결과 따라 징계 수위 재결정
대구시민사회, 더 적극적인 교구 조치 필요
한국SOS어린이마을 본부장 이 아무개 신부가 성추행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구대교구가 27일 이 신부를 대기 발령 조치했다.
한국SOS어린이마을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산하 기관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를 지원하는 국제 민간사회복지기구이며, 해당 신부가 대표이사로 있다.
23일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이 신부는 2018년 직원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 두 명을 성추행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 한 명이 SOS어린이마을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해당 직원은 퇴사했다. 이후 성추행에 대한 고소가 이뤄져 현재 이 신부는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대구대교구는 해당 신부의 성추행과 관련한 사실과 경찰 수사 진행 등을 몰랐고, 이 신부는 보도 뒤에야 조환길 대주교에 알렸다.
이에 대해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 담당 경찰은 “성 관련 사건이라 자세하게 밝히긴 어렵지만, 기사 내용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보도를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대구대교구는 27일 주교평의회를 열고 이 아무개 신부를 8월 6일자로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발령을 결정했다.
최성준 신부(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는 “<대구MBC> 보도 뒤 진위 파악을 위해 본부장 신부와 피해자 1명, 주변 관계자를 만났다. 양쪽 말이 다르고, 해당 신부는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성추행 피해자가 있고,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신부를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주교평의회는 피해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근무지는 다르지만, 현재 같은 법인 산하에서 일하고 있어 해당 신부와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본부장 신부도 새로 임명했다.
최 신부는 “향후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므로 대기 발령을 내린 것이고, 경찰 조사 결과와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징계 수위를 다시 결정하고 그때 교구 입장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직후 피해 당사자가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교구는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신부는 “교구는 성추행 사건 및 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면서 “본부장 신부가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아마 이 문제를 교구에도 알리지 않은 것 같다. 성추행 문제 제기도 어떻게 처리됐는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시 피해 직원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한국SOS어린이마을 쪽에 답변을 요청했으나 현재 대표이사 인수인계 업무 등으로 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34개 시민사회 단체는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대구대교구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면서 경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노래방에서 술에 취해 출동한 경찰을 때려 지난 12일 벌금형을 받고 정직 처분된 사제의 사건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린이 전문 복지재단 이사장이면서 대구대교구 사무처장을 지낸 해당 신부의 성추행 입건은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보도 전까지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교구의 입장에 대해서도 “성직자가 저지른 각종 비위행위, 이에 대한 대구대교구의 그간 태도, 함구할 수밖에 없는 천주교 사업장 분위기, 결국 방치 은폐돼 흐지부지되는 양상 등을 고려하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다”며, “교구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 “사업장의 폐쇄적 운영”을 지적했다.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 성범죄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범죄 정도에 따라 형사처벌도 고려하도록 한 만큼 대구대교구도 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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